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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보호의 국내외 동향, 개선 방향, 그리고 미래 전망

    조회수
    204
    작성일
    2015.03.20

영업비밀보호의 국내외 동향, 개선 방향, 그리고 미래 전망1)


1. 영업비밀의 정의 및 법제도


‘영업비밀(trade secret)'은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이하 ’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이하 ’경제적 유용성‘),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이하 ’비밀관리성‘)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영업비밀의 정의는 미국2), 일본3), 유럽4) 등 각국마다 구체적인 표현에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위 3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러한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양한 법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2. 영업비밀보호 법제도와 현실적 적용의 괴리


그러나 출원 및 등록의 절차를 거쳐 그 존재와 내용 등이 일반에게 상세하게 공개되는 특허나 디자인 등과 달리, 영업비밀은 성질상 외부에 그 존재와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향후 분쟁이 발생할 때 영업비밀의 존재, 내용, 침해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다. 또한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데, 각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거나 그러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영업비밀이 유출되거나 도용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그 영업비밀과 영업비밀보유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를 실제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설령 그러한 법제도를 이용하여 구제를 요청한다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영업비밀보호의 법제도와 현실적 적용의 괴리는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은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계속 신설하거나 보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업비밀보호 법제도 활성화 및 효과 증대를 위하여 민간과 정부의 협력, 나아가서는 국가간의 협력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영업비밀보호 법제도 활성화 및 효과 증대를 위한 각국의 활동과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3. 우리나라의 영업비밀보호 동향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우리나라는 1991년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에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조문을 몇 개 추가하는 방식으로 처음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였고, 1998년 발생한 반도체기술 국외 유출 사건을 계기로 영업비밀보호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법률명까지 기존 ⌜부정경쟁방지법⌟에서 현재의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영업비밀보호법‘)로 변경하였다. 그 후 여러 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형사처벌의 법정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상향하였고, 영업비밀을 외국으로 유출하는 경우의 법정형을 국내 유출 시의 2배(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로 하여 가중처벌 하도록 하였으며,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그 합의사항 중 하나인 비밀유지명령제도5)를 영업비밀보호법에 새로 추가하였다. 특히 비밀유지명령제도는 미국에서 1976년 통일영업비밀보호법(Uniform Trade Secrets Act)이 제정될 때부터 포함된 제도로서 일본 및 유럽에서도 각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미국이 이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2011년에 영업비밀보호법을 개정하여 새로 도입하였다.

그러나 영업비밀침해사건의 경우 변론을 참관하는 경쟁사, 언론 등 제3자에게 소송 중에 부득이하게 공개되는 영업비밀의 내용이 알려질 위험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과 달리 영업비밀침해사건의 변론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명문화하지는 않았다. 물론 현재도 법원이 헌법 제109조, 민사소송법 제153조에 근거하여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변론의 비공개를 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업비밀보호법에서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영업비밀침해사건의 변론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을 둠으로써 영업비밀보유자가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른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 영업비밀을 보다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론공개금지에 관한 규정도 추가될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에 영업비밀보호법이 개정되어 2014년 1월 31일자로 시행되고 있는데, 주요 개정 내용으로는 원본증명제도의 법제화, 영업비밀 보호 대상의 확대, 벌금형 상한의 정액화 등을 들 수 있다.


원본증명제도는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보유자가 영업비밀의 존재와 내용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즉, 영업비밀보유자가 자신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전자문서를 원본증명기관6)에 제출하면 원본증명기관은 그 전자문서로부터 추출된 고유의 식별값7)과 생성일시를 등록하여 주고, 후에 그 전자문서에 포함된 영업비밀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원본증명기관은 분쟁이 발생한 그 전자문서가 예전에 원본증명기관에 등록된 것과 동일함을 증명해준다. 이를 통해 영업비밀보유자는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다툼이 되는 영업비밀을 예전부터 이미 보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원본증명서비스는 영업비밀보호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었으나, 2013년에 영업비밀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그 근거규정이 명문화된 것이며, 원본증명기관의 지정, 감독, 처벌규정 등도 함께 신설되었다.

