대법원 2024. 12. 18 자 2021모2650 결정 [재심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공2025상,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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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 12. 18 자 2021모2650 결정 [재심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공2025상, 355]
판 시 사 항
[1] 형사재판에서 재심의 의의 /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원판결 등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한 취지
[2] 형사소송법 제422조에서 정한 '그 사실을 증명하여'의 의미 및 이때의 증명은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인지 여부(적극) /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유념할 점 및
고려할 사항
[3] 재심청구인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규정한 범죄의 피해자로서 하는 진술 자체가
재심이유인 '직무에 관한 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하여 확정판결로 증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재심청구인의 범죄 피해에 관한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만으로 법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정도에 이를 경우, 재심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재심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재심청구를 받은 법원이 취할 조치
결 정 요 지
[1] 형사재판에서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잘못을 바로잡고자 마련한 비상구제절차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러한 직무범죄가 확정됨으로써 원판결 등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점이 현저하게
추측된다는 이유에서 이를 재심사유로 하여 제1심 혹은 상소심의 공판절차에 따라 다시 심리하여
재판을 하도록 한 것이다.
잘못을 바로잡고자 마련한 비상구제절차이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러한 직무범죄가 확정됨으로써 원판결 등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점이 현저하게
추측된다는 이유에서 이를 재심사유로 하여 제1심 혹은 상소심의 공판절차에 따라 다시 심리하여
재판을 하도록 한 것이다.
[2] 형사소송법 제422조는 “전 2조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판결로써 범죄가 증명됨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할 경우에 그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사실을 증명하여'란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과
형사소송법 제420조와 제421조가 재심이유로 규정한 범죄행위 등이 행하여졌다는 사실을 각
증명하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때의 증명은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다.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재심은 확정판결의 중대한 오류를 시정하고 일반적인
형사재판절차에서 형사소송원칙에 따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억울한 피고인을 구제하여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이유가 매우 다양한 점 등을 유념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비상구제절차인 재심제도의 목적과 이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취지 등을
두루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재심청구인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규정한 범죄의 피해자로서 하는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이유인 '직무에 관한 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하여 확정판결로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재심청구인의 범죄 피해에
관한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 않으며, 재심청구인이 허위로 진술할 뚜렷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등 그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에 부합하는 직접ㆍ간접의 증거들이 상당수
제시된 반면, 그 진술과 모순되거나 진술 내용을 탄핵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그
진술만으로 법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정도에 이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심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재심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이때 공판절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증거조사 방식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조사가 필요한지 여부의 판단은 법원의 재량이지만, 재심청구인의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이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의 내용 자체나
전체적인 취지에 부합하는 직접ㆍ간접의 증거들이 상당수 제시된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별다른 사실조사도 없이 만연히
'재심청구인의 진술' 외에 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참 조 조 문
[1]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1조, 제422조 [3] 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제420조 제7호
참 조 판 례
[1]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공2018상, 1111) [3] 대법원 2019. 3. 21. 자
2015모2229 전원합의체 결정(공2019상, 889)
전 문
【재항고인】 재항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외 6인
【원심결정】 부산고법 2021. 9. 6. 자 2021로5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재항고인은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재항고인의 진술과 그 밖에 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재심대상사건의
공소에 관여한 검사나 법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관련 법리
1)형사재판에서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잘못을
바로잡고자 마련한 비상구제절차이다(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참조).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그러한 직무범죄가 확정됨으로써 원판결 등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점이 현저하게 추측된다는 이유에서 이를 재심사유로 하여 제1심 혹은
상소심의 공판절차에 따라 다시 심리하여 재판을 하도록 한 것이다.
