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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의 예외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병합) 판결 - 민현아 파트너변호사

    조회수
    413
    작성일
    2020.07.21
특허권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나라 안에서만 효력이 있고, 그 나라 안에서 침해된 경우에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속지주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그 판결요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하여 간단한 의견을 개진하고자 합니다.1)

 

 
1. 판결의 요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 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보는 것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한다.
 
2. 사안의 해설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의 실시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특허권의 침해가 성립됩니다. 따라서 종래 대법원은 특허제품의 일부 조립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반제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이것이 해외로 수출된 후 해외에서 마지막 단계의 조립이 이루어져 완성품이 생산된 사안에서, 간접침해에서의 ‘생산’이란 가공·조립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하면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위 사안은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의 특허권자인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휴대전화 제품이 원고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인데, 피고는 일부 구성을 갖추지 않은 미완성의 상태로 중국으로 물건을 수출하였고, 중국에서 일부 나머지 구성이 조립되어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속지주의 원칙에 의하면 특허권의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 제품이 특허권이 등록된 국내에서 생산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위 판결은 이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선고된 본 판결을 통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특허발명의 실시행위(생산) 자체가 국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본다고 판시함으로써 속지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였습니다.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속지주의의 예외 인정 요건으로서, ①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②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③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를 것을 들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부분의 생산과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극히 일부 단순한 조립만이 해외에서 이루어진 경우 속지주의의 원칙상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 특허침해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극히 일부의 최종 조립만 해외에서 하는 경우 특허권자의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위와 같이 속지주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특허권의 침해가 너무 쉽게 인정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속지주의 원칙의 예외는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본 사안에서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대법원이 들고 있는 속지주의 예외의 요건들에 비추어보더라도 침해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본 사안은 외과적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을 체내에 삽입하고 고정하는 시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 및 그 삽입 시술키트’에 관한 특허발명에 대한 것으로서, 청구항 1은 삽입경로 형성수단(구성 1)과 의료용 실 공급수단(구성 2)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침해가 문제된 각 부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개별적으로 생산되며, 구성 1에 해당하는 카테터는 다른 부품(스타터)과 함께 일본으로, 구성 2에 해당하는 허브는 다른 부품들(봉합사, 봉합사지지체)과 함께 싱가포르로 각 수출된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속지주의의 예외가 인정되는 요건으로서 “②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을 것”을 들고 있는데, 이사건에서는 일부 부품은 일본에, 일부 부품은 싱가포르에 각각 수출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된 경우가 아닙니다(싱가포르에 수출된 일부 부품이 다시 일본으로 수출되었다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허브, 봉합사, 봉합사지지체는 모두 공지된 일반적인 제품들이기 때문에, 싱가포르로 수출된 위부품들은 얼마든지 기존의 다양한 용도에 따라 사용될 수 있는 제품들이므로, 위부품들이 다시 일본으로 수출되어 일본으로 바로 수출된 나머지 부품들과 함께 조립됨으로써 특허발명을 실시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이상 싱가포르로 수출된 부품들에 대하여까지 특허침해를 인정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나아가 상고심은 법률심이고 사실심이 아니므로, 오로지 원판결의 법령위반 유무만을 판단할 뿐 항소심에서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상고심을 구속하고(민사소송법 제432조), 상고심은 그것에 반하여 사실 확정을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카테터와 허브를 생산하고 수출형태로 양도한 것은 청구항 1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였고, 다만 봉합사와 봉합사지지체는 허브와 조립되지 않은 채 싱가포르로 각각 수출되었고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사용될 수는 없고, 추가적인 가공이나 조립을 거쳐야만 카테터 및 허브와 일체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이 카테터 및 허브에 봉합사나 봉합사지지체를 추가하여 생산한 것은 청구항 1, 5, 6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허브, 봉합사, 봉합사지지체는 모두 공지된 일반적인 제품들로서 간접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아무런 이유 설시도 없이, 원심에서 위와 같이 확정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가공이나 조립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의 기술자에게 자명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개별제품들을 각 기능에 맞게 조립·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원심에서 판시한 사실관계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스스로 판단하면서, 피고들이 카테터 및 허브에 봉합사나 봉합사지지체를 추가하여 생산한 것은 청구항 1, 5, 6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공지제품에 해당하는 여러 부품들을 단순히 국내에서 각각 생산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무런 가공, 조립과정이 없이 과연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법원에서는 법리 판단에 따라 속지주의의 예외에 해당하는 요건만을 판시하고, 환송 후 원심에서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적용하여 침해판단을 하는 것이 더 타당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본 대법원 판결은 속지주의 원칙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특허침해를 회피하고자, 대부분의 생산과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극히 일부 단순한 조립만이 해외에서 이루어진 경우를 특허침해로 판단하기 위해 속지주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 지나치게 주관적인 의도에 비중을 두어 증거만으로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넘어선 사실관계를 인정한다거나, 해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되어 실시되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접사실에 대한 확인도 없이 침해를 인정하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1) 본 내용은 2020. 7. 16.자 법률신문 2019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지식재산권 분야에 게재한 내용을 일부 수정·추가한 것입니다. 

 

민현아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