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5. 23 선고 2021도6357 전원합의체 판결 [상해] [공2024하,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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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7.18
판 시 사 항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 중 하나로 정한 '피고인이 구속
된 때'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지 여부(소극) 및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포괄하는지 여부(적극)
판 결 요 지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는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 법원이 직권으로 변
호인을 선정하여야 할 사유(이하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라고 한다) 중 하나로 '피고인이 구
속된 때'를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란, 원래 구속제도가 형사
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 아래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
하는 제도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를 의
미하고,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이 아닌 별개의 사건, 즉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
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이하 '종래의 판례
법리'라고 한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문언, 위 법률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고려된 '신체의 자유', '변호
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규정의 취지와 정신 및 입법
목적 그리고 피고인이 처한 입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
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구속'이라는 법 문언의 의미
① 형사소송법 제69조는 “본법에서 구속이라 함은 구인과 구금을 포함한다.”라고 하여 '구속'의 구
체적인 의미를 제시하지 않고 단지 '구인과 구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구
속'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하는 것'을 말하고, '구금'의 사전적
의미는 '강제력에 의하여 특정인을 특정 장소에 가두어 그의 의사에 따른 장소적 이동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구속'의 의미를 그 사전적 의미나 정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행동이나 의사
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하는 구금 상태'로 이해하면,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경우와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모두가 '구속'의 개념에 어렵지 않게 포함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
1항 제1호가 정한 법 문언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은 해당 형사
사건의 구속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② 형사소송법이 재판의 집행에 관하여, '사형,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가 구금되지
아니한 때에는 검사는 형을 집행하기 위하여 이를 소환하여야 하고, 소환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검사는 형집행장을 발부하여 구인하여야 한다.'(제473조 제1항 및 제2항)고 규정하고 있거나, “형집
행장은 구속영장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제474조 제2항), '형집행장의 집행에는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제475조), '노역장유치의 집행에는 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제
492조)라고 정하고 있는 것에도 주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은 형 집행에 따른 수용(수용)도 '구
속'의 한 유형인 '구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성하고 있는바,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이 반드시 수사
와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라는 기능적 개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적어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구속'의 한 유형인 '구금'의 개념을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 유무'나 '유죄판결의 확정 전후'로 구별해서 이해하여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③ 종래의 판례 법리도 '구속'이라는 법 문언의 본래적 의미가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으로 한정된다
는 이유에서보다는, 피고인의 신병 확보라는 구속제도의 역할과 기능 등을 규범적으로 고려하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고 이해된다. 결국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서 위 '구속'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 구속의
제도적 의의 등을 충분히 고려하되, 바로 그 구속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권리
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국선변호인 제도의 의미와 기능 등에
도 주목하여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나) 헌법 그리고 입법 목적을 고려한 해석
① 헌법 제12조는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그에 이어
제1항 제2문 내지 제7항에서 신체의 자유를 위한 일련의 절차적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권리로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
에서는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
호인을 붙인다.”라고 하여 국회로 하여금 국선변호인 제도를 입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② 국회는 2006. 7. 19. 법률 제7965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처음 규정하였는데, 그 이유로 내세운 것 역시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있
는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고 형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인신의 자유, 절차적 기본권 등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도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
려는 것'이었다.
③ 관련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 그리고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제도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 형사재판은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을 정하는 절차로 그 과정 및 결과 모두가 형사재판을 받는 피
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에게 다양한 방어적 권리를 부여
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 피고인 스스로 수사기관이자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상대로 자신
을 효과적으로 변호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중요한 기본권으로 정하고 있다. ㉰ 피고인이 구속되어 구금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정신적ㆍ육
체적으로 제한되고 위축될 뿐만 아니라 사회와 단절됨에 따라 유리한 증거 수집 등 공소에 대한 방
어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 이처럼 형사재판에서 검사와 구속 피고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법이라는 저울의 형평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법률전문
가인 변호인이 피고인을 조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변호인을 선정하여 그가 구속 피고인을 위해 조력하도록
해야 한다. ㉲ 기본적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인이 구속 피고인의 방어력을 보충함으로써
형사재판의 법정에서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과 '검사'는 대등한 지위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방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정한 재판에 대한 당사자나 일반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사회
적 토대가 두터워질 수 있다.
④ 위와 같은 이해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할 상황으로 입법자가 상정한 '피고인이 구
속된 때'를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로 굳이 한정하여 해석할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여러 죄를 범한 동일 피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그중 일부를 분리기소하거나 법원이 별건으로 계속
중인 사건을 병합하는지 여부, 일부 죄에 대한 판결이 먼저 확정되는지 여부와 그 시기 등에 따라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 상태', '별건 구속 상태',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형 집행
중인 상태'로 구금 상태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구금 상태로 인한 정신적ㆍ육체적 제약이나 사
회와의 단절 등으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실질이나 제
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
계없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특별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등 관련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입법 목적 또
한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선변호인 제도가 경제적 약자의 형사사법절차
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되도록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국
선변호인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도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다) 사건이 아닌 피고인의 입장에 선 해석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통한 방어권의 보장은 사건의 병합이나 분리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입장 및 관점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①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러 죄가 하나의 재판절차에서 진행되는지 또는 분리되어 여러 재판절
차에서 진행되는지 등의 사정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 구속과 별건
구속 또는 형 집행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 상
태', '별건 구속 상태',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형 집행 중인 상태' 모두 '구금 상태'라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해당 사건과 별건의 구분은 입건된 사건별로 수사하거나 분리기소 내지 추가기소 혹은 한 개 또는
수 개의 법원에 계속된 사건의 병합ㆍ분리 여부 등 수사, 기소, 재판에 이르는 일련의 형사사법절차
에 의해 여러 개의 사건으로 구분된 것일 뿐, 피고인의 의사와는 기본적으로 무관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형이 집행된 경우 역시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
러 죄 중 일부에 관하여 먼저 판결이 확정되어 형의 집행을 받는 수형자가 된 상황일 뿐이다.