또한 최근 법 개정 전까지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누설‧취득‧사용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업비밀보호 대상을 확대하여 기존의 “기업”을 “영업비밀보유자”로 변경하고, 기존의 “기업에 유용한 영업비밀”에서 “기업에 유용한”이란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비영리기관의 영업비밀을 누설‧취득‧사용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벌금형의 경우에도 법 개정 전에는 그 상한액을 영업비밀 누설‧취득‧사용으로 얻은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로 규정하여, 만일 영업비밀을 누설‧취득‧사용했더라도 영업비밀침해자가 얻은 재산상 이득액이 없는 경우에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벌금형을 국내 누설‧취득‧사용의 경우 “5천만 원 이하”, 외국 누설‧취득‧사용의 경우에는 가중처벌하여 “1억 원 이하”로 명시함으로써 재산상 이득 여부와 관계없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법을 개정하여 외국 누설‧취득‧사용 등의 경우 개인침해자는 미화 500만 달러(약 50억 원), 법인침해자는 미화 1천만 달러(약 100억 원)나 영업비밀 가치(영업비밀침해자가 절약할 수 있었던 연구개발비 등 포함)의 3배 중 큰 금액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벌금형은 여전히 미국의 약 1/10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특허청은 2014년 5월경에 영업비밀보호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영업비밀보유자의 입증책임의 일부를 영업비밀침해자에게 전환하는 규정을 도입하여 영업비밀보유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소송 과정 중에 영업비밀이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비공개 심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영업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물론 국회에서 개정안이 대폭 수정되거나 아예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영업비밀보유자의 입증책임 완화와 비공개 심리제도의 도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특허청은 기술임치금고를 확대하고, 영업비밀자문단을 구성하여 법률상담지원을 제공하며, 영업비밀침해사건 발생 시 피해기업에게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해주는 등의 정책 지원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2)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우리나라는 영업비밀보호법을 기본으로 하여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6년에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을 별도로 제정·시행함으로써 이른바 ‘산업기술’을 ‘영업비밀’과 중첩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존의 특허법이나 영업비밀보호법과 달리, 정부가 법률에 따라 지정, 고시, 공고, 인증하는 기술을 ‘산업기술’이라고 별도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특히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아서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여 더욱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업보호기술과 영업비밀보호법은 그 보호대상도 다르지만, 입법목적도 다르다. 영업비밀보호법은 기업이나 개인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으로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 모두 그 보유자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영업비밀’은 기업이나 개인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여야 하는 대상인 반면, ‘산업기술’이나 ‘국가핵심기술’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려는 대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영업비밀보호법에서 영업비밀보유자가 그 직원에게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비밀유지약정이 있어야 하지만,8)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비밀유지약정이 없어도 영업비밀보유자의 직원은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9) 또한 영업비밀보호법에서는 벌금형 상한액이 국내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5천만 원, 외국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1억 원인 반면,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내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5억 원, 외국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10억 원으로 약 10배나 된다는 점을 볼 때,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경제와 국익보호의 목적이 더 강조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업비밀보호 활동을 지원하는 영업비밀보호센터는 아직 법률에 설립 근거규정이 없으나, 산업기술보호 활동을 지원하는 산업기술보호센터와 산업기술 분쟁해결을 위한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적으로 국가정보원 산하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설치되어 국가핵심기술 및 첨단기술보호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영업비밀보호법뿐만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을 별도로 제정·시행함으로써,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영업비밀보다 더 넓은 범위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특히 국익과 관계되는 정보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를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3)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2014년 4월경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에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사건은 49건이었는데, 그 중 73%가 중소기업의 기술이 유출된 사례였다고 한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과 달리 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할 경제적·기술적 능력이 부족하고 영업비밀보호나 산업기술보호를 위한 전문 인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영업비밀보호법뿐만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까지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다 중점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2014년 5월에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추가로 제정하여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기술’10)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 보호지침 제정, 기술자료 임치제도11) 전산화, 기술자료 임치물의 담보 설정 지원, 중소기업기술보호를 위한 전담기관 지정,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제정 전부터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와 함께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2014년 4월말 기준으로 약 1만 건의 기술자료 임치계약(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약 9,900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약 900건)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처음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기술자료 임치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8년의 26건 이후 약 400배 이상 증가한 규모이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은 이와 같이 활성화되고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전산화하여 중소기업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고, 임치된 기술자료를 담보로 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쉽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함으로써,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영업비밀보호 및 법적 구제 현황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는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고, 영업비밀보호를 지원하는 여러 제도와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 영업비밀침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위와 같은 여러 법제도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여 영업비밀보유자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사람의 지식·경험·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 자체가 부족하다면 그와 같은 법제도가 무용지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2014년 1월에 발표한 ‘영업비밀 피해 실태조사 결과’12)에 따르면, 국내 소재 중소기업의 약 10%, 해외 진출 기업의 약 15%가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고, 그 피해액은 국내 소재 기업의 경우 약 13억 원, 해외 진출 기업은 약 7억 원으로 조사되었다. 영업비밀을 유출한 자는 퇴사자인 경우가 약 3/4를 차지하였으며, 특히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는 기업 중 약 1/3 정도가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유출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위 실태조사 결과 중 판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영업비밀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인용율은 2010년 약 18%에서 2012년에는 약 49%로 증가하였고, 형사사건의 유죄선고율도 2010년 약 72%에서 2012년에는 약 8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사소송에서 영업비밀보유자의 피해구제율이 증가하였고, 형사소송에서도 영업비밀침해자의 처벌율이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사법적인 측면의 영업비밀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주된 이유 중에 하나는 기업들의 영업비밀보호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고 그에 따른 영업비밀관리 및 침해대응이 점차 체계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로 인하여 영업비밀 유출을 적발하는 비율이 증가하게 되고 영업비밀침해사실과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입증하는 자료 수집도 널리 보편화되어 소송에서의 입증이 점차 용이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영업비밀침해사건 수사 및 심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점차 축적되어 가면서 영업비밀침해사건의 실체 파악이 보다 수월해지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평균 청구액은 약 13억 원인 반면, 실제 인용액은 청구액의 약 20% 정도밖에 안 되는 약 2.4억 원에 불과하고, 형사소송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유죄판결사건의 약 2/3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음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영업비밀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처벌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4. 각국의 영업비밀보호 법제도 개선 동향


