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4.16 선고 2019모3526 판결 [영장 표지만 보여주고 물건 압수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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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0.05.21
[판결] "영장 표지만 보여주고 물건 압수는 위법"
내용 확인 요구 거부는 적법한 영장 제시로 못 봐 압수품은 반화해야 하고 증거 인정 할 수도 없어 대법원, 항고 기각 원심 파기
수사기관이 '영장을 보여달라'는 피의자에게 영장 겉표지만 보여주고 내용은 확인시켜주지 않은 채 물건을 압수했다면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6일 김모씨가 '수사기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항고 사건(2019모3526)에서 김씨의 항고를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 부천지원으로 돌려보냈다(2019모3526).
김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던 중 신문 과정에서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했다. 당시 김씨는 수사관에게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사관은 영장의 겉표지만 보여주고 내용은 확인시켜주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압수수색 처분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준항고란 재판 또는 수사기관 처분 등에 불복할 경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가 압수수색 당시 영장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그의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면서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에 영장이 적법하게 제시됐다'며 '압수처분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각했다.
김씨는 '수사기관이 휴대폰을 압수할 당시 압수수색영장의 구체적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 이상 영장의 적법한 제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변호인이 영장 내용을 확인한 사실도 없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러한 제도의 취지는 영장주의의 절차적 보장과 더불어 압수수색영장에 적힌 물건·장소·신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고,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불복 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은 김씨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 처분 당시 김씨로부터 영장 내용의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압수수색영장 제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압수 당시 피압수자가 압수수색영장의 내용 확인을 요구하면 수사기관은 영장의 내용을 확인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이에 반해 수사기관이 영장 내용의 확인 요구를 거부할 경우 위법한 압수가 돼 압수물을 반환해야 하고, 위법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국민의 권리보호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결정'이라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