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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특허의 필수성 평가제도에 관하여

    조회수
    175
    작성일
    2020.09.18

디지털 경제에서 표준필수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 SEP), 즉 표준의 구현에 포함되고 필수적인 독점권으로서의 특허는 표준화에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있으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수익화하는 측면에서 많은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특허와 표준은 상호 보완의 관계를 통해 기술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특허는 기술개발자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R&D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표준의 제정은 소비자의 이용에 능률을 높이고 제품의 상호 호환성 및 상호 연결성을 증진함으로써 기술이 보다 안전하게 널리 확산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허권자는 표준개발기구(SSO: Standard Developing Organisations) 에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제공한다. 특히 표준에 필수적인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를 표준필수특허(SEP)라 하며, LTE, WiFi, 블루투스 등은 이러한 표준필수특허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대부분의 표준개발기구는 표준이 특허보호기술로 구성하는 상황을 규율하기 위해 서면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표준제정기구는 표준의 승인 전, 가능한한 빨리 또는 표준특허를 적시에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을 채택하고 있으며, 관련 지식재산권의 공개 의무를 위반하게 되면 심각한 경제적 및 법적 영향을 야기하게 된다.


어떤 특허가 표준필수특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확인은 표준특허의 라이선싱에 앞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처럼 표준필수특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필수성 평가(Essentiality Evaluation)1)라고 한다.

표준필수특허는 표준의 구현 및 실시로 인해 침해가 발생하는 특허로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표준에 따르는 장치 또는 방법의 실시가 불가능한 경우를 일컫는다. 즉, 표준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기술적인 해법에 의해서만 구현 가능할 경우, 그 특허는 표준필수특허에 해당한다.2)


이런 상황에서 관련 특허의 효율적인 라이선싱은 표준 성공의 전제조건이다. 표준제정기구의 지식재산 정책은 효율적인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스를 목표로 하며 특허권자의 혁신활동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도 기술 실시자에 의한 기술 채택을 균형 있게 보장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또한 이러한 지식재산 정책은 일반적으로 표준특허의 선언과 특허권자의 라이선스 서약으로 구성되고 표준제정기구별로 상이한 편이다. 특허권자는 표준화기구의 지식재산 공개의무에 따라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만, 대부분의 표준화기구의 경우 필수성 심사기능이 부재한 상황이다.


표준화기구의 선언 규칙은 동 기구의 구성원 또는 참여자가 표준에 필수적인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고 있거나 또는 최종적으로 표준이 채택될 때 그 표준에 필수적일만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 표준화 기구에 알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명시하고 있다. 라이선스 약정은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모든 실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거나, 특허 매복(patent ambush)을 방지하고 이러한 특허권이 표준 준수 제품을 실시하는 자에 대해 주장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가장 일반적인 라이선싱 약정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는(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약속이다.


