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응원가의 원곡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 - 정찬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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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3.21
1. 개요
야구장 응원가와 관련하여, 원곡을 작사 또는 작사한 저작권자들이 프로야구 구단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21. 10. 21 선고 2019나 2016985 판결로 확정되었다. 제1심이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2. 18. 선고 2018가합 516867 판결에서 원고들은 전부 패소하였으나, 항소하여 제2심에서는 일부 승소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배상액은 청구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여, 승소의 실익이 크지 않았다. 이번 논단에서는 해당 판례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던 야구장 응원가 저작권 문제가 어떻게 판단되었는지를 살펴본다.
2. 야구장 응원가의 법적 성격 - 공동저작물이 아닌 결합저작물
판례는 야구장 응원가에 관하여 “음악저작물에 악곡과 가사가 있는 경우 각 악곡과 가사는 독립하여 출판되거나 공연되는 등 분리하여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은 공동저작물이 아닌 결합저작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여, 그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도 ‘악곡’과 ‘가사’를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작곡가와 작사의 동일성유지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성명표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였다.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의 큰 차이는 공동저작물은 공동저작권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결합저작물은 각각의 부분에 대해 공동저작권자 각자의 동의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당 판례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음악저작물의 경우, 악곡은 작곡가가, 가사는 작사가 별도의 권리를 가지므로, 각자 자유롭게 각자의 저작물 부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3. 저작권 침해 여부
가. 동일성유지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경우
(1) 판례는 야구장 응원가에 관하여 모든 원고들의 모든 악곡 및 작사에 관하여, 피고인 프로구단의 응원가가 동일성유지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가사와 관련하여서는, 주로 “원래 가사와 변경된 가사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변경된 가사는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어 동일성유지권이나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판단기준에 따라 원래 가사와 변경된 가사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어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므로, 동일성유지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를부정하였다.
(3) 악곡과 관련하여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 동일성유지권 및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를 부정하였다.
“① 원곡과 응원곡의 악곡 골격음은 동일하고, 주된 가락의 변경 없이 일부 음표 박자를 간소화 시키는 수준의 변경만이 있었으며, 각 악곡의 속도는 동일하고, 동일한 화성 진행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변경은 일반적인 야구장 관객들로서 기존 악곡과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여 음악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인 변경에 해당하고, 대중적으로 불리는 대중가요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예견ㆍ용인되는 수준의 변경이라고 보인다.
② 비록 피고는 원고 I의 음악저작물을 일부만 발췌하여 사용하였으나, 원고 I의 음악저작물이 대중음악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를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의 이러한 이용방법은 음악저작물의 통상적 이용방법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응원가로 사용되는 음악저작물의 경우 대다수가 대중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곡이기에 일반 대중들도 부분적 이용이 전체 저작물의 일부를 이용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③ 음악저작물의 경우 기존의 악곡에 대한 2차적저작물인 편곡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악곡을 변조하여 원곡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생시켜야 하고, 단순히 기존 악곡의 리듬, 가락,화성에 사소한 변형을 가하는 정도로는 편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이러한 판단기준은 아래에서 이 사건 음악저작물 중 악곡 부분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를 판단함에 있어서 모두 같다). 원고 I의 음악저작물이 응원곡으로 이용되면서 원곡 악곡의 일부 박자가 변경된 부분은 있으나 음정이나 화성의 변경이 전혀 없고, 박자의 변경도 일부 당김음 박자가 정박자로 변경된 것에 불과하므로, 해당 박자의 변경으로 인해 응원곡 악곡에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었다거나 해당 원곡이 실질적으로 개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적으로, 해당 판례에서 가사와 관련하여는 원래 가사와 응원곡 가사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는 것이 일관된 판단이고, 악곡과 관련하여는 응원곡의 악곡이 원래 악곡을 ‘실질적으로 개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관된 판단이다. 즉, 가사와 관련하여는 별개의 저작물로 본 것이고, 악곡과 관련하여는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변경 내에 있어 동일성 유지권을 침해하지도 않았고, 2차적저작물이라 볼 정도의 개변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 성명표시권의 경우
(1) 판례는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지고(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저작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저작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본문).”고 하여, 악곡에 대하여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작곡가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가사만을 창작한 작사가에 대하여는 성명표시권조차 침해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았다. 가사의 경우에는, 프로야구 구단들에서 독립적으로 창작한 완전히 별개의 창작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 또한 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 적용 여부에 관하여도, 판례는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 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지 아니할 수 있으나(저작권법 제12조 제2항 단서), 단순히 원가를 부르는 상황이 즉흥적일 수 있고 응원가를 부르는 시간이 짧다거나, 전광판에 성명표시가 어렵다는 사정, 그밖에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변론에서 드러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정규시즌 중 피고의 홈구장 전광판을 관리하는 피고로서는 최소한 정규시즌의 홈경기에서는 선수입장 시 각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를 부를 것으로 예정되어 있어 해당 상황에 맞게 전광판에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한다거나, 야구경기가 종료되고 난 후 해당 경기에 사용되었던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전광판에 한꺼번에 열거하는 방식으로 표시하는 등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인다. 아울러 피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또는 유튜브 채널에서 응원가 영상을 제공할 때 해당 응원가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성명을 표시할 수 있었고, 성명을 반드시 표시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성명표시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인정하였다.
4. 결론
야구장 응원가가 원곡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냐를 두고 많은 의견과 논란이 있었다. 해당 판례는 그에 대해 나름대로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악곡과 가사를 분리하여, 악곡에 대하여는 실질적인 개변이 없었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았고, 따라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관리협회에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가사에 관하여도 완전히 새로운 가사를 사용하였으므로, 가사에 대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작곡가에 대해서만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해당 사건은 저작물의 신탁관리협회의 승인만으로 저작권 관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안겨주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성명표시권 등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악곡에 대하여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부정되긴 하였지만, 만약 프로 야구단에서 악곡을 실질적인 개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바꾸었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단순히 신탁관리협회를 거쳐 사용료만 지불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저작자의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찬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