②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규정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함으로
써 '여러 개의 죄를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실체법적 관점에서 구현한 것이라면, 필요
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동시에 재판받을 경
우와의 형평성'을 절차법적 관점에서 관철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여러 사건이 병
합기소되거나 병합심리되어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되어 병합
된 모든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되는바, 구속된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러 죄를
동시에 재판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제공
함으로써 절차적 형평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즉,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러 죄가 병합되지 않거
나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심리되었다는 사정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가 일부 사건으로 제한되지 않도록 '구속'의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여러 죄를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
와 비교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상당한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신숙희의 별개의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
고인이 구속된 때'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를 의미하고, 피고인
이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
지 않는다고 판시한 종래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확립된 선례를 변경하지 않고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타당한 해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
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범위를 확대하는 해석론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의 요지
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법 문언과 규정체계,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명시적으로 해당 형사사건으로 인한 구속을 의미하
는 '구속'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 중이거나 다
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까지 이에 포함
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둘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구속'이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도입된 이후 현재
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선언된 법리로서 이에 따른 재판 실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형
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으로 인한 구속으로 해석하더라도 해당 형
사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 등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으
므로 신체의 자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기
본권의 취지나 정신에 반하지 아니한다. 확립된 판례를 변경하려면 이를 정당화할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나,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논거들은 추상적 선언에 그칠 뿐 그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다.
셋째,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관하여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와 별
건으로 구속되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
치는 영향 등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을 확대
해석한다면 자칫 신속한 사법 정의의 실현 등을 위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어긋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는 법리이다.
넷째, 피고인의 충실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법조문을 목적론적
해석에 맞추어 정의하는 것은 입법을 해석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특히 형사사
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사람은 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사람이지 구속된 사람이 아님이 문언상 분명함에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에 해당한
다고 보는 것은 법 문언의 가능한 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참 조 조 문
헌법 제12조,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 제69조, 제473조 제1항, 제2항, 제474조 제2항, 제
475조, 제492조, 형법 제37조
참 조 판 례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579 판결(공2009하, 1060)(변경),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
10441 판결(변경),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2108 판결(변경),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5420 판결(변경),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6도4479 판결(변경),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9006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유소정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5. 4. 선고 2021노2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소송의 진행 경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인천지방법원은 2020. 9. 9.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을 선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이하 피고인과 관련하여 '별건'을 언급할 때에는 위 건조물침입죄
등 사건을 가리킨다). 위 판결은 2021. 3. 11. 확정되었다.
2)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가 2020. 12. 22. 제기됨에 따라, 위 구속영장과 확정판결의 집행으로
피고인이 구금된 상태에서, 이 사건 제1심 및 원심 공판절차가 진행되었다.
3) 제1심에서, 피고인은 2021. 1. 12. '빈곤 기타 사유'를 이유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하였으나,
제1심법원은 이를 기각하였다. 제1심법원은 2021. 1. 14.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
고인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4) 원심에서도, 피고인을 위한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2021. 4. 13. 제1
회 공판기일이 진행된 다음 곧바로 변론이 종결되었다. 원심은 2021. 5. 4. '제1심판결 선고 이후 확
정된 위 별건의 죄'와 '이 사건의 죄'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제1심판
결을 파기하면서도 다시 피고인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는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
하여야 할 사유(이하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라고 한다) 중 하나로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정
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원래 구속제도
가 형사소송의 진행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 아래 피고인의 신병
을 확보하는 제도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
우를 의미하고,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이 아닌 별개의 사건, 즉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
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579 판결,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도10441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2108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5420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6도4479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9006 판결 등 참조, 이하 '종래의 판례 법리'라
고 한다).