(1) 미국


미국에서는, 연방정부(federal government) 차원에서 보호하는 특허와 달리, 영업비밀보호는 주로 각주(state)의 주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영업비밀을 미국 각주별로 제정한 상이한 법에 따라 다르게 보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은 통일법위원회(Uniform Law Commission)에서 각주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통일법률안을 만들면 각주에서는 이를 기본으로 하여 주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업비밀의 통일법률안은 통일영업비밀보호법(Uniform Trade Secrets Act)으로서 1979년 처음 만들어져 1985년에 개정된 후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미국의 구체적인 법제도를 알기 위해서는 각주의 주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한편, 연방정부에서도 미국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근거법률이 바로 1996년에 제정된 경제스파이법(Economic Espionage Act)이다. 경제스파이법은 미국 형법(18 U.S.C.)에 영업비밀 관련 조항 9개(제1831조 내지 제1839조)를 추가하는 영업비밀보호 관련 부분을 포함하여 여러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형법에 추가되는 영업비밀보호 관련 부분은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를 침해하는 경우에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영업비밀의 무단 취득‧사용‧공개 등의 행위를 한 경우 개인은 10년 이하의 징역, 법인은 미화 5백만 달러(약 5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외국정부나 외국기업 등을 위한 무단 취득‧사용‧공개 등의 경우에는 가중처벌하여 개인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미화 500만 달러(약 5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은 미화 1천만 달러(약 100억 원) 또는 영업비밀 가치의 3배 중 큰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외국과 관련된 영업비밀 취득‧사용‧공개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 대한 경제스파이법의 벌금형 상한액은 2013년에 제정된 외국 및 경제 스파이 처벌 강화법(Foreign and Economic Espionage Penalty Enhancement Act)에 따라 대폭 상향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에 대한 벌금형 상한액은 기존 미화 50만 달러(약 5억 원)에서 현재의 미화 500만 달러(약 50억 원)로 10배 상향되었고, 법인의 경우에는 기존 미화 1천만 달러(약 100억 원)에서 현재의 미화 1천만 달러 또는 영업비밀 가치의 3배 중 큰 금액으로 변경됨으로써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얻은 이득이나 절약한 비용이 클수록 벌금도 그에 비례하여 늘어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2012년말에도 경제스파이법에 대한 주요 개정이 있었는데, 바로 영업비밀 도용 명확화 법률(Theft of Trade Secrest Clarification Act)을 제정하여 경제스파이법에서 정하고 있는 영업비밀 도용의 범위를 수정한 것이다. 이는 2012년에 선고된 판결13)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라는 투자은행의 직원이었던 자가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던 증권거래 관련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를 무단 반출하여 기소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경제스파이법 제1832조에서 그 대상을 “주간 또는 외국과의 상거래를 위해 생산되거나 출시된 제품과 관련되거나 그 제품에 포함된 영업비밀”14)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1심의 유죄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회사 내부에서의 사용을 위한 영업비밀도 경제스파이법의 보호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였고, 결국에는 위 조항의 문구를 “주간 또는 외국과의 상거래에 사용되거나 사용될 목적의 제품 또는 서비스와 관계되는 영업비밀”15)이라고 수정하게 되었다.


