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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의 판단 기준 시점과 심결 취소소송의 심리범위 -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후11360(등록무효) 판결에 대하여

    조회수
    235
    작성일
    2021.08.26

1. 들어가며


특허법은 심판의 심결과 관련하여 심판의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에 의하여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63조). 일사부재리는 원래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기본 원칙에서 유래한 것으로, 특허법에서는 특허법 특유의 요건에 따라 확정된 심결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의 판단 기준 시점 등에 관한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그 판결요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하여 간단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합니다.1)


2. 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심판청구가 부적법하게 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심판청구를 제기하던 당시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선행 심결의 확정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선행 심결의 확정과 관련해서만 기준 시점을 심결 시에서 심판청구 시로 변경한 것이다.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등록무효 심판청구를 각하한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심결 시를 기준으로 동일 사실과 동일 증거를 제출한 것인지를 심리하여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심판청구인이 심판절차에서 주장하지 않은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의 주장을 이유로 각하 심결을 취소할 수 없고,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에 대하여 판단할 수도 없다. 


3. 사안 해설


(1)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며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심결 취소소송도 기각·확정됨으로써, 위 심결(선행심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 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은 위 심판이 특허법 제163조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심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 각하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선행 심결과 이 사건 무효심판 절차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기재불비와 신규성 부정 등 새로운 무효사유를 주장하였습니다. 


(2) 종래 대법원은 동일특허에 대하여 동일사실 및 동일증거에 의한 복수의 심판청구가 각각 있은 경우에 어느 심판의 심결(선행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이 계속하는 동안 다른 심판의 심결이 확정 등록된다면, 법원이 당해 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하여 선행 심결을 취소하더라도 특허심판원이 그 심판청구에 대하여 특허법 제189조 제1항 및 제2항에 의하여 다시 심결을 하는 때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하여 그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히 동일특허에 대한 제3자의 심판청구에 의한 심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확정 심결의 등록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심판청구인이 자신의 고유한 이익을 위하여 진행하던 절차가 소급적으로 부적법하게 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2012. 1. 19. 선고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甲이 乙을 상대로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이, 丙이 乙을 상대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가 이를 기각하는 심결을 받고 확정된 것과 관련하여(甲이 먼저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乙의 심판청구가 먼저 확정됨), 甲의 심판청구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3) 대상 판결은 우선 원심 판결이 인용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즉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은 특허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선행 심결의 확정과 관련해서만 기준 시점을 심결 시에서 심판청구 시로 변경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종래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가 동일한 사실ㆍ증거에 기초한 것이라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는지는 심결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원심이 위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을 들어 심판청구 시를 기준으로 이 사건 등록무효 심판청구가 동일한 사실ㆍ증거에 기초한 것이라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잘못임을 확인하였습니다.


(4) 대상 판결은 일사부재리와 관련된 판단 기준 시점을 명백히 구분하여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종래 대법원 판시와 같이 동일 사실 및 동일 증거에 의한 심판청구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 시점은 어디까지나 심결시입니다. 다만 2009후2234 전원합의체 판결이 판시한 바와 같이, 일사부재리 원칙의 대세효로 제3자의 권리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부득이 선행심결의 확정 여부를 판단할 때에만 그 기준시점을 심판청구시로 본다는 것입니다. 


(5) 특허법상의 일사부재리는 민사소송에서의 기판력과 달리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대세효를 갖게 되므로, 그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관련 확정 심결의 등록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심판청구인이 자신의 고유한 이익을 위하여 진행하던 절차가 소급적으로 부적법하게 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3자의) 확정된 선행심결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심판청구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심판청구인은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후 그 요지를 변경하지 않는 한 청구의 이유를 보정하는 것은 허용되므로(특허법 제140조 제2항), 특허심판원은 심판청구 후 심결시까지 보정된 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를 모두 고려하여 심결시를 기준으로 심판청구가 선행 확정 심결과 동일한 사실ㆍ증거에 기초한 것이어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형평상 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대상판결은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심판에서의 절차보장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판단됩니다.


(6) 한편 당사자계 특허심판에 대한 심결 취소소송에 있어서의 심리범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심결에서 판단하지 않은 위법사유도 자유롭게 취소소송에서 주장·입증할 수 있고, 법원도 제한 없이 이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무제한설의 입장입니다. 


다만 대상판결은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등록무효 심판청구를 각하한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심결 시를 기준으로 동일 사실과 동일 증거를 제출한 것인지를 심리하여야 하며, 이때 심판청구인이 심판절차에서 주장하지 않은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의 주장을 이유로 각하 심결을 취소할 수 없고, 새로운 등록무효 사유에 대하여 판단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대상판결의 사안은 심결 취소소송에서의 심리범위에 대한 무제한설과 입장을 달리한 것이 아니고, 원고가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선행심결과 이 사건 무효심판 절차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기재불비와 신규성 부정 등 새로운 무효사유를 주장하였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심결 시를 기준으로 동일 사실과 동일 증거를 제출한 것인지를 심리하여야 하는 이상 해당 심판 절차에서 주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효사유를 심결 취소소송에서 새롭게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서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고 하겠습니다.




1) 본 내용은 2021. 7. 22.자 법률신문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지식재산권 분야에 게재한 내용을 일부 수정·추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