피고인은 상고이유로, 줄곧 구속 상태에 있었던 자신을 위하여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진
행된 제1심 및 원심의 재판 과정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
이 구속된 때'의 의미를 종래의 판례 법리처럼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로 한
정하여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그와 같이 한정하여 볼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
는 경우 또한 위 법률조항에서 정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
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문언, 위 법률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고려된 '신체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규정의 취지와 정신 및
입법 목적 그리고 피고인이 처한 입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
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한정
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속'이라는 법 문언의 의미
가) 형사소송법 제69조는 “본법에서 구속이라 함은 구인과 구금을 포함한다.”라고 하여 '구속'의 구
체적인 의미를 제시하지 않고 단지 '구인과 구금'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구
속'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하는 것'을 말하고, '구금'의 사전적
의미는 '강제력에 의하여 특정인을 특정 장소에 가두어 그의 의사에 따른 장소적 이동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구속'의 의미를 그 사전적 의미나 정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행동이나 의사
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하는 구금 상태'로 이해하면,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경우와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경우 그리고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모두가 '구속'의 개념에 어렵지 않게 포함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
1항 제1호가 정한 법 문언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은 해당 형사
사건의 구속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나) 형사소송법이 재판의 집행에 관하여, '사형,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가 구금되지
아니한 때에는 검사는 형을 집행하기 위하여 이를 소환하여야 하고, 소환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검사는 형집행장을 발부하여 구인하여야 한다.'(제473조 제1항 및 제2항)고 규정하고 있거나, “형집
행장은 구속영장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제474조 제2항), '형집행장의 집행에는 피고인의 구속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제475조), '노역장유치의 집행에는 형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제
492조)라고 정하고 있는 것에도 주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은 형 집행에 따른 수용(수용)도 '구
속'의 한 유형인 '구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성하고 있는바,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이 반드시 수사
와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라는 기능적 개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적어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구속'의 한 유형인 '구금'의 개념을
'해당 사건과의 관련성 유무'나 '유죄판결의 확정 전후'로 구별해서 이해하여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다) 종래의 판례 법리도 '구속'이라는 법 문언의 본래적 의미가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으로 한정된다
는 이유에서보다는, 피고인의 신병 확보라는 구속제도의 역할과 기능 등을 규범적으로 고려하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고 이해된다. 결국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서 위 '구속'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 구속의
제도적 의의 등을 충분히 고려하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로 그 구속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헌
법 및 형사소송법상 권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막거나 최소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국선변호인
제도의 의미와 기능 등에도 주목하여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2) 헌법 그리고 입법 목적을 고려한 해석
가) 헌법 제12조는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그에 이어
제1항 제2문 내지 제7항에서 신체의 자유를 위한 일련의 절차적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권리로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
에서는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
호인을 붙인다.”라고 하여 국회로 하여금 국선변호인 제도를 입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나) 국회는 2006. 7. 19. 법률 제7965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피고인이 구속된 때'를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처음 규정하였는데, 그 이유로 내세운 것 역시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있
는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고 형사절차에서 침해될 수 있는 인신의 자유, 절차적 기본권 등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구속 피고인에 대하여도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
려는 것'이었다.
다) 관련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 그리고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제도적 의의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① 형사재판은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을 정하는 절차로 그 과정 및 결과 모두가 형사재판을 받는 피
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②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피고인에게 다양한 방어적 권리를 부여
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도움 없이 피고인 스스로 수사기관이자 법률전문가인 검사를 상대로 자신
을 효과적으로 변호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중요한 기본권으로 정하고 있다. ③ 피고인이 구속되어 구금된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정신적ㆍ육
체적으로 제한되고 위축될 뿐만 아니라 사회와 단절됨에 따라 유리한 증거 수집 등 공소에 대한 방
어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④ 이처럼 형사재판에서 검사와 구속 피고인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법이라는 저울의 형평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법률전문
가인 변호인이 피고인을 조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속 피고인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변호인을 선정하여 그가 구속 피고인을 위해 조력하도록
해야 한다. ⑤ 기본적 인권 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인이 구속 피고인의 방어력을 보충함으로써
형사재판의 법정에서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과 '검사'는 대등한 지위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방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정한 재판에 대한 당사자나 일반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사회
적 토대가 두터워질 수 있다.
라) 위와 같은 이해에 따르면, 국선변호인을 반드시 선정할 상황으로 입법자가 상정한 '피고인이 구
속된 때'를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로 굳이 한정하여 해석할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 또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여러 죄를 범한 동일 피고인에 대하여 검사가 그중 일부를 분리기소하거나 법원이 별건으로 계속
중인 사건을 병합하는지 여부, 일부 죄에 대한 판결이 먼저 확정되는지 여부와 그 시기 등에 따라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 상태', '별건 구속 상태',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형 집행
중인 상태'로 구금 상태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구금 상태로 인한 정신적ㆍ육체적 제약이나 사
회와의 단절 등으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실질이나 제
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
계없이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특별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등 관련 헌법규정의 취지와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입법 목적 또
한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선변호인 제도가 경제적 약자의 형사사법절차
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되도록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국
선변호인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도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3) 사건이 아닌 피고인의 입장에 선 해석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통한 방어권의 보장은 사건의 병합이나 분리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입장 및 관점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가)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러 죄가 하나의 재판절차에서 진행되는지 또는 분리되어 여러 재판절
차에서 진행되는지 등의 사정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피고인의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 구속과 별건
구속 또는 형 집행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 상
태', '별건 구속 상태',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형 집행 중인 상태' 모두 '구금 상태'라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
해당 사건과 별건의 구분은 입건된 사건별로 수사하거나 분리기소 내지 추가기소 혹은 한 개 또는
수 개의 법원에 계속된 사건의 병합ㆍ분리 여부 등 수사, 기소, 재판에 이르는 일련의 형사사법절차
에 의해 여러 개의 사건으로 구분된 것일 뿐, 피고인의 의사와는 기본적으로 무관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형이 집행된 경우 역시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
러 죄 중 일부에 관하여 먼저 판결이 확정되어 형의 집행을 받는 수형자가 된 상황일 뿐이다.
