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에 이어 명실상부한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 확대와 함께 지재권 분야에 있어서 중국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으며, 2011년 말 중국의 지재권 총 출원 건수는 약 305만 건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중국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근간으로 사법권에 비하여 행정권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독특한 권력구조를 가진다. 중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식재산권의 질적 고도화, 활용 극대화,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 정부의 최고 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 아래에 각 부문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나누어 관장하며, 영업비밀 관련 업무는 아래와 같이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산하 부정당경쟁국이 담당한다.
가. 영업비밀 보호 법률
중국은 1993년 9월 2일 공포된 ‘중화인민공화국 반부정당경쟁법(中华人民公和国 反不正当竞争法)’을 통해 ‘상업비밀(商业秘密)’1)이라는 명칭으로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영업비밀의 보호요건, 침해 형태, 민사적 구제수단은 한국의 영업비밀 보호법제와 비슷하다. 다만, 중국은 반부정당경쟁법 제25조에 한국에 없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행정구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 영업비밀 정의 및 요건
중국 반부정당경쟁법 제10조 제3관에서 영업비밀을 “공중에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권리자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며, 실용성을 구비하고, 그 권리자가 비밀조치를 취한 기술정보와 경영정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 기술정보와 경영정보
국가공상행정관리국의 상업비밀 침해행위금지에 관한 약간의 규정(이하 ‘공상국 상업비밀 규정’)2) 제2조에서 ‘기술정보와 경영정보’라 함은 설계, 절차, 제품의 배합, 제조방법 및 기술, 관리비결, 고객명단, 원재료 등의 출처정보, 판매전략, 원가계산서 또는 입찰서의 최저가격과 그 내용 등의 정보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중국판례에서는 경영정보 중 ‘고객명단’이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최고인민법원 부정당경쟁 민사사건의 심리 법률 응용에 관한 약간의 문제해석(이하 ‘최고법원 부정당경쟁 민사사건 사법해설’)3) 제13조에서 “영업비밀 중의 고객명단은, 일반적으로 고객의 명칭, 주소, 연락처 및 거래관습, 의향,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관련 공지정보와 구별되는 특수 고객정보를 지칭하는 것으로, 다수 공중 고객의 명부 및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특정고객을 포함한다. 고객이 직원 개인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서 직원이 속해있는 회사와 거래를 하고, 해당 직원이 이직한 후, 고객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자기 혹은 새로운 회사와 교역을 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이는 응당 부정당한 수단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직원과 과거 회사 간에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4)
고객명단이 이슈가 된 사건에서, 소송을 제기 당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명단은 알려진 정보이고, 인터넷 등으로 쉽게 수집할 수 있는 것이므로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항변을 한다.
중국 판례는 이와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발행된 전화번호부, 이메일, 광고물 등에서 그대로 복사하여 만든 고객명단은 사회적 공공정보이고, 소수가 전유할 수 없는 자료이므로 별도 법적 보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리자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맺은 특수 고객에 대해서, 그 수요유형, 수요습관, 경영법칙, 가격수용 능력을 포함한 종합정보를 형성하는 특수 고객 명단이라면 명단 소유자에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거래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거래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어서 상업비밀로 법에 의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5)
이와 관련하여 중국 판례는 『장기간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가졌다는 자체만으로 상업비밀로 보호받는 특수 고객 정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특수 고객과 다른 공개된 정보의 고객과 비교하여 뭔가 다른 특수한 내용의 정보가 있는지 한 단계 더 조사하여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한다.』6)라고 판단한 바도 있고, 구체적인 사례로 침해가 다투어지는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 정보가 50만 건이 넘은 사례에 있어서는 대량의 정보임을 주목하여 영업비밀성을 긍정한 경우도 있다.7)
2) 영업비밀의 요건
한국의 부정경쟁방지법과 비교하여 중국의 영업비밀 요건에는 ‘실용성’의 요건이 추가되기는 하나, 한국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제적 유용성이, 중국 반부정당경쟁법상의 경제적 이익 및 실용성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사실상 차이는 없다.
