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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침해 형사사건에서의 재산상 이득액

    조회수
    260
    작성일
    2018.10.23

1.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형사고소


현행법상 영업비밀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며, 위 법에 의해 영업비밀로 보호되기 위하여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영업비밀의 성립요건들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야 합니다. 영업비밀은 그 성립요건에서 보듯이,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고 ‘비밀’로 관리된다는 특성으로 인하여 외부의 제3자에 의해 침해되기 보다는,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내부에서 해당 영업비밀을 개발 또는 관리하고 있던 직원이 다른 곳(주로 경쟁업체)으로 이직을 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이를 몰래 가지고 나가 사용함으로써 침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영업비밀을 가지고 나간 침해자 역시 침해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이를 외부나 제3자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로 관리하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영업비밀 보유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업비밀이 침해되더라도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 침해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침해당한 영업비밀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침해자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특정해야 하는데, 영업비밀 보유자로서는 이를 특정하기 위한 자료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무상 많은 영업비밀 사건들이 침해당한 영업비밀을 특정하고 침해자가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절차를 통하여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2.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제18조(벌칙) ①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취득·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천만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하 생략)


제19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8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취득, 사용, 누설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이 1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취득, 누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이 5백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양벌규정에 의하여, 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별도로 해당 법인에게도 위 규정에 따른 벌금형을 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침해자의 “재산상 이득액”이 얼마인지는 행위자 및 그 행위자가 속해있는 법인에게 처해지는 벌금형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업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침해자가 침해로 인하여 얻게 된 “재산상 이득액”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있어서는 재산상 이득액이 얼마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침해자가 법인의 대표자 등인 경우, 침해자 개인에 대한 처벌 외에 해당 법인에 대해서도 위 규정에 따른 벌금형을 과하도록 되어 있는바, 침해행위가 중하고 침해자가 그로 인하여 엄청난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재산상 이득액이 특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법인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2014. 1. 30.부터 시행)에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외국인지 국내인지에 따라 1억원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침해자의 재산상 이득액이 얼마인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정된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도 최소한 1억원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는 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위 법 제18조 1, 2항 각 단서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산상 이득액이 특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재산상 이득액’과 관련하여, 영업비밀인 반도체 관계 자료를 취득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그 자료가 가지는 재산가치 상당이고, 그 재산가치는 그 자료를 가지고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자료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용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상당과 나아가 그 자료를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그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와의 차액 상당으로서 그러한 가치를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3. 12 선고 98도4704 판결 등).


그러나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은 재산가치 즉,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은 추상적·개념적인 정의에 불과하여, 개별 사건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침해자의 재산상 이득액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현출되어야만 어느 정도 산정이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3.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과의 관계


한편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민사사건의 경우 통상 영업비밀의 침해금지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하여 영업비밀 보유자가 입게 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은 특허법에서와 같이 손해액을 추정하는 여러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법 제14조의2). 추정규정은 복잡하나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① 침해제품의 수량에 영업비밀 보유자의 대응제품의 단위수량당 이익액을 곱한 금액이나, ②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 또는 ③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여러 손해액 추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


실무상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있어서 원고는, 위와 같은 손해액 추정규정에 따라 피고의 이익액 또는 침해제품 판매수량 등을 밝혀 그에 대한 손해액을 주장하나, 많은 경우 법원은 위 법 제14조의2 제5항의 재량규정에 따라 제출된 모든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판단하는 손해액을 인정합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선고된 각급 법원의 영업비밀 침해 민사 판결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무려 80%가 넘는 사건에서 법원은 위 재량규정에 따라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임의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심과 2심이 모두 위 제5항 규정에 따라 재량에 의한 임의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는 경우, 때로는 동일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관련 법리나 재량에 따른 판단에 의해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으며, 통상의 손해배상 소송에 비하여 판결에 의해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담당 재판부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편 위 추정 규정 중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경우에는(법 제14조의2 제2항), 동일한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형사사건으로 진행된 경우 민사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원고의 손해액을 일응 피고인의 재산상 이익액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손해액을 기준으로 관련 형사사건에서 행위자 또는 해당 법인의 벌금액이 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법원이 손해액 인정에 있어 가장 적용 빈도가 높은 것은 제14조의2 제5항이고, 이에 따르면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에도 민사 판결에서 인정한 원고의 손해액을 그대로 관련 영업비밀 침해 형사사건에서 법 제18조에서 규정한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으로 보아 벌금액을 정할 수 있을지 문제됩니다. 


영업비밀 형사사건에 있어서 “재산상 이득액”은 벌금형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금액으로서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할 것이고, 해당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득액은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사실로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도1385 판결 참조). 


따라서 단지 민사소송에 있어서 영업비밀 보유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한 손해액의 추정규정, 특히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여,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인정한 손해액의 경우에는 해당 손해액이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액으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사사건에서의 “재산상 이득액”으로 쉽게 인정하여 벌금형 선고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영업비밀 형사사건에서 벌금형의 기준이 되는 재산상 이득액은 민사사건과 별도로 검사가 객관적 증거에 의해 엄격히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