나)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규정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함으
로써 '여러 개의 죄를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실체법적 관점에서 구현한 것이라면, 필
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절차법적 관점에서 관철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여러 사건이
병합기소되거나 병합심리되어 동시에 재판받을 경우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되어 병
합된 모든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되는바, 구속된 피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러 죄
를 동시에 재판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모든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제
공함으로써 절차적 형평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즉, 동일한 피고인이 범한 여러 죄가 병합되지 않
거나 분리된 채 서로 다른 법원이나 재판부에서 심리되었다는 사정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
리가 일부 사건으로 제한되지 않도록 '구속'의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여러 죄를 동시에 재판받을 경
우와 비교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상당한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3. 판례의 변경
이와 달리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
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를 의미하고,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
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앞서 본 대법원판
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판단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별건으로 구속 내지 형 집행 중에 있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
호가 정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282
조, 제370조에 따라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제1심의 공판절차가 변호인 없이 이루어져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 등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그와
같은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이므로, 이 경우 항소심으로서는 변호인
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 소송행위를 한 후 위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의 진술 및 증
거조사 등 심리결과에 기초하여 다시 판결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도2347 판결, 대
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10544 판결 등 참조). 원심으로서는 변호인의 조력 없이 이루어진
제1심에서의 증거조사절차 등의 위법성을 감안하여,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하여 선정
된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피
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소송절
차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
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신숙희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권영준의 보
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신숙희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이 사건에서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
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 함은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를 의미하고, 피고인
이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는 이에 해당하
지 않는다고 판시한 종래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확립된 선례를 변경하지 않고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타당한 해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요
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범위를 확대하는 해석론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의 요지
는 다음과 같다.첫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법 문언과 규정체계,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명시적으로 해당 형사사건으로 인
한 구속을 의미하는 '구속'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 중이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
우까지 이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둘째, 종래의 판례 법리는 '구속'이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도입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선언된 법리로서 이에 따른 재
판 실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의 '구속'을 해당 형사사건으
로 인한 구속으로 해석하더라도 해당 형사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 등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
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으로써 피
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으므로 신체의 자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취지나 정신에 반하지 아니한다. 확립된 판례를 변경
하려면 이를 정당화할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나,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논거들은 추상적 선언에
그칠 뿐 그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한다.셋째,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관하여 해당 형
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와 별건으로 구속되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
금 상태에 있는 경우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영향 등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을 확대해석한다면 자칫 신속한 사법 정의의 실현 등을 위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어긋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는 법리이다.넷째, 피고인의 충실한 방어
권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방향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법조문을 목적론적 해석에 맞추어 정의하는
것은 입법을 해석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특히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
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사람은 형의 집행을 받고 있는 사람이지 구속된 사람이
아님이 문언상 분명함에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법 문언
의 가능한 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하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 형사소송법 체계와 법 문언의 가능한 해석에 관하여종래의 판례 법리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
항 제1호의 문언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체계 및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1) 형사소송법은 '해당 형사사건'에서 적정한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이므로, 특
별히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은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신병 확보를 위한
구인 또는 구금'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수사와 재판을 전제로 하는 개
념으로서 여기에서 수사와 재판은 원칙적으로 해당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나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처분을 말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구속'도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
을 의미한다.
2) 형사소송법은 총칙 편 제9장에서 피고인에 대한 소환ㆍ구속 및 구속된 피고인의 권리 등에 관해
서 규정하면서(형사소송법 제68조부터 제105조까지), 구속에 관한 규정을 피의자의 체포ㆍ구속에
준용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201조의2 제10항, 제209조, 제213조의2). 위 각 규정에서
정한 구속의 사유, 집행절차,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권리 등에 대한 내용과 체계에 따르면, 형사소송
법이 제69조에서 '구인과 구금'으로 정의한 '구속'은 법원이 주체가 되어 수사와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가 필요한 경우 이루어지는 강제처분을 말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수사와 재판은 해당 형사사
건에 관한 것을 의미함이 명백하다. 즉, '구속'의 목적은 적정한 사실조사 및 소송절차에의 출석이
라는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과 형벌의 집행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하
고 있는 '구속'은 그 의미를 달리 볼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해당 형사사건을 전
제로 하는 개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3) 형사소송법은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강제처분을 의미하는 '구속'과 구별하여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을 지칭할 때에는 '신체구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4조, 제60조 제4
항, 제280조, 제309조 참조). 형사소송법 제34조에서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의 대상을 '신체가 구속
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로 규정하고, 형사소송법 제309조에서도 증거능력이 없는 자백의 예로 '신
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를 들고 있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거나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위 규정들의 문언과
입법 취지상 이때의 '구속'은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널리 공권력에 의
한 '구금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입법자가 널리 공권력에 의한 구금 상태를 '신체
구속'이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과 준별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만일 형사소
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널리 공권력에 의한 구금 상태를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규
정하려는 취지였다면, '피고인이 신체구속을 당한 때'와 같이 규정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형
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명시적으로 '구속'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에 별건으로
구속되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 문언 및 체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에도 반한다.
다. 효율적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관하여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재판 실무는 현재까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에 따르더라도 해당 형사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 등으로 구금 상
태에 있는 피고인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으므로, 신체의 자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
을 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취지와 정신에 반하지 아니한다.
1) 종래의 판례 법리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명확하게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2006년 도입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
속'에 관한 재판 실무가 형성되어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학계에서도 그동안 별다른
이의나 문제의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절차는 공판절차의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져 이후 재판절차의 적법성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 명확성과 예측가능성
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재판 실무가 하루아침에 위법
한 것이었다고 선언하는 데에는 그만큼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선례를 부정하지 않고 현재 실무에
대한 제한적 해석으로도 지혜로운 해결이 가능하다면 더욱 그러하다.
2) 별건 구속이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를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은 제33조
제2항과 제3항에서 피고인의 청구가 있거나 법원이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
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적극적으로 형사
소송법 제33조 제2항과 제3항에 따른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하게 보
장할 수 있다.
3)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이하 '예규'라고 한다)에서도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
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를 청구국선 사유로 명시하여 피고인이 청구하면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예규 제6조 제1항). 또한 이 경우 피고인이
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국선변호인을 선
정할 수 있다(예규 제6조 제2항).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와는 달리 법원에 일정한 재량을 부
여하고 있기는 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것이 원칙적인 재판 실무이다.