① 비밀성
중국 반부정당경쟁법의 “공중에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란 한국 부정경쟁방지법의 “비공지성” 요건에 해당하며, 공개된 정보통로(정상적인 수단으로는)로부터 당해 정보를 직접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공상국 영업비밀 규정 제2조 제2관), 신규성을 포함하는 의미이며, 상대적 의미의 비밀로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모른다는 의미이다. “신규성”이란 공지기술 또는 공유영역의 정보가 아닌, 그러나 특허법의 신규성 개념과는 다른 상대적 의미의 개념이다.8)
② 경제적 이익
중국 반부정당경쟁법의 “권리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라 함은 권리자에게 잠재적ㆍ현실적 경제이익 또는 경쟁상의 우위를 가져다주는 것을 의미한다(공상국 상업비밀 규정 제2조 제3관). 정보가 경제적 이익이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정보의 객관성을 가지고 판단하며, 경쟁상의 우위와 무관한 정보는 영업비밀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에는 경제적 이익이 없으나, 장래에 시장에서 경쟁상의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9) 중국 판례는 신규성 및 비밀성이 있으면 당연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③ 실용성
“정보가 실용성을 구비하고 있을 것”이라 함은 정보의 객관적 유용성을 말하고, 그 정보를 사용하면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공상국 상업비밀 규정 제2조 제3관). 실용성과 경제적 이익의 관계에 대하여 실용성은 경제적 이익의 기초이고, 어떤 정보가 구체적으로 이용 가능해야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추상적ㆍ관념적 정보는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다.
④ 비밀보호조치
“권리자가 그 정보에 대하여 비밀보호조치를 취할 것”이란 앞의 비밀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비밀조치의 수준에 대하여 영업비밀의 소유자가 주관적으로 그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의식이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비밀조치를 취한 후, 종업원이나 경쟁상대방, 제3자 등이 부정한 수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정상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그 정보를 취득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10)
비밀보호조치의 정도에 대해서는 각 국가별 기준이 다소 상대적인데, 한국은 여러 방면에 대한 관리상의 조치를 포괄해서 해석하며, 기술적 조치 및 물리적, 제도적, 인적 관리 등 모든 범주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해석한다.
공상국 상업비밀 규정 제2조 4관에서는 “권리자가 비밀보호조치를 취한다 함은, 비밀보호협의를 체결하거나, 비밀보호 제도 및 기타 합리적인 비밀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중국 판례들도 영업비밀 권리자가 영업비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거나 또는 당연히 알고 있는 그 종업원 또는 업무관련 제3자에게 서면으로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였는지를 중심으로 합리적 비밀유지 조치를 하였는지를 판단하고 있다.11)
다. 영업비밀 침해 유형 및 판단기준
중국 반부정당경쟁법에서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의 주체는 경영자와 제3자이다. 여기서 ‘경영자’라 함은 “상품경영 또는 영리성 사업에 종사하는 법인, 기타 경제조직과 개인”을 말한다(반부정당경쟁법 제2조 제3관). 다만, 형법과 공상국 상업비밀 규정에서는 침해행위의 주체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는 바가 없다.
한편, 반부정당경쟁법 제10조에서 타인의 상업비밀을 이용하여 제조한 상품의 ‘판매행위’는 침해행위의 범주로 규정하지 않으며, 여기서 영업비밀을 사용한다 함은 대부분 상품을 ‘제조’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12)
1) 구체적인 침해행위 유형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구체적인 유형에 대해서는 중국 반부정당경쟁법 제10조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부정당한 수단을 사용하여 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제10조 제1관 제1항)
절취, 유혹, 협박 또는 기타 부정당한 수단을 사용하여 권리자의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속한다. “절취”란 불법적 수단을 사용하여 몰래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고, “유혹”은 물질 또는 기타 조건을 이용하여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종업원, 업무 관계자 등을 유혹하는 행위이다. “협박”이란 영업비밀 권리자 또는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위협하여 강제하는 행위이며, “기타 부정당한 수단”이란 절도, 유혹, 협박등과 유사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② 부정당한 수단을 사용하여 취득한 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사용 또는 타인에게 사용을 허락하는 행위(제10조 제1관 제2항)
이 조항은 일단 부정당한 수단을 이용하여 정당권리자의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의 행위로서, “누설”란 특정인 또는 불특정인에게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행위이며, 그 원인, 형식, 목적 등은 불문이다. “사용”은 생산, 경영활동에 사용하는 것을 말하고, 취득 이익이 있었는지 여부는 불문이며, “타인에게 사용을 허락”하는 행위란 제3자에게 영업비밀 사용을 허락하는 행위로서 사용대가 유무 역시 불문이다.
