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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지 - 이석영 변호사

    조회수
    391
    작성일
    9일 전
  이석영 변호사
 

공지된 정보를 조합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지 -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216851 판결

1. 영업비밀의 성립 요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영업비밀을 절취, 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 사용, 공개하는 경우 형사처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의 고의침해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 취득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 공개하는 행위 역시 영업비밀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회사 또는 사용자들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규정하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경제적유용성), 비밀로 관리된(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2). , 비공지성, 경제적유용성, 비밀관리성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합니다. 본 논단에서는 비공지성 요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겠습니다.

 

2. 비공지성의 인정 요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정보의 내용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을 때에는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8265 판결 등 참조).

 

3. 공지된 정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비공지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216851 판결

 

. 사안의 개요

 

피고인들은 피해회사의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가정용 맥주 제조기 아이디어를 제출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해회사에서 시제품을 제작하였다가 퇴사하여 별도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피해회사의 기술상 또는 영업상 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사용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대상 판결에서 주로 쟁점이 된 자료는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입니다. 피고인들은 해당 자료에 포함된 정보들은 이미 해외에 출시된 다른 회사 맥주제조기의 공정순서를 조합한 것이거나 통상적인 맥주 제조의 순서를 자동화하는 내용에 불과하여 모두 공지되어 있거나 경제적으로 유용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 원심의 판단

 

1심은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자료에 대해, “개인의 취향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맥주제조기 시장에서 일정한 품질 수준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다만 전체 자동화 공정의 순서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위 공정의 순서는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 혹은 기존에 출시된 X, Y 등 해외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종합한 정도의 공지된 정보를 넘어서는 수준의 정보를 포함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하며, 쟁점 공정흐름도는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2심 역시 이러한 1심의 판단이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 대법원(3)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 공정흐름도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합이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피해회사 가정용 맥주제조기의 구성과 유로 구조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피해회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으로 이를 입수하기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공정흐름도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정보의 비공지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정보의 비공지성이 인정되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4. 검토

 

대법원은 대상 판결에서 어떠한 정보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조합 자체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이미 공지된 것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조합된 전체로서의 정보를 통상적으로 입수하기 어렵다면 그 정보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없다라는 법리를 제시하며 쟁점이 된 맥주제조기 공정흐름도의 영업비밀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대상 판결은, 학계에서 구성요소들이 공지되었더라도 조합물은 제한적인 조건에서 비공지성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한 판시로 평가되나, 아래와 같이 후속 판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고 보입니다.

 

먼저, 판시의 문구만으로는 1) ‘피해자가 A + B를 조합하였다라는 정보 그 자체가 업계에 알려져 있지 않으면 비공지성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2)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AB 기술이 각각 공지되어 있더라도 업계의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AB를 조합하기 어려운 경우 비공지성이 인정된다는 의미인지, 3) 더 나아가 AB의 결합의 곤란성 외에 결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유의 작용효과(특허법의 진보성 요건과 유사)도 요구하는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상 판결에 대해 대체로 2)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조합할 수 없는 것이면 비공지성을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먼저, 여전히 상기 열거한 판단기준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AB의 기술을 결합하더라도 그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작용효과가 특별히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였을 때, 업계의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AB 각 정보를 단순 취사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용이하게 결합할 수 없는 경우를 극복하고 결합을 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비공지성에 대해 피해자가 일응의 소명을 하고 침해혐의자(피고인)가 공지된 정보를 제시하여 반증하도록 영업비밀 사건 실무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상,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사실상 A + B의 취사 선택 그 자체만으로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공지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보인 공지된 정보들의 단순 수집, 종합과는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사견으로는, 공지된 정보의 조합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에는 동의하나, 이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판단기준과 경계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속 판결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또한, 실무상 증명책임의 운영에 대해서도 침해혐의자(피고인)가 각각의 기술 구성이 공지되었음을 반증한다면, 각 구성의 결합이 구체적 판단기준에 따라 비공지성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피해자나 검사가 구체적으로 증명하도록 하고 특히 형사사건에서는 이에 대한 검사의 증명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5. 결론

 

대상 판결은 공지된 정보의 결합이라 하더라도 영업비밀의 성립 요건인 비공지성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를 확인하였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영업비밀로 보호되는 정보 등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므로, 후속 판결들에서 개별 사안들에 대해 어떤 판단들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문헌

 

1) 박성호, ‘모자이크 이론사용설명서, 법률신문 2024. 10. 23.자 기고문

2) 양인수 외 1, 영업비밀의 비공지성에 관한 연구, 지식재산연구 201, 20253,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