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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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4.11.03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모르는 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려면 정확하게 알고, 어설프게 알려면 아예 모르는 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다. 필자는, 기업들의 기술 예봉이 충돌하는 특허전쟁의 최전선에서 항상 싸우다 보니, 여러 가지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특허법 제30조의 규정이다. 정말 출원인들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규정이다.
도대체 특허법 제30조가 무엇 이길래, 변리사인 필자조차도 아예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할 정도일까? 특허법 제30조는 공지예외주장이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출원에 대하여, 말 그대로 공지된 사실관계에 예외를 적용하여, 공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규정을 보면, 아래와 같다.
第30條(공지 등이 되지 아니한 발명으로 보는 경우<개정 2001.2.3>)
① 特許를 받을 수 있는 權利를 가진 者의 發明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날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면 그 특허출원된 발명에 대하여 제29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발명은 제29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改正 1993.12.10, 2001.2.3, 2006.3.3, 2011.12.2>
1.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발명이 제29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다만, 조약 또는 법률에 따라 국내 또는 국외에서 출원공개되거나 등록공고된 경우를 제외한다.
2. 特許를 받을 수 있는 權利를 가진 者의 意思에 반하여 그 發明이 第29條第1項 各號의 1에 해당하게 된 경우
3. 삭제<2006.3.3>
② 제1항제1호의 規定을 適用받고자 하는 者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 출원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書類를 特許出願日부터 30日이내에 特許廳長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개정 2006.3.3>
언 듯 보기에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요지는 간단하다. 특허 출원 전에 자의(自意)나 타의(他意)에 의해 해당 발명을 일반에게 공지(公知)하게 된 경우, 공지일로부터 1년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면서, 특허 출원서에 그러한 사실을 기재하고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기재된 공지사실로 인해 특허출원이 등록을 받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규정의 취지만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규정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규정은, 필자가 차라리 아예 모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그러나 너무도 쉽게 빠지게 되는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첫째는, 출원시에 공지된 사실관계가 복수로 존재할 때, 그러한 모든 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2014. 11. 8. 학회개최 안내 책자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여 배포하고, 2014. 11. 10.에 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2014. 11. 14.에 논문에 등재하여 발간하고, 2014. 11. 16.에 학회 홈페이지에 등재하였다면, 이 모든 사실을 출원당시에 모두 기재하여야만 한다. 어느 하나라도 누락된다면, 나중에 출원서의 보정을 통해 이를 추가할 수 없으며, 또한 누락된 사실관계에 의해 특허를 등록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위에서 앞의 3가지 사례는 2014. 12. 1.에 특허 출원을 하면서 기재하여, 특허법 제30조의 적용을 신청하였는데, 학회 홈페이지에 등재된 사례는 누락하였다면, 홈페이지에 등재된 내용으로부터 특허출원의 등록이 거절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우리의 판례는 연속선상에 있는 일련의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경우에만 기재되지 않은 공지행위도 공지예외를 적용해 준다. 예를 들면, 학회 안내 책자에 기재된 사실만을 기재하였을 경우, 학회 세미나 발표에 대해 이 안내책자가 정보를 담고 있다면, 학회 세미나 발표는 안내책자 배포와 일련의 연속행위로 간주하여, 세미나 발표에 대해 최초 출원시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로부터 특허등록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일련의 연속행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법규정을 확대해석해서 폭넓게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규정만 믿고 있다가는 자신의 무의식적 공지행위로 인하여, 정말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특허를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우선권 주장을 통해 국내나 해외로 특허를 확장해 나갈 때, 기일을 놓쳐 특허등록이 거부되기 쉽다는 것이다.
