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7다228007 지료 청구 사건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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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1.05.20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노정희)은 2021. 4. 29.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종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 등)를 변경하고, 상고를 기각하였음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흥구)의 별개의견(3명)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2명)이있음
1. 사안의 개요
가. 사안의 개요
▣ 이 사건 임야에는 1940년 사망한 피고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피고 부친의 분묘 2기가 설치되어 있고, 피고는 현재까지 위 분묘를 수호·관리하고 있음
▣ 원고들은 2014년 이 사건 임야의 일부 지분을 경매로 취득한 다음,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 취득일 이후의 지료를 피고에게 청구하였음
나. 소송 경과
▣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청구 기각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음
▣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 일부 인용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
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
▣ 피고가 상고를 제기함
2. 대법원의 판단
▣ 다수의견 (8명) :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였더라도,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함 ➠ 상고기각
▣ 분묘기지권과 같이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관습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이를 인정한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과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함
▣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음
●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지 않고 민법 규정이나 관습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이 성립한 경우, 자기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토지를 양도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통행지역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모두 토지 소유자에게 대가를 지급하여야 함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의 이익을 위해 토지 소유권의 행사를 제약하고, 분묘기지권은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계속하는 한 소멸하지 않으므로,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음
●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일 뿐, 분묘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중 어느 한 편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님
● 따라서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음
▣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은 우리 민족의 조상숭배사상과 과거의 산림공유 제도, 매장 중심의 장묘 문화 등 역사적·사회적 배경 하에, 분묘를 둘러싸고 장기간 형성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 분묘가 존치될 수 있도록 하였음.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취지를 존중하여 토지 소유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분묘기지권의 신뢰나 법적안정성을 조화롭게 보호할 필요가 있음
● 분묘기지권자로 하여금 오래 전 분묘를 설치한 시점까지 소급하여 그 이후의 지료를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분묘기지권자는 장기간의 지료를 일시에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체하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음. 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
● 분묘기지권은 우리 사회에 고유한 전통과 관습에 근거하여 인정된 것 이므로, 권리의 발생, 소멸, 변동에 이르기까지 권리의 내용이 민법상지상권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이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서도 안됨
● 민법 제286조 등은 지상권, 전세권, 임대차 등 물건의 계속적 용익관계에서 민법의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구현하여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지료가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가 증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 다만 당사자가 지료증감을 청구하면, 장래를 향하여 효과가 발생하도록 규율함으로써, 기존의 법률관계를 신뢰하여 온 당사자의 이익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함
▣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지료증감청구권 등 규정의 근본적인 취지를 종합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함
▣ 이와 달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과,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함
나. 별개의견 (3명)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를 설치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 ➠ 상고기각 의견
▣ 헌법상 재산권보장의 원칙, 민법상 소유권의 내용과 효력, 통상적인 거래관념에 비추어 보면, 우리 법질서에서 스스로를 위하여 타인 소유의 토지를 사용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 무상이라는 합의가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유상의 사용관계로 보아야 함
▣ 시효로 취득하는 분묘기지권에 대해서는 그와 가장 유사한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지료 지급의무의 발생시점을 판단해야 하고, 추상적인 조리나 신의칙을 근거로 이와 달리 판단해서는 안됨
▣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면 분묘기지의 점유·사용 기간 동안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짐.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어도 그와 같이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시효취득이 이루어지고, 시효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시점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분묘 설치 시 부터 지료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함
다. 반대의견 (2명)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 ➠ 파기환송 의견
▣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상 물권이므로, 관습에 대한 조사나 확인을 통하여 관습법의 내용을 선언하여야 하고, 법해석을 통해 그 내용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 분묘기지권은 법정지상권과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법정지상권에 관한 법리를 분묘기지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
▣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관습법으로 인정하여 온 배경과 취지에 비추어, 지료의 수수나 청구조차 없이 20년 이상의 장기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의 점유가 계속되었다면, 토지 소유자가 묵시적으로 무상의 토지 사용을 용인하였거나, 적어도 분묘기지권자는 그와 같이 알고 분묘기지를 점유해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움
▣ 그에 따라 분묘기지권자는 시효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관계와 동일한 내용의 권리, 즉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보아야 함
3. 쟁점의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
가.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그 분묘기지에 해당하는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서, 성문 민법이 아닌 관습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물권임
▣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되고,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등기 없이도 성립함
▣ 분묘기지권은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음
● 승낙형 분묘기지권: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성립함
● 양도형 분묘기지권: 자기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 성립함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함 ☜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유형임
나. 장사법 시행 후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법리의 유효성 인정(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전부 개정하여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그 시행일인 2001. 1. 13.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 등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정함(제23조 제3항, 부칙 제2호, 이하 ‘장사법’)1)
▣ 따라서 장사법 시행일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음
▣ 그렇다면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도 장사법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불가능한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음
▣ 이 사건에서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사람이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문제된 것임
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는 상충되는 두 선례가 있었음
●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발생함
●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는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음
▣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서로 상충되는 선례를 정리하였음
라. 향후 지료에 관한 법률관계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
▣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할 수 있고(민법 제366조 단서),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음(민법 제286조)
▣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됨(민법 제162조 제1항)
▣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민법 제287조),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음(대법원 1994. 12. 2. 선고 93다52297 판결 등 참조)
4. 판결의 의의
▣ 분묘기지권은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계속하는 한 영구 존속하는데, 분묘기지권이 무상이라고 보면 토지 소유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이 있었음. 그에 따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에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대법원은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관습법의 유효성을 인정하였음
▣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조리나 분묘기지권자의 권리행사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상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음
▣ 이로써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여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을 하였음
1) 위 법률은 2007. 5. 25. 법률 제8489호로 전부 개정되었는데 제23조 제3항은 제27조 제3항으로 위치만 변경되고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