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의 특허청구범위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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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11.23
I. 문제제기
발명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보호받고자 하는 발명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특허청구범위에 기재하여야 한다(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2호). 그리고, 특허법상 '발명'은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구분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물건의 발명은 물건의 구조나 특성에 의해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발명에 따라서는 제조방법을 포함하여 기재하는 것이 출원자나 통상의 기술자에게 더 技術적으로 또는 記述적으로 더 간편한 경우가 있다. 더 나아가, 화학 또는 생명공학 분야의 발명에서는 물건을 그 제조방법으로 특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최종 산물의 구조나 성질을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기술 수준에 비추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와 같이 특허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으로 기재되어 있으면서 그 제조방법의 기재를 포함하고 있는 발명(이하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 또는 'PBP 청구항'이라 한다)이 실무상 자주 발생하게 되는바, 이의 특허청구범위 해석을 둘러싼 견해의 대립이 있다.
II. PBP 청구항의 해석론 일반
1. 동일성설PBP 청구항도 물건의 청구항인 이상, 물건 자체의 구조나 성질이 동일하다면 설령 그 제조방법이 다른 물건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제조방법은 어디까지나 물건 자체를 특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된다.
2. 한정설특허청구범위의 기술적 구성은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 근거하여 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으로 물건의 기술적 구성이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물건 자체가 동일하더라도 제조방법이 다른 물건은 다른 물건으로 취급된다.
III. 특허성 판단시의 해석론
1. 외국의 경우미국의 심사기준 및 판례는 "PBP 청구항은 비록 제조방법에 의해 한정 및 정의되어 있지만, 특허성 결정은 물건 그 자체에 의하고 물건의 제조방법에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설시하고, 유럽의 심사기준 및 판례도 "물건 그 자체가 특허성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등록될 수 있다."라고 하여 동일성설을 취하고 있다.일본의 경우는 물건을 구조 또는 특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출원시에 불가능 또는 곤란하다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진정 PBP)에는 발명의 요지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 일반에 미치지만(동일성설),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부진정 PBP)에는 발명의 요지는 기재된 제조방법에 의해 제조된 물건으로 한정하여 인정되어야 한다(한정설)는 입장이었지만(지재고재 平成23年(ネ)第10057号 판결), 2015년 6월 5일 상기 판례를 파기하면서 물건 발명 특허에 관한 특허청구범위에 그 물건의 제조방법이 기재된 경우라도, 그 발명의 요지는 그 제조방법에 의해 제조된 물건과 구조, 특성 등이 동일한 물건으로서 인정된다고 해석됨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동일성설로 입장을 정리하였다(최고재 平成24年(受)第2658号 판결).
2. 우리나라의 판례
종전에 우리나라 법원은 물건을 제조방법에 의해서만 특정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진정 PBP)에는 그 제조방법을 물건의 기술적 구성으로서 고려하는 한편(한정설),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부진정 PBP)에는 그 제조방법 자체는 이를 고려할 필요 없이 그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 의하여 물건으로 특정되는 발명만을 물건의 기술적 구성으로 고려하면 된다(동일성설)고 판시해 오고 있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후3416 판결 등).
그러나 우리 법원은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대상인 물건의 구성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물건의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은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특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그 의미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의 특허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 기술적 구성을 제조방법 자체로 한정하여 파악할 것이 아니라 제조방법의 기재를 포함하여 특허청구범위의 모든 기재에 의하여 특정되는 구조나 성질 등을 가지는 물건으로 파악하여 출원 전에 공지된 선행기술과 비교하여 신규성, 진보성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라고 판시하며 이와 배치되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들을 변경함으로써 동일성설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3. 우리나라의 심사기준
과거 특허청의 특허·실용신안 심사기준은 『물건 발명의 특허청구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명의 대상인 물건의 구성을 직접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하여야 하므로, 물건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그 물건을 제조하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제조방법에 의해서만 물건을 특정할 수밖에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당해 출원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제조방법 자체는 고려할 필요 없이 그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 의하여 물건으로 특정되는 발명만을 그 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 등과 비교하면 된다.』라는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5. 4. 추록에서 동 심사기준은 상기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하면서, 『제법한정 물건발명 청구항에 있어서 보호받고자 하는 대상은 제조방법이나 제조장치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물건으로 해석되므로 진보성에대한 판단 대상은 물건이다. 따라서 심사관은 진보성 판단에 있어 그 제조방법이나 제조장치가 특허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법으로 제조되어 특정되는 구조나 성질 등을 가지는 “물건”의 구성이 공지된 물건의 구성과 비교하여 진보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특허여부를 결정한다. 제조방법에 의한 물건을 특정함에 있어서 그 제조방법에 의해서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고 해당 제조방법을 고려하지 않은 물건 자체와 유사한 인용발명으로 진보성이 부정되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거절이유를 통지할 수 있다. 심사관은 의견서 등을 참작하여 심사를 진행한다.』라고 심사시 판단방법을 제시하였다.