4)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관하여,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와 별건으
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는 해
당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영향과 변호인의 조력을 통한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
가)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
에서 구속되었다는 것은 그 사안에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이 크고 그 결과 피고인이 받을 불이익의 정도가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
미한다. 따라서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에 대하여는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성
이 불구속의 경우와 비교할 때 현저히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다른 사건에서 발
부된 구속영장으로 구금 중이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다는 것과 재판을
받는 해당 형사사건의 사안이 중대한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형사사건에
따라 변호인의 조력을 통한 방어권 보장의 필요 여부나 정도가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나)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은 그 구속 자체가 재판을 받는 해당 형사사건의 수사와 재판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방어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별건 구속이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그 구금 상태가 사실상 해당 형사사건의
수사에 이용되거나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영향
의 의미나 정도가 해당 형사사건 구속과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라. 사법 정의의 신속한 실현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관하여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의 방
어권 보장과 신속한 사법 정의의 실현 등을 위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
다.
1) 종래의 판례 법리와 현재의 재판 실무가 신속한 사법 정의의 실현 등을 위한 효율적인 형사사법
절차의 운영에 부합하는 면이 있음을 가볍게 보아서는 아니 된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피고인이 구
금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형사사건의 구속을 제외한 다른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에 변호인
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 필요성 여부를 개별 사건마다 해당 법원이 판단을 하는 것이 더 타당
하다는 전제에 서 있는 것이다.
2) 해당 형사사건으로 구속된 경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직접적
으로 제약할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더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은 법원에 재량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별건 구속이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
우에는 재판을 받는 해당 형사사건 사안의 중대성이나 구금 상태가 피고인의 방어권에 영향을 미
치는 정도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므로 해당 형사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에
관한 개별적인 판단을 맡기고자 하는 것이다. 극히 경미하거나 피고인이 다투지 않는 사안의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요청이 신속한 사법 정의의 실현이라는 요청보다 언제나 우선시된다
고 단정할 수 없고 개별 사안에 따라서는 후자가 더 필요하다고 평가할 만한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만일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도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해당 형사사건 사안의 경중
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 해당 형사사건의 사안이 극히
경미하거나 피고인이 다투지 않는 사안의 경우에도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면,
이로 인하여 적정한 형벌권의 신속한 실현 등을 위한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해당 형사사건이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절차인 경우(특히 피
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거나 확정된 벌금형에 대한 노역장 유치명령의 집행시기만을
늦추기 위하여 정식재판청구권회복을 거쳐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벌금형의 감액만을 주장하는 경우나 아무런 사실적ㆍ법리적 다툼이 없는 사안의 경우까지도 다른
사건으로 인한 '피고인의 구금 상태'만을 이유로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해석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실체적 진실발견과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이라
는 형사소송의 기본이념, 한정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안에까
지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것은 오히려 정의와 형평에 반하거나 심각한 불합리가 초래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앞서 본 바와 같이 예규에서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를 피고인의 청구에 의한 국선변호인 선정사유
로 규정하면서도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절차를 제외하도록 규정한 것은 이러한 고려에 따
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예규 제6조 제1항 제8호 단서).또한 피고인이 별건 구속이나 확정된 유죄판
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다는 사정은 해당 형사사건의 공판절차 진행과는 별개의 유동적인
사실관계로서 공판기일 직전에 별건으로 구금된 경우, 노역장 유치명령으로 일시적으로 구금 상태
에 있는 경우까지도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신속한 사법 정의
의 실현을 저해하고 절차의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
4)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라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되어 수형
중인 경우를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더라도, 해당 형사사건의 재
판을 하는 법원은 그 형사사건의 공소사실과 법정형, 피고인이 다투는 주장 내용과 취지, 가족관계
등 피고인이 처한 상황, 구금의 시기 및 기간, 수사나 소송절차의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하고 피고인의 구금 상태가 해당 형사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확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
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수 있다. 종래의 판례 법리와 이에 따른 현
재의 재판 실무가 개별 사안마다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점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동시에 조화롭게 도모하고 있는 것
이다.
마. 지나친 목적론적 접근방법에 대한 경계의 필요성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문언해석을 넘어서 법
률의 내용과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자칫 입법 권한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여야 한다.
1)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게 함으로써 무기대등의 원
칙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고 이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형사
재판을 받는 모든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사법의 방향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의문이 없다. 덧붙여 입법론으로 불구속 피고인을 포함한 모
든 형사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 선정을 보장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2) 그러나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에서 정한 체포ㆍ구속된 사람의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의 대
상, 범위 등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기본적으로 입법에 맡겨
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종래의 판례 법리가 문언과 체계에 위배되지 않고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함
에도 목적론적 해석을 통해 법률의 내용과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입법을 해석으로 대체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3) 특히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그 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경우까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구속'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법 문언의 해석 가능한 한계를 넘고, 형사소송
법의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가 단순히 '구속'이라고 정하고 있는
이상, 이는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의 법원에 의한 구인 또는 구금이라는 '구속'만을 의미한다고 보아
야 한다. 그 주체가 법원이 아닌 집행기관에 의한 구금 상태인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이 '구속'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속'에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에 따른 구금 상태'까
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규정한 조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해석은 아무런 근거
가 없고 법체계에도 어긋난다.나아가 '확정된 유죄판결에 따른 형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는 수
형자'는 무죄추정을 받으면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미결수용자'와는 그 지위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이라고 한다)은, 미결수용자와 수형자를 구분하여 정
의하고 입법 목적과 처우에 대하여 달리 규정함으로써 그 지위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다. 형집행
법은, '수형자'란 '징역형ㆍ금고형 또는 구류형의 선고를 받아 그 형이 확정되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과 벌금 또는 과료를 완납하지 아니하여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제2
조 제2호)으로, 미결수용자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제2조 제3호)으로 구분하고, 수형자에 대해서는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한다.'는 입법 목적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제1조). 처우의 원칙도 수형자에 대해
서는 '교정교화를 도모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능력을 함양하도록 처우하여야 한다.'(제55조)고
규정한 반면 '미결수용자는 무죄의 추정을 받으며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는다.'(제79조)고 달리 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구속'을 문언의 가
능한 의미까지 최대한 확장하여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에 따른 구금 상
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 하여 모든 법률
의 규정에 대한 유추해석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접근방법이고 비(비)사법적이다.
