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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의 특허소송을 통해서 본 한국과 미국 소송절차의 차이점과 시사점II

    조회수
    211
    작성일
    2014.10.24
증거개시절차 외에 또 다른 소송절차상의 차이 점은 미국의 배심제도이다. 한국에서도 2008년부터는 국민참여 재판이 시행되고 있고, 이는 일정한 형사사건에 있어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형사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을 한 뒤 판사에게 평 의 결과와 양형 의견을 내놓는 재판제도이다. 다만, 배심원단 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재판부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형사재판에 있어서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미국식 배심제도와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원고나 피고 중 누구라도 배심재판을 원하면 배심재판으로 진행된다. 특히 특허사건에서는배심원들이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배심재판으로 진행되는 특허사건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여 약 70%의 특허사건이 배심재판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통상 특허권자들은 거의 배심 재판을 원하고, 침해자 측은 배심 재판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배심원들은 증거와 주장을 평가하는데 필요한 법률지식을 판사의 지침 (instruction)을 통해서 받는데, 삼성-애플 사건에서의 지침은 1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했고 그 내용으로는 특허권과 디자인권의 침해여부 판단 기준, 손해배상액 계산 기준 등 실체법 내용과 입증책임, 입증 정도 등 절차적인 내용까지 모두 포함되었다고 한다. 특히 특허사건에서는 특허가 무효로 판단 받으려면 그 사유가 명백(clearly convincing)해야 한다는 내용도 지침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통상의 배심원들은 특허청의 권위를 인정하고 특허청 심사관의 전문성과 판단 능력을 매우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배심원들은 합의를 통하여 배심원 평결(Jury Verdict)을 내리는데, 여기에 서는 결론에 도달한 이유나 증거를 적시할 필요가 없다. 삼성-애플 간 소송에서 나온 배심원 평결도 모두 20페이지에 불과하고, 그것도 침해로 주장된 모델명을 나열하고 침해인지 비침해인지를 체크하는 형식의 체크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 어떠한 법적 근거로 이러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하기는어렵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배심재판은 배심원들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고 경험이 부족하며, 교육 정도에 따라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권 침해소송에 있어서 디자인의 동일. 유사 여부는 일반인의 시각을 판단 기준으로 하고 비교적 특별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므 로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특허침해소송의 경우는 해당 분야의 기술자가 아니라면 일단 판단 대상이 되는 특허권 자체의 기술적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소송에 있어서까지 배심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야하는지 의문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기술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 주관적, 직관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고, 증거개시절차를 통해 노출된 증거들에 대하여도 어떤 증거가 더 법적으로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고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증거를 앞세워 판단할 수도 있다. 더구나 배심원들은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침해라고 인정한 경우 그 손해배상액까지 결정을 해야 하는데, 특허침해에 있어서 손해배상액의 산정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들에게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특허침해와 같은 특수한 재판에 있어서도 배심제도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미국에서의 삼성-애플 소송에서는 배심원장의 부정행위도 문제가 되었다. 즉 미국재판에서는 배심원을 선정하면서 심문절차를 거치는데, 그 심문절차에서 모든 배심원 후보에게 재판에 연루된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배심원 장이었던 벨빈 호건은 과거에 시게이트와 법정공방을 벌인 사실이 있음에 도 이를 속이고 그런 적이 없다고 답하여 배심원에 발탁되었다. 또한 법정에 제출된 자료와는 별개로 선행기술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자신의 특허 경험을 다른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며 설득함으로써 배심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따라서 삼성은 이에 대하여 배심원 평결을 파기해달라는 신청(JMOL; Judgment as a matter of law)을 하기도 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미국의 소송절차는 한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특허 소송과 같은 전문 분야에 있어서의 침해여부 판단을 일반인인 배심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미국에서 배심 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한 우리로서는 그와 같은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최 대한 그로인한 불의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 다. 따라서 미국에서 권리자로서 소송을 진행하고자 할 때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특허권 보다는, 일반인의 입장에 서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권을 침해주장의 권원으로 하여 주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번 미국에서의 삼성-애플 소송에서도 애플의 주된 주장은 일반인이 이해하고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권에 대한 침해 주장이었다.

또한 아예 배심재판을 피하고 싶다면, 일단 손해배상청구(Damage) 대신 침해금지청구(Injunction)만을 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특허나 디자인권을 포함한 일반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에서는 통상 침해금지청구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함께 청구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배심제도로 인하여 손해배상청구는 배심원이, 금지청구는 판사가 판단하게 되므로, 배심재판을 피하고 싶다면 우선 침해금지청구만을 구하여 판사로부터 법원 결정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침해자의 입장이라면, 권리자가 미국에서 소를 제기하기 전에 침해가 아님의 확인을 구하는 비침해 확인소송(Declaratory Judgment Action)을 먼저 청구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배심원들은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평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위 비침해 확인소송에는 배심원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비침해 확인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권리 자가 침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위험이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한편 삼성-애플 소송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원고 에 대하여 피고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양국 모두 피고의 제품이 특허의 권리범위 속하지 않는다는 비 침해의 항변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특허권에 대한 무효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미국 민사법원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일단 등록된 특허권을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은 특허심판원에 제기하는 무효확인심판을 통해서만 가능하므 로, 일반적인 민사절차에서는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없어 특허가 무효라는 항변이 가능하나 한국에서는 특허가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없는 발명으로서 무효임이 명백하므로 이에 기한 침해금지, 손해배상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항변, 즉 권리남용의 항변을 하게 된다.
그 밖에 특허권자의 특허가 표준특허에 해당하여 특허권자가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선언을 한 경우 즉, 특허 기술을 발명 한 사업자가 이를 표준협회를 통해 표준기술로 채택하게 하는 대신,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업체가 개인으로부터 공정하고 차별 없는 조건으로 사용료를 받기로 한 경우, 위 특허권자의 특허침해주장에 대하여 침해자는 특허권자의 위 FRAND 선언으로 인하여 이미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FRAND 선언을 하고 나서 해당 특허에 대한 침해금지청구를 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을 할 수 있는지 등 특히 공정거래 또는 독점규제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항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침해소송에 있어서 위와 같은 항변은 거의 다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삼성-애플 소송을 계기로 애플 측은 삼성의 특허침해 주장에 대하여, 위와 같이 공정거래법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다양한 항변을 주장하였으며, 애플의 위와 같은 항변은 한국 법원에서는 여러 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받아들여 지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특허침해소송에서 위와 같이 다양한 항변이 연구되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디자인의 가치나 중요성에 대하여 특허나 기술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행위에 대해서도 실무적으로 특허나 다른 지적재산권의 침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볍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 전체적인 인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애플 간의 소송을 보면서 디자인이 갖는 가치가 결코 특허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갖는 가치는 단순히 법적으로 평가되는 가치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업의 이미지나 대외적 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대명사로서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아왔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우리도 디자인이 갖는 가치를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보고, 남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행위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관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앞으로는 기술만이 아니라 디자인의 개발을 위해서도 과감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또 다른 차원에서의 지식재산 강국이 되기를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