2)형사소송법 제422조는 “전 2조의 규정에 의하여 확정판결로써 범죄가 증명됨을 재심청구의
이유로 할 경우에 그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의 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그 사실을 증명하여'란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과형사소송법
제420조와제421조가 재심이유로 규정한 범죄행위 등이 행하여졌다는 사실을 각 증명하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때의 증명은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다.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증명'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재심은 확정판결의 중대한 오류를 시정하고 일반적인 형사재판절차에서
형사소송원칙에 따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억울한 피고인을 구제하여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이유가 매우 다양한 점 등을 유념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비상구제절차인 재심제도의 목적과 이념,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취지 등을 두루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재심청구인이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규정한 범죄의 피해자로서 하는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이유인 '직무에 관한 죄'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그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하여 확정판결로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재심청구인의 범죄 피해에
관한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 않으며, 재심청구인이 허위로 진술할 뚜렷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등 그 진술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에 부합하는 직접간접의 증거들이 상당수
제시된 반면, 그 진술과 모순되거나 진술 내용을 탄핵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그
진술만으로 법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정도에 이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심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여 재심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4)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이때 공판절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증거조사 방식을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3. 21. 자 2015모222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사실조사가
필요한지 여부의 판단은 법원의 재량이지만, 재심청구인의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이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의 내용 자체나 전체적인 취지에 부합하는
직접ㆍ간접의 증거들이 상당수 제시된 경우에는, 그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별다른 사실조사도 없이 만연히 '재심청구인의 진술' 외에
다른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이 사건의 경우
1) 원심결정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재항고인(1945. 6.생)은 1964. 5. 6. 오후 8시경 생면부지인 청구외인이 재항고인을 넘어뜨리고
배 위에 올라타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하면서 혀를 재항고인의 입 속으로 넣자 청구외인의 혀를
1.5cm 물어 끊게 되었다. 즉, 재항고인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서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의 가해자인 청구외인에게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이었다.
나) 그 후 청구외인이 1964. 5. 23.경 10여 명의 친구들과 재항고인의 집에 침입하여 위와 같이 혀에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하여 항의하면서 식칼을 들고 재항고인의 부친을 죽인다고 하는 등 협박하고 나서
재항고인을 중상해로 고소하자, 재항고인도 청구외인을 강간미수와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으로
고소하였다.
다) 두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재항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죄가 없다고 판단하고
청구외인에 대하여는 강간미수와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의 혐의를 인정하여 그러한 내용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런데 검찰에서 담당 검사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어 있던 청구외인을 석방한 다음
강간미수 혐의는 불기소처분하고 특수주거침입 및 협박죄만을 기소하였으며, 오히려 불구속
상태였던 재항고인을 중상해죄의 피의사실로 구속하였다.
라) 재항고인은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면서 위와 같이 구속된 과정에서 검사의 직무상 범죄가
있었다는 증거로 진술서를 거듭 제출하였다. 그 내용은 재항고인이 1964. 7. 초순경 부친과 함께
처음 부산지방검찰청에 출석하였는데 당일 검찰청 소속 수사관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소년으로
19세에 불과한 재항고인을 독방에 구금하고 수갑을 채운 다음 검사의 신문을 받도록 한 사실, 검사의
신문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제시받지 못하였고 구속사유나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사실, 첫 조사 후 수갑을 차고 작은 방에 있다가 다른 죄수들과 양손에 줄을 메고
버스를 타고 구금시설로 갔고 부친은 혼자 집으로 돌아간 사실, 구금시설에 부친이 사식을 넣어
주었으나 3일을 굶었고 이후 구속되고 처음 2, 3주간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조사를 자주 받은 사실
등으로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다. 재항고인은 재심청구 계기에 대하여 60세가 넘어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여성의 삶과 역사, 인권에 대한 수업을 듣게
되었고 학우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그와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재심청구의 동기에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고
재항고인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겪은 일을 허위로 진술하여 재심청구를 할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마) 재심대상 판결문에는 “검사가 만든 피고인 재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제1, 2, 3, 4회)
가운데 각 중상해 사실 중 상해의 부위 및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사실과 같은 내용의 말을 한 것이
적혀져 있는 것”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검찰에서 재항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은 적어도 4회 이상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64. 10. 22. 자 부산일보 기사에는 '담당
검사는 근 두 달 동안의 수사 끝에 경찰조사를 번복, ○양(재항고인)을 유죄로 단정 중상해 혐의로
구속기소'하였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1964. 12. 18. 자 부산일보 기사에는 '검사에 의해 50여
일간의 조사 끝에 사건이 완전히 전복, 처녀를 유죄로 단정, ○양을 정식 구속기소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과 앞서 라)항에서 본 재항고인의 진술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재항고인은
검찰에서 사실상 체포ㆍ구금되어 신체적 활동 내지 장소적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 상태에서 약 2달간
조사를 받았음을 추단하여 볼 수 있다.
바) 그런데 재소자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재항고인이 1964. 9. 1.
자로 구속되어 1964. 9. 3. 중상해죄로 기소되었다고 기재되어 있어, 1964. 7. 초순경부터 1964. 9.