바.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한 경우그런데 피고인이 별건으로 구
속되어 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태에 있다면 법원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여 필요한 경우 국선변호인
을 선정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해당함에도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공판심리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
다고 보아야 한다.
1)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별건으로 구속되어 있거나 확정된 유죄판결의 집행으로 구금 상
태에 있는 피고인은 신체적 자유가 제한됨에 따라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필요한 법리적 주장을 간과하거나 사안
의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법률지식의 부족 등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
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피고인
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법원은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
의 나이ㆍ지능 및 교육 정도를 비롯한 피고인의 주장 내용, 가족관계 등 피고인이 처한 상황, 구금
의 시기 및 기간 등 구금 상태가 해당 사건의 방어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확인한 다음 권
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
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2) 그럼에도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이 필요하다고 인
정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공판심리가 이루어져 피고인
의 방어권이 침해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
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사.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한 원심의 조치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기소되기 약 3개월 전 별건으로 구속되어 수사 단계에서부터 원심에 이
르기까지 계속하여 구금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나) 피고인은 제1심에서부터 '본인은 조현병을 앓고 있고, 현재 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며, 가족은 지
적장애인인 부친뿐이다.'는 취지의 내용을 의견서 등에 기재하기도 하였다.
다) 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에서 자백하였지만, 수사 단계에서부터 제1심에 이르기까지 자신도 피
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의 경위에 대해 일부 다투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원
심에서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삼았으나, 수사 단계 및 제1심에서와 동일하게 범행의 경위에 대하
여는 여전히 다투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제1심 및 원심은 모두 제1회 공판기일이 진행된 다음 곧바로 종결되었는데, 피고인은 제1심 공
판절차가 마쳐진 직후에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면서 위와 같이 범행의 경위를 다투는 내용을
기재한 의견서를 함께 제출하기도 하였다.
마) 이와 같이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더라면 피고인이 범행의
경위 등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다투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 자료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
로 방어권을 행사할 여지가 있었다.
2) 위 인정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나이ㆍ지능 및
교육 정도, 건강 상태, 다투는 내용에 관하여 구금 상태에서 피고인 홀로 방어권 행사가 가능한 수
준과 정도, 피고인의 재판을 도와줄 가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살펴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
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하여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
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취했어야 할 것이다.
3) 이와 달리 피고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함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고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
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결론을 같이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권영준의 보충의견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
인이 구속된 때'를 피고인이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한 종
래의 판례 법리를 변경하여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경우까지 '구속'에 포함하여 해석해
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면서, 별개의견이 제시하는 논거들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가. 다수의견이 취한 법률 해석의 가능성과 정당성별개의견은 법 문언과 체계, 입법자의 의사에 비
추어 다수의견이 법률 해석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취한 법률 해석은 가능
할 뿐만 아니라 정당하다.
1) 법 문언의 해석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이 문언해석의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률 해석의 대상이 되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쟁점
조항'이라고 한다)는 '피고인이 구속된 때'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속'이 반드시 해당 사건에
서의 구속일 것을 문언상 요구하고 있지 않다. '구속'의 정의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69조도 해당 사
건 관련성을 문언상 요구하고 있지 않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6호의 필요적 국선변호
인 선정사유가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
소된 때'라고 규정된 것과 대비된다. 결국 '구속'이 오로지 '해당 사건에서의 구속'만을 의미한다는
별개의견의 입장은 법 문언 그 자체로부터 곧바로 도출되지 않는다.'구속'이라는 문언은 다양한 의
미로 이해될 수 있다. 다수의견이 밝힌 '구속'의 사전적 의미나 일상적 용법에 비추어 보면, 수범자
인 일반 국민은 '구속'을 '신체의 자유가 제한ㆍ속박된 구금 상태' 그 자체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고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이러한 이해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이러한 이해 가능성에 근거한 것으로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부
합하거나, 적어도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 있는 해석이다.