(2) 일본


일본은 부정경쟁방지법에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고, 그 내용도 우리나라의 영업비밀보호법과 유사하다. 다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원본증명제도가 없는 대신 비공개 심리 규정을 명시하고 있고, 영업비밀의 외국 취득‧사용‧공개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으며, 양벌규정에서 법인에 대한 벌금형이 개인보다 30배나 높게 규정되어 있다는 점이 주요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법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최근 영업비밀보호와 관련해서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2013년말에는 영업비밀보호를 전담하는 기관인 영업비밀보호센터의 신설 및 원본증명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고, 2014년초에는 외국 유출 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경제산업성이 법률 개정 방침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영업비밀 유출을 위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첨부된 메일을 송부하거나 개인용 컴퓨터에 침입하는 행위16)도 처벌하도록 하고, 징역형의 상한도 현재의 10년에서 15년으로 강화하며, 벌금형의 상한액도 개인은 기존 1천만 엔(약 1억 원)에서 5천만 엔(약 5억 원), 법인은 기존 3억 엔(약 30억 원)에서 6억 엔(약 60억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한 외국 기업의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17)를 도입하는 것으로 골자로 하고 있다.


(3) 유럽


유럽의 경우 2014년 5월에 유럽연합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가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영업비밀보호지침안18)에 합의하였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에는 영업비밀 취득‧사용‧공개 시 악의나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영업비밀보유자가 허락하지 않은 경우 모두 위법으로 보도록 하였고, 각국 민법과의 조화를 위하여 최소한의 공통기준만 충족시키면 각국별로 더 높은 수준의 영업비밀보호가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소송 중 영업비밀이 공개되지 않도록 심리를 비공개로 진행하여 비밀을 유지하고, 선의의 침해자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며, 판결공지 등 영업비밀보유자의 신용회복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영업비밀보유자가 법적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의 소멸시효가 6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연합이사회가 2014년 5월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럽의회(the European Parliament)와 협의하여 지침의 최종안을 도출할 예정이며 그 후 늦어도 1년 내에 새로운 지침이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5. 영업비밀보호 법제도 개선 방향