Ⅳ. 침해 여부 판단시의 해석론
가. 외국의 경우
미국의 심사기준 및 판례는 Abbot Laboratories v. Sandoz, Inc. 판결을 통해 특허침해 단계에서는 특허성 판단시와는 달리 한정설을 취함을 명확히 하고 있는 반면, 유럽의 심사기준 및 판례는 특허성 판단시와 마찬가지로 동일설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물건을 구조 또는 특성에 의해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출원시에 불가능 또는 곤란하다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진정 PBP)에는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으로 한정되지 않고, 동 방법으로 제조된 물건과 동일한 물건으로(동일성설),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부진정 PBP)에는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는 기재된 제조방법에 의해 제조된 물건으로 한정하여 해석되어야 한다(한정설)는 입장이었지만(지재고재 平成22年(ネ)第10043号 판결), 2015년 6월 5일 상기 판례를 파기하면서 물건 발명 특허에 관한 특허청구범위에 그 물건의 제조방법이 기재된 경우라도, 그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는 그 제조방법에 의해 제조된 물건과 구조, 특성 등이 동일한 물건으로서 확정된다고 해석됨이 상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동일성설로 입장을 정리하였다(최고재 平成24年(受)第1204号 판결).
나. 우리나라의 판례
종전에 우리나라 법원은 특허법원 2006. 11. 1. 선고 2005허10947 판결, 특허법원 2006. 6. 21. 선고 2005허6580 판결 등에서 한정설을 취한 바 있었으나,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후1726 판결에서 특허성 판단시의 PBP 청구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에 대한 위와 같은 특허청구범위의 해석방법은 특허침해소송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등 특허침해 단계에서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해석방법에 의하여 도출되는 특허발명의 권리범위가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에 의하여 파악되는 발명의 실체에 비추어 지나치게 넓다는 등의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권리범위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의 범위 내로 한정할 수 있다."고 하여 원칙적으로 특허성 판단시와 마찬가지로 동일성설을 취하되, 특허청구범위를 문언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명세서의 다른 기재에 비추어 보아 명백히 불합리할 때에는 출원된 기술사상의 내용, 명세서의 다른 기재, 출원인의 의사 및 제3자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두루 참작하여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제한해석할 수 있다는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후2186 판결 등에서의 입장이 고려된 예외를 인정하는 판단방법을 판시하였다.
Ⅴ. 결론 및 실무에 있어서의 시사점
우리나라 대법원은 특허성이 문제된 사건에 관한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과 특허침해가 문제된 사건에 관한 2015. 2. 12. 선고 2013후1726 판결을 통해 특허성 판단을 위한 발명의 요지인정과 특허발명의 기술적 범위의 확정의 양 장면에서 모두 동일성설을 채택함을 분명히 함으로써 PBP 청구항의 해석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킨 바 있다. 이는 동일한 특허청구범위의 해석에 있어서 특허성 판단시와 침해 여부 판단시에 동일한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일관된 판단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에도 기여하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물건의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은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특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결국 제조방법에 의해서 물건의 '구조'나 '성질'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특정되는지를 밝히는 점이 그 물건 발명의 해석에 있어서 핵심적인 관건이 된다 하겠다. 따라서, 물건의 '구조'나 '성질'의 특정은 어느 시점에서든 궁극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출원을 위한 특허청구범위 작성시에는 원칙적으로 물건의 '구조'나 '성질' 자체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물건의 구성을 기재하되, 제조방법으로 기재하는 경우에도 그에 의해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이 어떻게 특정될 수 있을 것인지를 충분히 염두에 두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PBP 청구항의 해석에 관해 동일성설을 일관되게 취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일본에서, PBP 청구항의 경우 특허청구범위의 기재가 「발명이 명확할 것」이라는 요건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출원시에 있어서 그 물건을 그 구조 또는 특성에 의해 직접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거의 실제적이지 않다는 사정("불가능·비실제적인 사정")이 존재하는 때로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점은 PBP 청구항 해석에 관한 최근의 대법원 판례 이후의 우리나라의 PBP 청구항 관련 실무에 있어서도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