2) 체계적 해석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항별개의견은 형사소송법의 다른 조항들에서 '구속'을 '해당
사건으로 인한 구속'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쟁점 조항도 같은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
다고 한다. 이는 형사소송법 체계의 일관성을 도모하려는 해석 방법으로 이해된다. 같은 법률에서
사용되는 같은 용어는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바람직한 면도 있다. 그러나 어떤
용어의 의미는 그 용어가 사용되는 목적이나 맥락과 분리하여서는 확정할 수 없다. 또한 하나의 법
률에서 반복하여 사용되는 어떤 용어가 그 사용 목적이나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경
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용어가 사용 목적이나 맥락에 걸맞은 의미를 지니
도록 해석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 용어가 법률 내에서 체계적ㆍ유기적
으로 부여받은 의미를 현실 세계에 더욱 잘 구현하도록 도움으로써 법의 체계성과 정합성을 높이
고 법과 사회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별개의견이 지적하듯 형사소송법 총칙 편 제9장의 '구
속'에 관한 규정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쟁점 조항 외의 조항들은 해당 형사사건과의 관련성 아래에
서 '구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는 '구속'이라는 용어가 개념상 필연
적으로 그렇게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용어가 특정 사건에 관한 수사와 재판을 위한
신병 확보를 통해 형사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담보하려는 해당 조항들의 목적이나 맥락에서 이해되
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사건 쟁점 조항에서의 '구속'은 국가권력에 의한 구금 상태에 있어 일
단 신병이 확보되었으나 이러한 구금 상태로 인하여 취약한 지위에 있는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을 충실히 보장하려는 이 사건 쟁점 조항의 목적이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이나
맥락에서는 '구속'이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으로 인한 구금 상태를 널리 포함하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체계에 반하는 해석이 아니라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
가 형사소송법 전체 체계 내에서 개별적으로 부여받은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구현하도록 함으로써
형사소송법의 체계성과 정합성을 제고하는 해석이다.
3) 입법자의 의사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이 입법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입법
자가 이 사건 쟁점 조항의 '구속'을 '해당 사건에서의 구속'으로만 한정하였다거나, 별건으로 구속
되거나 형 집행 중인 경우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구속'을 해석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배제할 명확
한 의사를 가졌다는 점을 뒷받침할 입법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입법자의 의사가 최종적
으로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이유는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을 뒷받침한다. 해당
개정이유의 핵심은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있는 헌법 정신을 구체화하는 것', '형사절차에서 침해
될 수 있는 인신의 자유, 절차적 기본권 등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명시된 입법자의 의사는 구금 상태에 있어 방어권 행사가 어려운 피고인
의 절차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반면 개정이유 어
디에도 이러한 입법 취지가 오로지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언급은 없다.
입법자가 해당 사건에서의 구속을 주로 염두에 두고 이 사건 쟁점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을 하였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바와 같은 '구속'의 의미를 충분히 의식하
면서, 별개의견이 취하는 바와 같은 좁은 해석을 의도적으로 채택하여 이를 명시적으로 입법화하
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때로 입법자의 의사에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해석 주체는 객관적이고 명시적으로 표명된 입법자의 의사를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아 입법 목적이
나 취지를 음미하면서 법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 이 사건 쟁점 조항에 관하여 객관
적이고 명시적으로 표명된 입법자의 의사 및 이로부터 추단되는 입법 목적이나 취지는 문언의 가
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하려는 다수의견의 입장
과 맞닿아 있다.
4)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본질이 사건 쟁점 조항에서의 '구속'은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본
질과 결부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국가가 구속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부여하는 본질적
인 이유는 피고인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되어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실질적으로 실현하여 피고인이 대등
하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초점은 피고인이 구속되
어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가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고 피고인이 해당 사건 또는 별건으로 구속되
었는지 등 그러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지 않다.피고인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필요적 국
선변호 여부를 결정하는 접근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2호부터 제5호에서도 두루 발견된다.
즉, 피고인이 미성년자이거나(제2호) 70세 이상이거나(제3호)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거
나(제4호),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제5호)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이유는 피고
인이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를 하기 어려운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상태에 이
르게 되었는지, 또 그러한 상태가 해당 사건과 어떻게 결부되어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피고인이 구
속된 때(제1호)도 이러한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들과 본질을 같이한다. 이러한 제도의 본질에
집중하면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구금 상태를 해당 형사사건에서의 '구속'과 달리 취급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별개의견은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가 박탈되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
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가라는 본질적 물음보다는 피고인이 그 상태에 빠지게 된 형사절차상 경위
가 무엇인가라는 비본질적 물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다.
나. 법률 해석과 재판 실무별개의견은 종래의 판례 법리에 따른 재판 실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고,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으로 인한 구금 상태의 경우에도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
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한
다. 이는 기존 판례에 기초한 재판 실무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한편, 재판 실무의 유연성을 통해 다
수의견의 법률 해석과 유사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재판 실무가 법
률 해석에 앞설 수는 없다. 대법원은 법률을 정당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재판 실무는 그러한 해석의
기초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재판 실무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거나, 앞으로
도 재판 실무의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논거는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법률 해석
을 좌절시키는 독자적인 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재판 실무에 혼란을 초
래하거나 법적 안정성을 심하게 해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재판 실무의 개별성과 유동성에 명확
성과 예측가능성을 더함으로써 오히려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1) 재판 실무의 안정성별개의견도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형사법의 방향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별
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으로 인한 구금 상태에 있는 피고인에게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는 것이 원칙적인 재판 실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이러
한 원칙적인 재판 실무의 흐름과 일치할 뿐 아니라 그 흐름을 제도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방향의 해
석이다. 그러므로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이 재판 실무에 혼선을 초래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나중
에 살펴보듯이 이러한 법률 해석은 재판 실무의 안정성을 제고한다.한편 재판 실무의 안정성을 논
하는 별개의견에는 판례 변경의 자제를 통한 법적 안정성의 도모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
인다. 법적 안정성 또는 그와 관련된 신뢰 보호는 중요한 가치이고, 법률을 해석할 때에도 이러한
가치가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한 한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법적 안정성
을 해치거나 누군가의 신뢰를 저버리는 해석이 아니다. 구속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것은 그 누구의 법적 안정성도 해치지 않는다. 또한 그 누구도 '별건으로 구
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피고인에게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호 가치
있는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2)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확실한 보장별개의견은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경우
재판을 받는 해당 형사사건의 사안의 중대성 여부와 피고인의 방어권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개
별 사안마다 다르므로 법원이 이른바 청구국선(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이나 재량국선(형사소송
법 제33조 제3항) 제도를 활용하여 그 사안의 개별성에 따라 국선변호인 선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우선 사안의 개별성은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
다는 점을 밝혀둔다. 무엇보다도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이 사건 쟁점 조항에 따른 국선변호의 필
요성은 사안의 개별적인 특성과 무관하게 피고인이 처한 구금 상태로부터 도출된다는 전제에 서
있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하는 한 해당 사안의 중대성이나
개별적인 방어권의 취약성과 무관하게 반드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라는 것이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취지이다. 청구국선이나 재량국선 제도는 피고인의 자유로운 판단 또는
법관의 재량 판단에 의존하는 제도이나,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는 자유와 재량의 영역이라기보다
는 후견과 기속의 영역에 속한다.또한 청구국선이나 재량국선 제도는 피고인 또는 법관의 개별적
판단에 착오나 오류가 없어 방어권 보장에 공백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기대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
나 이러한 기대가 언제나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
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원심은 변호인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이러한 원심의 조치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위법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에는 별개의견도 결론을 같이한다. 다수의견의 법률 해석은 청구
국선이나 재량국선 제도를 통해 피고인이나 법관의 개별적 판단에 맡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위법한 소송절차의 진행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여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해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
적인 방어 수단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다 충실하고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해석이다.
