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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적 고찰 오류의 문제 - 원하영 변리사

    조회수
    279
    작성일
    2023.02.20
Ⅰ. 발명의 진보성 및 그 판단의 주체가 되는 통상의 기술자

 

 
특허법에서는 진보의 정도가 미미한 발명은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없음을 이유로 특허등록을 허여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특허법 제29조 제2항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으면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진보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통상의 기술자란 평균적인 기술자로서 발명의 출원 시 당해 기술분야의 기술상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를 위하여 통상의 수단 및 능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출원 시 기술수준에 있는 것을 입수하며 자신의 지식으로 할 수 있고, 발명과 관련되는 기술분야의 지식을 자신의 지식으로 할 수 있다고 가정된 자를 일컫는다.  
 
Ⅱ. 사후적 고찰 오류의 방지 원칙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특허법상으로는 통상의 기술자라는 가상의 인물을 기준으로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출원발명을 심사, 심판하는 심사관, 심판관이 발명을 이미 충분히 검토한 후에 의식적으로 그 내용을 모른다고 가정하여, 진보성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므로 출원발명의 심사단계 또는 소송단계에서 진보성을 판단하는 심사관 또는 심판관, 재판관에 의하여 특정되어지는 특허법상의 가상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심사관, 심판관에게 있어서, 발명의 진보성 판단 시에는, 그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그 발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바로 사후적 고찰의 오류 방지 원칙이다.  참고로, 이러한 사후적 고찰의 오류는 주로 진보성 판단에서 문제되는 것이어서 진보성과 관련하여 기술하고 있지만, 신규성 판단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사후적 고찰의 오류에 의하면, 발명의 진보성 판단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결과, 진보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발명의 특허 등록율이 낮아지거나, 특허 무효율이 높아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에사후적 고찰의 오류 방지는 예전부터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고대법원은 2007. 8. 24. 선고 2006138 판결에서 처음으로 사후적 고찰의 오류 방지 원칙을 선언한 이래결합발명의 진보성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 판단해야 한다거나선행발명의 기술적 의미를 잃게 하는 자의적 해석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등의 진보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 왔다.  또한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2873, 2880 (병합판결에서는 진보성 판단 시에 선행문헌의 일부가 아닌 선행문헌 전체에 의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초로 대비 판단하여야 하고위 일부 기재와 배치되거나 불확실하게 하는 다른 선행문헌의 내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적 고찰의 오류가 방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고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지침이나 기준은 아직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한편사후적 고찰의 오류 방지 원칙과 관련하여, 2022 1 13일자로 선고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바여기서의 진보성 판단 방법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19후12094 판결 [거절결정(특)] [공2022상,369]

판결요지

[1]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과 선행기술의 차이와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증거 등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기초하여 파악한 다음, 통상의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추어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이 선행기술과 차이가 있는데도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경우 진보성 판단의 대상이 된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되어 있는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2] 제시된 선행문헌을 근거로 어떤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보성 부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일부 기재만이 아니라 선행문헌 전체에 의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초로 대비·판단하여야 한다.

 

(판결이유)

선행발명에는 용융 염욕의 바람직한 점도가 ‘100포이즈 이하’라고 기재되어 있고 점도의 하한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위 기재 부분만 볼 때에는 선행발명의 점도 범위에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점도 범위가 포함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선행발명은 용융 염욕에 침지시킨 강대 표면에 응고 피막을 형성시킬 수 있을 정도의 부착성이 있는 점도 범위를 전제로 하는 발명이므로, 통상의 기술자는 선행발명의 전체적인 기재를 통해 응고 피막을 형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점도가 점도 범위의 하한이 되리라는 점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편 점도가 100포이즈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서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같이 ‘0.3·10^-3Pa.s~3·10^-1Pa.s’의 범위, 즉 ‘0.003포이즈~3포이즈’의 범위가 되면, 강대를 염욕에 침지시킨 후 취출하더라도 용융 염이 강대 표면에 부착되지 않아 몇몇 액적만이 강대의 표면에 잔류할 뿐 응고 피막이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선행발명의 점도를 응고 피막이 형성될 수 없을 정도인 ‘0.3·10^-3Pa.s~3·10^-1Pa.s(즉, 0.003포이즈~3포이즈)’의 범위까지 낮추는 방식으로 변형하는 것은 선행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생각해 내기 어렵다고 보인다.

 

또한 선행발명에는 “Li2O은 응고 피막의 열 팽창 계수를 높이지 않고 욕의 용융 온도를 낮게 할 목적으로 6.0%까지 첨가할 수 있다. 6.0%를 초과하는 Li2O의 첨가는 응고 피막과 강대 표면의 밀착성이 지나치게 양호하여, 응고 피막의 박리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용융 염욕 조성과 관련하여 6.0%w를 초과하는 Li2O의 첨가에 관한 부정적 교시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발명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고찰하지 않고서는 통상의 기술자가 이와 같은 부정적 교시를 무시하고 선행발명의 Li2O의 조성비율을 10%w≤Li2O≤45%w로 변경하기는 어렵다.

 

 


 

 

상기 2019후12094 판결에서는, 해당 발명의 일 구성 요소는 선행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고, 또한 선행발명에서는 해당 발명의 다른 구성 요소를 부정적으로 교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해당 발명을 쉽게 발명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사후적 고찰의 오류를 언급하면서 해당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시 내용을 참작하여 볼 때, 출원인 또는 특허권자로서는 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 받은 경우, 적어도 발명의 구성 요소가 선행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상실하게 하는 사정이 있거나, 선행발명에 발명의 구성 요소를 부정적으로 교시하거나 저해하는 기재 내용이 있다면, 사후적 고찰의 오류 방지 원칙을 우선하여 생각해볼 수 있겠다.

 

Ⅲ. 결어

 

 

출원발명의 심사, 심판, 소송에 있어서, 그리고 특허등록이 완료된 발명의 무효 심판, 소송에 있어서, 진보성 판단 시 사후적 고찰의 오류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에, 이러한 사후적 고찰의 오류는 선행발명을 특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개입되기 쉬우므로, 처음 선행발명을 파악하는 단계에서부터 사후적 고찰의 오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침 등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또한, 발명의 출원을 준비하거나, 특허발명의 무효를 저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사후적 고찰의 오류가 문제될 수 있다고 보이는 경우라면, 이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치열하게 다투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원하영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