우선권 주장은 최초 출원을 한 후 1년 이내에 그 출원을 근거로 새로운 출원(국내 및 국외 무관)을 하게 되면, 먼저 출원한 선출원(先出願)을 근거로 후출원(後出願)의 특허등록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우선권 주장은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의 기간의 이익을 그대로 끌고 오지 않는다. 즉, 우선권 주장과 무관하게, 후출원의 경우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을 공지사실관계에 대해 “반드시” “모두”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그것도 공지된 사실이 있었던 1년 이내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지예외 주장을 한 출원을 선출원으로 하여 우선권 주장을 하는 경우, 향유할 수 있는 우선권 주장의 기간이 1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2014. 6. 1. 논문발표를 하고, 2015. 1. 1.에 특허출원1을 하면서, 논문발표를 공지예외로 주장하였다면, 특허출원1을 우선권으로 주장하여, 특허출원2를 하게 되면, 특허출원2는 2015. 5. 31. 이전에 출원해야 하고, 그 출원시 당연히 논문발표에 대해 공지예외 주장을 다시 해 주어야 한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공지예외 주장을 한 출원의 경우, 우선권 주장을 활용하여 국내 후속출원이나, 해외 출원(국제특허출원 포함)을 하게 되면, 우선권 제도에 따른 기한(1년)을 충분히 향유할 수 없으며, 심지어 공지후 특허출원이 너무 늦게 되었다면, 공지예외 주장 때문에 해외 출원 자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지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공지예외 주장의 기간이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미FTA 발효로 인하여 한국은 2011. 12. 2.부터 그 기한을 1년으로 하였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전의 한국법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6개월인 나라들이 많이 있다. 유럽, 중국 및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2014. 1. 1. 공지된 사실을 바탕으로 2014. 8. 1. 한국이나 미국에서 특허출원하였다면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지만, 유럽, 중국이나 일본에서 특허출원하였다면 이미 6개월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특허받을 수 없다. 이처럼 공지예외 주장은 국가별로 인정하는 기간이 6개월과 1년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허출원시, 특히 해외 출원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넷째는, 공지예외 주장을 인정하는 범위도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규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공지형식에 별다른 한정을 하고 있지 않아, 어떤 형식의 공지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와 비슷하게, 미국은 특허출원일로부터 1년 이전에 그 발명이 미국 내 또는 미국 외에서 특허되거나 인쇄된 간행물에 게재된 경우 또는 미국 내에서 공용되거나 판매되었을 경우에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어 “공지예외적용” 범위가 비교적 넓은 편이다.
그런데, 유럽, 중국 및 일본은 공인된 박람회 출품 등 특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공지예외를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인정받았던 공지사실행위가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인정받지 못해 특허등록이 거절될 수 있다.
다섯째는, 후속 분할출원, 우선권주장 출원을 할 경우, 공지예외 주장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후속 분할출원이나 우선권 주장 출원은 선출원에서 파생된 것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선출원과 무관한 새로운 출원이다. 따라서 후속 분할출원이나 우선권 주장 출원에서도 최초 출원시 공지예외 주장을 명확하게 기재하여야 하는데, 실무에서 공지예외 주장을 다시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실수로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자도 공지예외 주장이 있는 출원에 대해서는 2중, 3중으로 확인을 하는데,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이렇듯,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은 많은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일종의 ‘독이든 사과’와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가급적이 아니라, 무조건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을 피하도록 유도한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지하기 전에 먼저 특허출원을 하는 것이다. 학회 발표, 신제품 출시, 논문 발간 등 가장 일반적인 공지예외 주장의 유형은 최소한 2-3주 전에는 미리 예측이 가능하다. 2-3주면 특허사무소에서 충분히 특허출원서를 완성하고 출원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학회발표 원고 초안이 완성되면, 시제품이 완성되면, 논문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면, 먼저 관련 자료를 가지고 특허사무소를 찾아가야 한다. 이렇게 간단한 대처방법이 있는데, 먼저 특허출원부터 하자고 하면, 가끔 연구원들이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되묻고는 하는데, 공지예외 주장을 하는 순간 위 5가지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안고 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특허법 제30조의 공지예외 주장을 극단적으로 “아예 없다고 생각하시라”고 까지 조언한다.
마무리하자면, 특허법 제30조는 함정이 너무 많은 조항이므로, 공지예외 주장을 가급적 하지 말고, 부득이하게 공지예외 주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특허출원을 최대한 서둘러야 야기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