다.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별개의견은 종래의 판례 법리에 의할 때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신속
한 사법 정의의 실현 등을 위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
한 별개의견의 입장은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경우
불필요한 사건에까지 국선변호인이 선정됨으로써 사법자원의 낭비 또는 비효율적 배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힌 다수의견의 입장에 따르면 구금 상태에 있는 모
든 피고인에게는 국선변호인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국선변호인의 선정
및 이로 인한 비용의 지출은 결코 사법자원의 낭비 또는 비효율적 배분이 아니다. 사건의 특성 및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국선변호인의 조력 범위와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객관적으
로 국선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피고인에게 그 조력을 받을 충분한 기회를 보편적으
로 부여할 책무를 부담한다. 그러한 책무의 충실한 수행이야말로 사법자원을 그 본래 취지대로 사
용하는 방법이다.또한 별개의견이 밝혔듯이 이미 우리 재판 실무에서는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피고인에게도 청구국선 또는 재량국선의 형태로 국선변호인이 원칙적으로 선정되고 있
다. 예외적으로 이러한 선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소수의 사건에 관하여 다수의견에 따라 추가로 국
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하여 감내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선
변호인의 조력은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는 물론이고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에도 기여함으로
써 종국적으로는 사법자원을 더욱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과
거와는 달리 변호사들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획기적으로 신
장하는 각종 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점도 우리 사회가 필요적 국선변호인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데 사법자원을 기꺼이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음을 방증한다.그리고 별개
의견에 의하면 청구국선 허용 여부나 재량국선 선정 여부에 대하여 사건마다 재판부의 판단이 요
구되고, 그 판단의 당부는 상급심의 판단 대상이 되어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 절차를 처
음부터 다시 진행하여야 한다. 이로 인하여 재판 역량이 해당 분쟁의 본질적ㆍ실체적 쟁점에 집중
되지 못하고 국선변호인 선정과 관련한 절차의 당부에 대한 판단으로 분산되어, 결과적으로 불필
요한 심급 간 이동만 반복될 수 있다. 이보다는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피고인에게 처
음부터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상태에서 사건의 본질적ㆍ실체적 쟁점에
집중하여 심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사법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라. 유추적용의 가능성설령 별개의견의 입장처럼 다수의견이 법률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가정
하더라도 유추적용을 통하여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밝혀둔다. 형사법은 일
반적으로 유추적용과 친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죄형법정주의 원칙 아래에서 피고인에
게 불리한 유추적용을 금지한다는 의미일 뿐이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유추적용은
허용된다. 이러한 법리는 형사실체법뿐만 아니라 형사절차법에도 적용된다. 대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형사소송법 규정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유추적용한 바 있다.예컨대 대법원은 변호인참여권
에 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가 신설되기 전 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른 피의자신문절차에서 변호인참여권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었
음에도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을 바탕으로 구속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에 관한 구 형
사소송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신문절차에서 변호인참여권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참조). 또한 대법원은 피고인이 상소를 제기하였다가 그 상소를 취하한 경
우 '상소제기 후 상소취하 한 때까지의 구금'은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
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비록 이를 직접 규율하는 규정은 없지만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유추적용을 통하여 그 전부를 본형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0. 4.
16. 자 2010모179 결정 참조).이처럼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에 비추어 유추적용이 정당하
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형사법의 영역에서도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원리는 헌법과 형
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에 내재한 상위 원리이다. 이러한 상위 원리는 해당 사건에서 구속된 피고인
뿐 아니라 이와 마찬가지로 구금 상태에 놓인 별건으로 구속되거나 형 집행 중인 피고인에게도 공
통적으로 적용된다. 그가 형사절차상 어떤 원인과 경위로 이러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는가에 관하
여 양자의 경우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위와 같은 상위 원리에 기초한 유추적용을
배제할 만큼 의미 있거나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다. 요컨대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여러 논거들
은 유추적용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승인하기에 충분하다.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대법관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주심) 노태악 이흥구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