영업비밀은 특허 못지않게 많이 활용되는 지식재산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법제도를 이미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영업비밀은 그 성질상 영업비밀보유자 각자가 비밀로 관리하면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기본적인 법제도만 마련해주면 이를 활용하여 현실적으로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법적 구제를 받는 책임은 전적으로 영업비밀보유자에게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같이 영업비밀보유자가 자신의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법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로 영업비밀침해행위가 발생하여도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침해행위 또는 손해의 입증을 잘 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다수의 영업비밀보유자들이 효과적인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법제도만 마련해둔 채 영업비밀보호의 책임을 전적으로 영업비밀보유자에게만 일임하는 것은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좋은 방법이 결코 아니며, 실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영업비밀보호를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영업비밀보호를 전담하는 기관을 설치하고, 영업비밀보유자들의 영업비밀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제도나 정책을 시행하며,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는 것이 최근 추세이다. 또한 국가가 주도하여 영업비밀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홍보를 강화함으로써, 영업비밀보유자의 영업비밀보호 능력을 증진시키고 법적 구제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기본이 되는 영업비밀보호법뿐만 아니라 산업기술보호법이나 중소기업기술보호법과 같은 법률을 추가로 시행하여 영업비밀을 중첩적으로 보호하고 있고, 영업비밀보호센터, 산업기술보호협회, 산업기밀보호센터 등과 같은 전담기관을 설치하여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지원, 교육, 홍보, 중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원본증명제도나 기술자료 임치제도와 같이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제도들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고,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한 형벌도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업비밀침해 사례가 감소하지 않고 있고, 영업비밀보유자의 손해배상 인용액은 청구액의 2~30%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한 형벌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하여 법원이 재량적으로 징벌적인 의미의 손해배상 선고를 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법 개정을 통한 법정형 상향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법원이 영업비밀침해자에게 실제로 선고하는 형량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업비밀보유자는 침해자가 어떤 영업비밀을 어떤 방법으로 취득하였는지,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는 여전히 이 모든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영업비밀보유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보유자의 입증책임을 완화되거나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되도록 하는 법률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퇴사자가 영업비밀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채 경쟁사에 입사한 경우에 그 경쟁사는 영업비밀을 무단 취득‧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함으로써 영업비밀침해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상대방에게 전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상대방에게 전부 공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영업비밀침해사건에 대한 심리를 비공개로 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어서 소송 중에 일반에게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영업비밀침해사건의 심리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영업비밀보호법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업비밀이 소송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공개되더라도 재판부만 이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상대방 소송대리인에게만 열람을 허용하되 등사는 금지함으로써, 그 상대방이 공개된 영업비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가지는 영업비밀이 법적 구제를 받는 과정에서 전부 공개되어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모순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업비밀보유자가 법적 구제를 요청하고자 하는 의욕을 저하시키고,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저해하며, 결국에는 영업비밀보호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게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영업비밀보호 미래전망


어떠한 미래전망도 마찬가지이겠으나, 영업비밀보호에 대한 미래를 전망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앞서 살펴본 각국의 영업비밀보호 법제도 동향을 중심으로 하여 향후 영업비밀보호 법제도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


현재 우리나라는 영업비밀의 국내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고, 외국 취득‧사용‧공개의 경우에는 그 2배의 가중처벌을 하고 있으며, 개인과 법인에 대한 벌금은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영업비밀의 외국 취득‧사용‧공개의 경우 개인에 대한 벌금 상한액을 기존의 미화 50만 달러(약 5억 원)에서 그 10배로 상향하였고, 법인은 그 영업비밀 가치의 3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일본도 최근 벌금형의 상한액을 개인은 기존 1천만 엔(약 1억 원)에서 5배로 상향하고, 법인은 기존 3억 엔(약 30억 원)에서 2배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은 영업비밀 취득‧사용‧공개로 인하여 얻는 법인의 이득이 일반적으로 개인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개인과 법인에 대한 벌금액 상한액에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0배까지 차이를 두고 있다. 게다가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회사의 규모와 매출도 점차 증가하면서, 영업비밀 자체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이를 취득‧사용‧공개함으로써 영업비밀침해자가 얻는 재산상 이득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각국의 영업비밀침해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형보다 벌금형을 상향하여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너무 낮은 벌금형의 상한액을 상향시켜 처벌의 효과를 현실화하고, 특히 개인과 법인의 이득액 차이를 감안하여 벌금형의 상한액에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2) 소송 과정에서의 영업비밀보호 강화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밀유지명령, 심리 비공개, 비공개 증거조사 등 각종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소송 중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비밀유지명령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여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반영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문제의 심각성을 점차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는 경우 영업비밀을 법으로 보호하는 취지 자체가 몰각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영업비밀침해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다른 나라에서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는 소송상의 여러 영업비밀보호 제도들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퇴직자에 의한 영업비밀 유출 지속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판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나는 바와 같이,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침해자의 약 3/4 정도는 바로 퇴직자이다. 물론 내부직원이나 경쟁사도 없지는 않지만, 퇴직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결국 영업비밀을 작성‧관리하는 직원이 퇴사하면서 그 영업비밀을 무단으로 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접근가능성의 측면에서 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외부인이 무단침입하여, 기업의 영업비밀 보관장소를 파악한 후, 어떤 자료가 영업비밀인지 검색하여, 이를 외부로 반출하는 일련의 과정은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자가 영업비밀을 반출할 가능성도 높고, 그러한 접근가능성이 높은 자는 바로 그 영업비밀을 작성‧관리하는 직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절도, 유괴, 납치, 성폭행 등 대다수의 범죄에서, 가해자가 평소 범행대상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높은 자였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영업비밀은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이고, 기업에서 그러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작성‧관리하는 자는 그 기업의 담당직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업비밀침해사건에서 영업비밀침해자는 해당 영업비밀을 작성‧관리하다가 퇴사한 직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러한 결과는 영업비밀의 성질상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에도 기업이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바로 중요한 영업비밀을 작성‧관리하던 직원의 퇴사일 것이다.  


