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의 재산에 대한 몰수판결의 효력 - 구태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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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전
구태균 변호사
제3자의 재산에 대한 몰수판결의 효력
1. 몰수
몰수는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한 물건(예: 범죄행위에 사용된 흉기), 범죄행위로 취득한 물건(예: 절도범이 절취한 물건), 또는 이들의 대가로 취득한 물건(예: 장물을 팔아 취득한 재산 또는 물건) 등을 범죄자로부터 박탈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처분으로, 형벌의 한 종류입니다(형법 제41조 제9호).
몰수는 다른 형벌에 부가하여 과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형법 제49조). 따라서 몰수가 선고되는 판결 주문은 보통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인을 징역 ○년 ○월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을 몰수한다. |
2. 제3자의 재산에 대한 몰수
「형법」제48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9조 제1항,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약칭: 마약거래방지법) 제15조 제1항,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약칭: 공무원범죄몰수법) 제5조 제1항,「부패재산 등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약칭: 부패재산몰수법) 제4조 제1항 등은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재산이라 하더라도, 범인 외의 자가 범죄 이후에 그 범죄의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시) 甲은 몰수가 선고될 수 있는 A범죄를 저질러 X라는 물건을 취득하였습니다. 그런데 甲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乙에게 X를 양도하였습니다. 이후 甲은 A범죄 혐의로 기소되었고, 법원은 乙이 甲의 범죄 이후 그 정황을 알고 X를 취득하였다고 판단하였고, 甲에게 1년의 징역형과 함께 X를 몰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X를 몰수한다. |
검찰은 X를 국고에 귀속시키기 위하여 乙을 찾아갔고, 乙에게 위 판결문을 제시하면서 X를 몰수했습니다.
위 예시에서 X를 몰수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사실 乙은 甲이 범죄로 X를 취득하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어떨까요? 乙은 억울하게 X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은 피고인 이외의 제3자 소유에 속하는 물건에 대하여 몰수를 선고한 판결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몰수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그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치고 그 사건에서 재판을 받지 아니한 제3자의 소유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일관적으로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586 판결 등).
판례에 따르면 위 예시 사례에서 甲에 대한 형사재판으로 “피고인(甲)으로부터 X를 몰수한다”라는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그 효력은 甲이 X를 소지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치고, 乙의 X에 대한 소유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즉, 국가는 乙로부터 X를 몰수하여 X를 국고에 귀속시킬 수 없습니다.
3. 제3자로부터 재산을 몰수하기 위한 절차
위 판례의 법리는 제3자(乙)가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알고 그 재산을 취득하였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는 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는 규정은 무용한 규정일까요?
위 판례의 법리는 ‘피고인으로부터’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을 몰수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을 때에 관한 것으로, ‘범인 외의 자로부터’ 그에게 귀속되는 재산을 몰수하는 판결이 선고된다면 그 재산은 국고에 귀속될 수 있습니다. 위 예시 사례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乙으로부터 X를 몰수한다. |
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더라면, 乙로부터 X를 몰수하여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甲은 자신의 재산이 아닌 X가 몰수되든 말든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乙이 직접 재판에 참석하여 다투지 않는 이상 乙이 甲의 A범죄를 알고 X를 취득하였는지를 적극적으로 다툴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고, 또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乙에 대한 판결을 선고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乙으로부터 X를 몰수한다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약거래방지법 제23 내지 32조, 공무원범죄몰수법 제13 내지 22조 등은 제3자로부터 재산을 몰수하고자 하는 경우 제3자에게 피고인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임을 고지하여 그 제3자가 공판절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재산을 몰수하여 국고에 귀속시키고자 하는 경우, 그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제3자에게 피고인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 등을 고지하여 그 제3자가 자신의 소유물이 몰수될지 것인지에 관하여 직접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그 제3자가 직접 다투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 소유의 물건을 몰수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제3자로부터 그 물건을 몰수한다는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4. 최근 업무 사례
위 내용은 최근에 사건을 수행하며 검토한 것입니다.
A는 의뢰인(B)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질러 기소되었고, ‘A로부터 B의 예금채권을 몰수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검찰은 그 판결이 확정되자 은행으로부터 B의 예금계좌에 예치된 돈을 지급받았습니다. 검찰과 은행 모두 ‘A로부터 B의 예금채권을 몰수한다’라는 판결을 두고 B의 예금채권이 국가에 귀속된다고 잘못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다래는 B를 대리하여 A에 대한 몰수판결로 B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유권이 박탈되지 않고, B에게 A의 형사재판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B로부터 그 예금채권을 몰수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은 다래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가 B의 예금채권액을 지급받은 것은 무효이고 여전히 B는 예금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국가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법리는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고, 이로 인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법률 문제가 발생하신 경우에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권리를 구제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