1.경까지는 재항고인의 진술과 같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영장 없는
체포감금이 이루어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사) 이후 진행된 소송절차에서 재항고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하였는데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순결성 여부, 즉 성관계 경험 유무에 관한 감정을 받아야 했고, 공개된 재판에서 그
결과가 공개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아무리 형사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사실이나 위법성조각사유를 구성하는 사실 등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개인의 성경험이나
성생활 등에 관한 사실의 증명을 위한 강제처분으로서 신체의 감정을 받도록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또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 소년으로 19세에 불과하였던 재항고인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조차 이와
같이 중대한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던 당시의 상황은, 수사 과정 등에서 적법절차를 보장받지 못한 채
구속되어 조사받았다는 재항고인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신빙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또
하나의 사정이다.
2)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은 재항고인이 노년에 이르러 18세 당시 성폭력범죄의 피해를 겪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가해자에게 행한 행위를 이유로 중상해죄로 처벌받았던 약 60년 전의 재판에 대하여
권리구제의 기회를 얻고자 재심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불법 구금 등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공권력에 제대로 대항할 수 없었던 억울함을 토로하고 당시 묵살되었던
정당방위 등의 무죄 사유를 다시 주장하여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재항고인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로서 정당방위 주장을 인정받았음에도 돌연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구속되어 수사받은 다음 중상해죄로 기소되었고, 재판 과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순결성 감정을 받았으며, 재항고인의 성경험 여부가 언론을 통하여 공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더하여, 재항고인이 스스로 밝히고 있는 재심청구의 의도나 동기 등에서
부자연스럽고 비합리적이라거나 재심제도를 악용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논리와 경험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특별히 모순되지 않으며, 재심청구인으로서 허위로 진술할
뚜렷한 동기나 이유도 찾을 수 없으므로, 불법 구금 등에 관한 재항고인의 피해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재심대상 판결문, 당시의 신문기사, 재소자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의 기재에 의하면, 재항고인은 검찰에서 약 50여 일 이상 구속되어 있으면서 4회 이상의
피의자신문 등 수사를 받다가 기소된 사실, 반면 청구외인은 강간미수로 기소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증거들은 재항고인 진술의 전체적 취지에 부합한다.
나) 재항고인의 진술은 범죄피해자의 진술로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재심이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가 됨이 엄연함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재심청구인의 진술 외에는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현재 찾을 수 없거나 그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수십 년 전에 발생한 수사기관의 범죄혐의에
대하여 그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는 재항고인 개인에게 '수사기관이 수사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공소유지를 하여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재심사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수긍하기 어렵다. 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
재심대상사건의 기록이 이미 폐기되거나 또는 멸실되는 등으로 인해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관한
증거가 산일된 것이 재심청구인의 귀책사유라고 볼 수 없음에도 이를 순전히 재심청구인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한편 당시의 권위주의적 통치나 공권력 아래에서 수사, 기소, 재판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절차
전반에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지 못하고 있던 관행이나 분위기,
19세의 미성년자이자 소년임에도 장기간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재항고인의 처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가치관이 팽배하였던 가부장적 제도의
시대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 재항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청년을 불구자로 만들었다.'는 사회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였던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당시 재판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정면으로 주장하지 않은 재항고인의 태도'에 대하여 현재의 잣대를 들이대어 이례적인 일로
치부하거나 부각하여 재항고인의 불법 구금 등에 관한 피해 진술이 신빙성 없다고 볼 사정으로 삼을
수는 없다.
다) 따라서 재항고인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 7.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 9. 1.까지의 기간 동안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서 형법 제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한다.
형법 제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는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서 그 공소시효는 5년이다[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제1항 제4호, 부칙(2007. 12. 21.) 제3조]. 위 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실상ㆍ법률상의 장애가 있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422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0. 29. 자 2008재도1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라)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청구인의 진술 그 자체가 재심이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고 그 진술 자체나 전체적인 취지에 부합하는
직접간접의 증거들이 상당수 제시된 이상, 만연히 재심청구를 기각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에 앞서
재심청구인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사실조사를 하였어야 한다.
3) 이와 달리 원심은, 재항고인이 중상해죄로 기소된 후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 아래 재판을
받으면서도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협박, 자백강요 등을 주장한 적이 없었던 점, 불법 구금 등을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재항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항고인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의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김상환 오경미(주심) 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