③ 계약 또는 비밀유지 요구에 위반하여 누설, 사용 또는 타인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상업비밀의 사용을 허락하는 행위(제10조 제1관 제3항)
이 조항은 정당하게 영업비밀을 취득 또는 알고 있으나, 계약ㆍ신뢰관계 또는 영업비밀 권리자의 비밀유지 요구에 위반하여,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자 또는 비밀유지 요구를 받은 자가, 권리자의 허가를 얻지 않고, 임의로 특정인 또는 불 특정인에게 권리자의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자기가 사용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사용을 허락하는 행위에 대한 규정이다.
④ 제3자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
“권리자가 그 정보에 대하여 비밀보호조치를 취할 것”이란 앞의 비밀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비밀조치의 수준에 대하여 영업비밀의 소유자가 주관적으로 그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의식이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비밀조치를 취한 후, 종업원이나 경쟁상대방, 제3자 등이 부정한 수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정상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그 정보를 취득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13)
<출처> ISSUE&FUSUS, 중국의 영업비밀 보호
이와 관련하여 중국 판례15)는 『병(丙)이 을(乙)이 유출한 갑(甲)의 상업비밀을 사용하였으나 갑(甲)이 병(丙)이 주관적으로 이를 ‘명확히 아는’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 사례에서, 병(丙)은 을(乙)이 거래회사의 대리라고 생각하였고, 을(乙)의 실제 신분에 대해서 알지 못하였으므로, 병(丙)의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병(丙)은 (甲)이 주장한 권리와 증거제시 이후 해당 상업비밀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 해당 상업비밀을 계속해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비밀유지의무를 부여한다.』라고 판결을 하였다.
2) 영업비밀 침해행위 여부 판단기준
중국 판례16)는 아래와 같은 기준에 의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우선, 침해자가 권리자의 정보에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양 당사자의 정보가 동일하거나 혹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여 침해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렇지만, 침해자 측에서 권리자의 정보에 접촉한 것이 아니라 다른 합법적인 근원이나 경로를 통하여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면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 본 ‘중국의 영업비밀보호제도’는 2014년 한국발명진흥회와 특허청 주관으로 진행된 해외 영업비밀 주요판례 정보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이며, 국제 지재권 분쟁 정보 포털 IP-NAVI를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본 뉴스레터에는 독자의 편의상 2회에 나누어 소개한다.
2) 이하, 중국 반부정당경쟁법의 보호객체를 지칭하는 용어는 ‘상업비밀’이라 하고, 그 외에 한국 부정경쟁법지법에 의한 보호객체 혹은 기타 일반적인 의미에서 영업비밀을 칭할 때는 ‘영업비밀’이라 한다.
3) 国家工商行政管理局关于禁止侵犯商业秘密行为的若干规定 (98년 개정)
4) 最高人民法院关于审理不正当竞争民事案件应用法律若干问题的解释
5) 판례 후베이성 고급인민법원 (2009)鄂民三终字第36号
6) 판례 광동성 고급인민법원(2006)粤高法民三终字 第92号, 판례 상해시 제1중급인민법원 (2014)沪一中民五(知)终字第74号
7) 판례 최고인민법원 (2011)民申字第122号
8) 판례 상해시 고급인민법원 (2005)沪高民三(知)终字第15号
9) 중국의 영업비밀 보호제도 및 현황, 2004, 특허청
10) 중국의 영업비밀 보호제도 및 현황, 2004, 특허청
11) 중국의 영업비밀 보호제도 및 현황, 2004, 특허청
12) 판례 광동성 고급인민법원 (1997)奥知终字第53号, 판례 최고인민법원 (2012)民监字第253号, 판례 최고인민법원 (2000) 知终字 第3号, 판례 선전시 중급인민법원 (2014) 深中法知民终字 第30号, 판례 강소성 고급인민법원 (2004)苏民三终字第132号, 판례 장수성 고급인민법원 (2000)苏知终字第26号, 판례 광동성 고급인민법원 (2009)奥高法民三终字第360号
13) 판례 최고인민법원 (2007)民三终字第10号
14) 중국의 영업비밀 보호제도 및 현황, 2004, 특허청
15) 한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해당
16) 판례 강소성 고급인민법원 (2004)苏民三终字第132号
17) 판례 북경시 고급인민법원 (2003)高民终字第1306号, 판례 장수성 고급인민법원 (2005)苏民三终字第063号, 판례 상해시 제1중급인민법원 (2014)沪一中民五(知)终字第7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