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후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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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5.09.22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사후적 고찰(후지혜(後知慧), hindsight 또는 ex post facto analysis)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출원 당시에는 참신하였던 발명이라도 세월의 경과와 함께 진부화되어, 특허출원으로부터세월이 경과한 후에 돌이켜 판단하면 용이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판단자가 출원명세서를다 읽어 출원내용인 기술적 요지를 알고 난 상태에서 진보성을 평가한다면,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보기 때문에 깊이 느끼지못하고 출원발명의 진보성을 과소 평가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후적 고찰의 관점을 배제하고, 출원 당시로 되돌아가 출원발명의 지식을 알지 못하는 상태의 당해 분야의 통상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발명의 진보성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의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발명의 진보성의 판단은 발명시점이 아닌 그 이후의 사후 관찰에 의하여 발명을 재구성함에 의하여 행해지므로, 판단자는 사후적 고찰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미국의 판례는, 발명의자명성의 판단에 있어서, 사후적 고찰(hindsight)을 ‘유혹적인 그러나 금지된 영역(tempting but forbiddenzone)‘이라고 하면서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유럽특허청(이하, “EPO"라고 합니다) 역시,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의 사후적 고찰을 경계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위한 핵심적인 방법론으로서, 소위 ”Could/Would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Could/Would 접근방법이란,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을 변경하여 출원발명에 이를 수 있었는가(Could)라는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로부터 그렇게 했었을 것인가(Would)라는 당위성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즉, 발명의 해결방안이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에게 자명하다고 하더라도, 그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을 결합하도록 인식할 수 있는 방향제시, 암시, 힌트 등이 선행기술에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발명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 당업자가 선행기술에 나타난 구성요소들을결합하여 그 발명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여질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사후적 고찰에 의한결과이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에서, “사후적 고찰을 적용하여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기술자를 기준으로 하여 그 발명의 출원 당시의 선행공지발명으로부터 그 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고, 진보성이 부정되는지 여부의 판단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7. 8. 24. 선고 2006후138 판결)
위 2006후138 판결 후 한 달 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에서는 “여러선행기술문헌을 인용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인용되는 기술을 조합 또는 결합하면 당해 특허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 동기 등이 선행기술문헌에 제시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당해특허발명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기본적 과제, 발전경향, 해당 업계의 요구 등에 비추어 보아그 기술분야에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그와 같은 결합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여러 선행기술문헌을 인용하여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인용되는 기술을 조합 또는 결합하면 당해 특허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동기 등이 선행기술문헌에 제시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당해 특허발명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기술상식, 해당 기술분야의 기본적 과제, 발전경향, 해당 업계의 요구 등에 비추어 보아 그 기술분야에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그와 같은 결합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해 특허발명의 진보성은 부정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후2097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후3377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후1644 판결)
대법원 2009.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에서대법원은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 및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파악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어도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 및 통상의 기술자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하여 파악한 다음, 이를 기초로 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음에도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선행기술로부터 그 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을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후3660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후3551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후2537 판결)
그리고, 최근선고된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후2698 판결에서는, 좀더 나아가,“비교대상발명들을 결합하는 것이 비교대상발명이 본래 가지고 있던 기술적 의미를 잃게 하는 경우에는 그 결합을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것”이라고 하여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교대상발명 2에 요철조의 정상각도가 90°로 동일하여, 프리즘 요소들이 동일한 2면각을 갖는 구성이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비교대상발명 1은 프리즘부의 두정각을 서로 다르게 하는 구성을 채용함으로써 무광량각을 제거하고자 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술적 특징이 있는 것이어서, 비교대상발명 1에서 서로 다른 두정각의 구성을 제거하고 비교대상발명 2에 나타나 있는 동일한 2면각의 구성을 도입하는 것은 비교대상발명 1 본래의 기술적 의미를 잃게 하는 것이 되어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교대상발명 2는 투명 프리즘 필름 또는 시트의 규칙적인 요철조로부터 발생하는 명암에 기인하는 무아레 간섭 무늬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리즘 필름 또는 시트의 요철조의 피치를 의도적으로 불규칙하게 배치하는 구성인 반면에, 비교대상발명 1은 두정각이 다른 프리즘부들이 시트 전체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배치되는 구성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상충된다. 따라서 비교대상발명 1,2에 그 기술을 조합 또는 결합하면 구성요소 2-2에 이를 수 있다는 암시·동기 등이 제시되어 있지도 않은 이 사건에서, 정정된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구성요소 2-2에 이른다고 하는 판단을 하지 아니하는 한, 통상의 기술자라고 하더라도 비교대상발명 2에 나타나 있는 동일한 2면각의 구성을 비교대상발명 1에 결합하여 구성요소 2-2를 용이하게 도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사후적 판단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후2698 판결)
이러한 진보성 판단방법에 대한 일련의 대법원의 판결은, 최근 꾸준히 인용되면서 진보성 판단의 정형화된 틀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사후적고찰을 남용하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