(4) 국가의 영업비밀보호 지원 확대


영업비밀은 영업비밀보유자가 중요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로 관리함으로써 그 경제적 가치를 지속적, 독점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영업비밀보유자에게 일임되어 왔다. 국가도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주기만 했을 뿐, 이를 활용하는 것은 영업비밀보유자의 몫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보유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영업비밀의 법적 요건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그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영업비밀침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증거가 필요하고 어떻게 확보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영업비밀을 보유하고만 있을 뿐 그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지식과 능력이 부족하고, 법적 구제를 받기 위한 방법에도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마련해놓은 영업비밀보호 법제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게 된 세계 각국은 국가가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기업의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지원과 정책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전담기관과 지원기관을 설치‧운영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며, 영업비밀침해사건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증거자료들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국가가 기업들의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각종 제도를 만들고 자금을 지원하고 교육이나 홍보 등의 사업을 시행하는 등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는, 영업비밀침해가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본 논단은 저자가 ‘Global IP Trend 2014'(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발행)에 기고한 글을 정리·보완한 것입니다.


2) 미국 통일영업비밀법(Uniform Trade Secrets Act) 제1조 제4항


3)일본 부정경쟁방지법(不正競?防止法) 제2조 제6항


4)비공개된 노하우 및 영업비밀의 위법한 취득·사용·공개로부터의 보호에 대한 유럽의회 및 이사회의 지침안 {Proposal for an Directiv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the protection of undisclosed know-how and business information (trade secrets) against their unlawful acquisition, use and disclosure} 제2조 제1호


5)영업비밀은 그 성질상 외부에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의 존재 및 내용 입증을 위해 영업비밀이 낱낱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비밀유지명령제도는 이와 같이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비밀 공개를 최소화하고, 소송을 위해 부득이하게 공개된 영업비밀을 알게 된 소송 당사자들 및 그 대리인들에게 법원이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을 내려 소송 외의 목적으로 해당 영업비밀을 공개하거나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


6)현재는 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특허정보원이 원본증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7)전자지문 또는 해쉬값(hash value)이라 한다.


8)영업비밀보호법 제2조 제3호 라목에서는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9)산업기술보호법 제34조 제1호에서는 “대상기관의 임직원(교수, 연구원, 학생을 포함한다)”은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중소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중소기업의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생산·보급·사용에 필요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중소기업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1)기업이 보유한 기술자료를 제3의 기관에게 임치하는 제도로서, 기술자료의 유출을 방지하고, 분쟁 발생 시 기술자료의 소유자, 보유시기, 내용 등에 대한 입증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술자료 보유기업이 파산하거나 사업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기존 계약에 따라 해당 기술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다른 기업이 계속 그 기술자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목적으로 활용된다.


12) 특허청이 국내 중소기업 800개 및 해외 진출 기업 200개를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영업비밀 관련 판례 538개(민사 274개, 형사 264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13) United States v. Aleynikov, 676 F.3d 71, 75(2d Cir. 2012)


14) “a trade secret, that is related to or included in a product that is produced for or placed in interstate or foreign commerce”


15) “a trade secret, that is related to a product or service used in or intended for use in interstate or foreign commerce”


16)우리나라 영업비밀보호법에는 영업비밀침해행위의 미수, 예비음모 처벌 규정이 있으나, 일본의 부정경쟁방지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17) 우리나라에서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역위원회가 영업비밀을 포함하여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 해당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가 이와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18)Proposal for a Directiv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the protection of undisclosed know-how and business information (trade secrets) against their unlawful acquisition, use and disclo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