일단 표준개발기구에 의해 표준이 제정되고 표준필수 특허권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적이지 않은 조건(FRAND)에 동의한 경우, 그러한 표준에 포함된 기술은 모든 잠재적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특허권자와 사용자간의 원만한 라이센싱 협상을 통해 사용자는 특허권자에게 정당한 특허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특허권자는 이를 통해 R&D 투자비용을 회수함으로써 기술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2G, 3G 및 4G 표준에 대한 로열티 수입은 연간 약 180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표준기술을 라이선싱 하는 과정을 보면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싱 협상이 원활하지 않고 표준필수특허의 행사시 특허권자와 사용자간의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표준필수특허의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허권자 역시 다양하고 라이선싱을 받으려 하는 유저 또한 다수가 되므로 라이선싱의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표준필수특허는 권리자가 표준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성'에 대해 스스로 선언한 것을 바탕으로 할 뿐이며 특허권자가 필수성 여부에 대해 확실성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없다. 게다가 표준제정기구는 표준필수특허의 필수성 판정을 수행할 아무런 의무가 없으므로 표준기구의 외부 기관에 의한 필수성에 관한 평가는 이루어지 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일단 어떤 특허가 필수적이라고 선언되면 사실상 (de facto) 선언된 특허에 대한 필수성이 추정되게 된다. 구속력이 없는 표준필수특허 선언의 특성을 감안할 때 표준필수특허는 표준이 확정된 후 거의 철회되거나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표준필수특허 선언은 진정한 표준 필수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표준을 실시하고자 하는 제3자는 표준필수특허의 필수성을 평가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대개의 경우 많은 당사자들은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표준특허의 필수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 표준의 확산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표준특허 필수성 체크는 완전한 법적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될 뿐 아니라 수행 과정이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표준개발기구는 표준필수특허로 선언된 특허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며, 현실적으로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에는 단일 표준에 수만 개의 표준필수특허가 기록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실제 표준필수특허의 선언은 특허권자의 자체 평가에 근거하며 표준 채택과 특허 출원 과정을 거치게 되면 특허청구범위가 변경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권의 등록 이전에 이미 표준특허로 선언된 특허의 필수성에 대한 정밀 검증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와 함께, 실제로는 표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은 표준특허가 표준개발기구에 선언됨으로써 표준특허 기술의 라이선싱 협상 과정에서 실시자에게 많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일례로 EU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과잉 표준특허선언은 무려 80%에 달한다고 한다.3) 과도한 표준특허 선언은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표준화 작업 초기에는 어떤 기술이 최종적으로 표준에 포함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경쟁법 체제 하에서 표준 특허의 수를 적게 선언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것도 표준특허를 과도하게 선언하는 또 다른 이유다. 즉, 표준개발기구(SDO)를 통한 현재의 인센티브 구조는 특허권자로 하여금 가급적 많은 표준필수특허를 선언하도록 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유도하고 있다. 표준특허 필수성과 관련한 투명성은 특허권의 존재 뿐 아니라 특허의 권리범위, 유효성, 소유권 및 집행 가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은 표준필수특허 선언 과정의 불투명성은 특허권자나 잠재적인 실시자 모두에게 많은 불편과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즉, 표준필수특허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필수성 평가비용의 부담, 라이선싱 협상의 장기화, 필수성 여부가 검증되지도 않은 특정 표준특허권자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 지급으로 인한 타 권리자 및 이용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표준필수특허의 필수성 검증 여부가 문제가 되어 소송에서 필수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이외에는 딱히 공신력 있는 표준성 평가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특허권자와 실시자 모두에게 불확성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기술 사용자들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들이 취약한 특허 포트폴리오에 근거하여 과도한 라이센스 수수료를 부과하고 소송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반해 표준필수특허 보유자들은 기술 사용자들이 혁신에 무임승차하며 선의의 라이선스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고의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기술 사용자와 보유자 간 협상의 분쟁과 지연은 궁극적으로 주요 표준화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을 지연시켜서 제품의 상호 호환성을 저해함으로써 결국 경제의 경쟁력 저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EU는 표준특허의 필수성 평가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이하의 주요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4)


- 표준의 채택 시기를 중심으로 표준화 과정의 주요 시점(예: 표준의 채택, 표준필수 특허의 등록, 표준필수특허의 무효 또는 권리 소멸, 소유권의 이전 등)마다 초기의 표준특허 선언 및 특허관련 정보 및 최신정보로 업데이트

- 특정한 상황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표준특허의 필수성 체크를 일상적으로 수행

-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싱 정보를 표준제정기구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

- 현재 많이 활용되고 있는 표준특허의 일괄적 선언(blanket disclosure)의 활용 제한

- 상호 데이터베이스의 공유를 통한 표준제정기구와 특허청 간의 협력 증대


동일한 특허나 특허 포트폴리오가 서로 다른 양자간 라이선싱 협상의 주제가 될 경우 상당한 비용 중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모든 당사자들이 인정하는 중앙 집중적이고 공공적인 형태의 필수성 평가는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선싱 시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표준특허의 필수성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에 의해 수행된다면 표준특허 과정에서의 길게 이어지는 필수성 관련 공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라이선싱을 받아 기술을 실시해야 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표준 필수성을 검증해야 하는 부담을 대폭 줄임으로써 표준기술의 확산과 이용의 활성화를 도모할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 또는 ‘표준필수 적합성’ 평가 라고도 한다.

2) ETSI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Policy, 15 Definitions

3) OVER‐.DECLARATION OF SEPS AND DETERMINANTS OF ESSENTIALITY, Robin Stitzing (2017.6)

4) Patents and Standards, A modern framework for IPR-based standardization, ECSIP Consortium(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