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물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
- 조회수
- 704
- 작성일
- 2022.03.25
1. 들어가며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면 책 줄거리를 요약해서 읽어주는 콘텐츠나 영화 또는 드라마를 압축적으로 요약한 몰아보기 콘텐츠가 심심찮게 피드에 등장한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호흡이 긴 글이나 드라마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요약물 콘텐츠는 원저작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어 구독자로 하여금 원저작물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떨 땐 원저작물을 온전히 접한 것과 같은 만족감을 주어 그대로 감상을 마무리하게 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는 요약물 콘텐츠가 원저작자에게 저작물 홍보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원저작물을 요약물이 대체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요약물 콘텐츠는 저작권 분쟁의 최전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의 문제
책이나 영화 등을 이용하여 어떠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권리자로부터 저작물의 복제·전송·배포 및 2차적 저작물 작성을 위한 사전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사전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콘텐츠를 유튜브에 게시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요약물 콘텐츠를 원작과 대비하였을 때 사회통념상 실질적인 개변을 가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개변을 한 것에 불과하면 이는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할 것이고, 사소한 개변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의 범위 내에 있다면 이는 허락 없이 원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으로서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규율된다(서울고등법원 2007. 8. 22. 선고 2006나72392 판결1) 참조). 그러나 만일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이를 요약한 요약물 콘텐츠가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이 된 경우에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게 된다(대법원 2010.2.11. 선고 2007다63409판결 등 참조).
여기서 요약물 콘텐츠가 그 원저작물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요약물 콘텐츠가 원저작물의 기본으로 되는 개요, 구조, 주된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요약물 콘텐츠가 원저작물을 이루는 문장이나 영상 중 일부만을 선택하여 발췌한 것이거나 발췌한 문장의 표현을 단순히 단축한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 원저작물과 비교한 요약물 콘텐츠의 상대적인 분량, 요약물 콘텐츠의 원저작물에 대한 대체 가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1도3599 판결 참조).
요컨대 요약물 콘텐츠가 원저작물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이고 새로운 저작물이 된 경우에 이르러서야 겨우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3.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요약물 콘텐츠의 범위
가. 문화 발전을 위한 저작권 보호범위의 제한
그렇다고 해서 원저작자의 사전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모든 요약물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기에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저작권의 보호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함으로써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조).
저작권법 제23조부터 제35조의5까지 그리고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에 해당하면 원저작자의 이용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책이나 영상의 요약물 콘텐츠와 관련하여서는 해당 콘텐츠가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와 제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나. 비평 등을 목적으로 원저작물을 인용하는 경우
우선 저작권법 제28조에 의하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즉,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비평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요약물 콘텐츠는 원저작자의 동의 없이도 유튜브 등을 통해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다.
제28조로 허용되는 원저작물의 인용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영리적 목적의 인용도 가능하나,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인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는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인용의 '정당한 범위'에 관하여, 인용저작물(요약물 콘텐츠)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원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며, 나아가 인용저작물이 피인용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등 참조).
다. 저작물 공정 이용의 법리
한편, 2011. 12. 2. 저작물의 디지털화와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 저작권법상 열거적인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여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이 구 저작권법 제35조의 3으로 신설되었으며, 이는 현행법상 제35조의 5(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규정되어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 5는 제23조부터 제35조의4까지, 제101조의3부터 제101조의5까지의 경우 외에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저작물 이용 행위가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개별적인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과 중첩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요약물 콘텐츠의 경우에는 제28조가 인정될 수 있는 요건과 함께 제35조의 5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기준으로 유튜브상 요약물 콘텐츠가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요약물 콘텐츠는 유튜브 수익을 창출할 영리적 목적으로 원저작물을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저작물의 주요 줄거리나 영상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용된 부분의 비중이 상당하고, 원저작물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등으로 공정이용으로 허용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했 듯이 요약물 콘텐츠가 저작물 홍보 효과를 톡톡히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원저작자 입장에서는 요약물 콘텐츠를 법적 분쟁으로까지 심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4. 마치며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약물 콘텐츠가 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요약물 콘텐츠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요약하여 구독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좋은 작품들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하거나 OTT가 문화를 선도하는 시대에 작품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므로 요약물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함에 있어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1)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로 확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