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유럽단일특허제도 - 이성국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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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0
1. 기존의 유럽특허제도의 문제점 및 유럽단일특허제도의 시행
현재 유럽에서의 특허제도는, 유럽 내 원하는 개별국에 별도로 출원 및 등록하는 개별국 특허제도와 유럽특허조약(EPC)에 의해 유럽특허청(EPO)에 출원 및 심사만으로 등록 여부가 결정되고, 유럽특허청의 회원국 중 선택한 국가에서 유효화하여 등록을 받을 수 있는 유럽특허제도가 있다. 개별국 특허제도를 이용하는 경우, 그 국가에서 특허 등록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고, 등록 후 분쟁의 경우에도 그 국가의 법으로 결정되며, 유럽특허제도의 경우, 유럽특허청에서 단일의 심사 후 등록 여부가 결정되지만, 등록 후 분쟁에 있어서는 권리자가 선택하여 진입한 국가의 법에 따라 판단을 받게 된다. 즉, 현재 유럽에서의 특허제도는 권리의 분쟁에 있어서 국가별로 다른 판단을 받아 그 등록의 효력 또는 침해 여부가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동일한 특허 분쟁에 있어서 각국별로 다수의 소송을 수행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유럽의회, EU 이사회 및 EU 회원국들은 유럽단일특허(European Patent with Unitary Effect) 제도의 도입과 함께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설립을 준비하였으며, 23년 2월 17일 독일의 유럽 통합특허법원에 관한 협정(UPCA) 비준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유럽단일특허제도가 확정되었다.
2. 유럽단일특허 및 통합특허법원의 내용
유럽단일특허는, 기존 유럽특허제도와 같이 유럽특허청에서 출원과 심사 및 등록 절차가 진행되지만, 기존 유럽특허제도와 달리 선택한 국가에 별도 진입하여 등록받을 필요없이 참여 회원국 전체에 단일한 특허권이 발생한다. 다만, 기존의 유럽특허제도 역시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유럽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이 결정되면 출원인은 1개월 이내에 유럽특허 또는 단일특허로의 등록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때 단일특허로 등록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영어 번역문이나, 불어 및 독어 중 적어도 하나의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한다.
한편, 제도 시행 전 유럽특허청으로부터 등록 결정을 받은 경우로서 단일특허로 등록받고자 하는 출원인은, 23년 5월 31일까지, 등록 결정 후 1 개월 내에 미리 단일특허 신청을 하면 제도 시행과 동시에 단일특허의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출원인은 등록 결정을 단일특허제도 시행일인 23년 6월 1일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지연 신청도 가능하다.
통합특허법원은 유럽특허청으로부터 부여된 특허의 침해, 무효 및 취소와 같은 분쟁을 포괄적으로 관할하는 법원으로, 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의 2심제로 운영되는데, 1심 법원은 체약국들에 의해 설정되는 침해 소송을 다루는 지역부서와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다루는 중앙부서로 나뉘게 된다. 또한 통합특허법원의 대상은 단일특허는 물론 기존의 유럽특허도 대상이 되고, 그 효력은 협정을 비준한 체약국에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단일특허에 대한 소송은 당연히 통합특허법원이 관할을 가지게 될 것이나, 기존의 유럽특허에 대해서는 과도기 기간(시행후 7년간)을 주고, 과도기 기간 동안에는 신청에 따라 개별국 법원에서 관할을 가질 수 있게 하는 Opt-out 제도를 두고 있다. 즉, 통합특허법원이 시행되면, 기존의 유럽특허는 자동으로 통합특허법원의 관할에 속하게 되지만, 특허권자가 시행 3개월 전부터 과도기 기간 동안에 Opt-out을 신청하여 통합특허법원이 아닌 각국 법원이 관할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Opt-out 신청은 기존의 유럽특허가 출원 후 계류 중인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으나, 통합특허법원에서 이미 소송절차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Opt-out을 신청할 수 없다. 또한, Opt-out은 철회가 가능하지만, 일단 철회되면 다시 Opt-out을 신청할 수는 없다. Opt-out을 신청한 경우, 해당 특허의 전체 존속기간동안 통합특허법원은 관할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한편, 개별국 출원에 따른 특허에 대해서는 개별국 법원이 계속해서 관할을 가지게 된다.
3. 유럽단일특허제도의 시행에 따라 출원인 또는 권리자가 고려할 내용
현재 유럽특허청에 출원하여 계류 중인 출원인은 기존의 유럽특허로 등록을 받을지 또는 단일특허로 등록을 받을지 여부를 선택해야하고, 기존의 유럽특허로 등록 받는 경우에는 Opt-out의 신청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기존의 유럽특허와 단일특허의 선택에 있어서, 비용이 하나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유럽특허와 단일특허는 모두 유럽특허청에서 출원 및 심사가 진행되는바 등록 이전에 발생하는 출원, 심사 및 출원 연차에 관한 비용은 동일하다. 다만, 등록 이후의 등록 연차료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는데, 단일특허의 경우 개별 체약국의 평균 등록 연차료의 4배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기존의 유럽특허를 통해 4개 국가보다 적은 수의 국가에서 유효화하려는 경우에는 기존의 유럽특허가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번역 비용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단일특허의 경우 상기한 바와 같이 영어로 출원한 경우 독어 또는 불어 중 적어도 하나의 번역문, 또는 독어 또는 불어 중 적어도 하나로 출원한 경우 영어 번역문이 요구되는데, 기존 유럽특허의 경우 국가별로 영어, 불어 또는 독어 만으로 등록이 가능한 국가도 있지만 청구항 또는 명세서를 특정 언어로 번역해야되는 국가도 있다. 따라서, 등록이 필요한 국가의 번역 요구 조건도 비용 측면에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허 등록을 목적하는 국가에 따라서도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단일특허의 경우 EU 27개국 중 24개국이 제도에 참여하고, 이 중 17개국1)이 비준하였기에 이들 국가 이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단일특허로 커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유럽특허조약 회원국이면서 단일특허 협정에 비준하지 않은 국가의 등록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의 유럽특허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한편, Opt-out의 신청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기존 유럽특허제도의 경우에는 각 국가마다 소송이 제기되어 관리가 어렵고 비용측면에서도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각 회원국에서의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 유리한 법리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반면, 통합특허법원에서는 한번의 소송으로 모든 체약국에서 유효했던 권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무효 가능성이 낮은 특허일수록 통합특허법원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침해 가능성, 침해 발생 예상 국가, 그 국가의 법원의 성향 등을 고려하여 Opt-out의 신청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우에는 Opt-out의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단 Opt-out을 신청한 후 통합특허법원의 체계가 확립되는 것을 확인하고 Opt-out을 철회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다.
1) 비준 17개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웨덴
이성국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