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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의 특허소송을 통해서 본 한국과 미국 소송절차의 차이점과 시사점I

    조회수
    258
    작성일
    2014.10.24
2011년 4월에 시작되어 1년이 넘게 진행되었던 삼성과 애플 사이에서의 소송은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되었으나, 그 결과는 언뜻 보면 서로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에서 소송의 판단 대상이 된 특허권 및 디자 인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자체만을 가지고 양국에서 특허침해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거나 동일한 사실관계를 다르게 판단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처음에 동일한 특허를 양국에 출원했다고 하더라도 등록이 되는 과정에서 특허청의 의견을 받고 보정을 거치면서 처음 출원 당시의 내용과는 조금씩 달라지게 되는 것이 통상이다. 또한 미국의 배심원 평결(Jury Verdict)에는 침해했다고 주장된 각 제품에 대한 특허권, 디자인권의 침해여부, 손해배상액수만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나타나 있어, 과연 배심원이 어떤 근거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미국 법원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여기에서는, 양국에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데에는 양국의 소송절차상의 차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므로 양국의 소송절차 상의 차이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의 민사소송 절차는 상대적으로 매우 단순하다. 즉 원고와 피고가 각자 소장과 답변서를 제출한 이후 법원이 통지한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주장. 입증을 하고, 이후로도 쌍방이 서로 서면과 증거를 제출하면서 법원에 출석하여 변론을 진행하다가 판사가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내리게 된다. 반면 미국에서의 소송절차는 한국과 크게 다른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증거개시절차(Discovery)와 배심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원고와 피고가 소장과 답변서를 제출한 이후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가기에 앞서 증거개시 절차(Discovery)를 거치게 된다. 위 증거개시절차에서는 양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특정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질문사항에 대하여 답을 요구 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요구할 수 있고 요구를 받은 상대방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즉 증거수집이 양 당사자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정식 소송절차로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모든 증거가 노출되므로 증거개시절차를 거치면서 자신이 소송에서 유리한 입장인지 불리한 입장인지가 정리되며, 소송의 승패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하여 대부분의 사건이 정식 소송절차로 진행되기 이전에 화해, 협상으로 끝나게 된다. 특허 사건에서도 정식 재판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전체 특허 사건의 5%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소송 상대방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의 제출을 요구할 권리가 없고, 재판부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당사자에게 특정 증거의 제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양 당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선택하여 제출하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쌍방에서 계속해서 증거가 산발적으로 제출되므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쉽게 승패를 예측하 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거의 모든 소송이 판결로 종결되며 중간에 화해나 합의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에서의 삼성-애플 소송에서는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과 유사한 선행 디자인을 이미 애플의 디자인 출원 전에 개발하였는데, 이에 대한 증거가 적시에 제출되지 못하여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디자인 침해소송에서 해당 디자인의 출원 전에 공지된 선행디자인 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가장 중요한 증거로서, 만일 증거개시절차에서적시에 중요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다면 배심원 평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쌍방이 수시로 증거를 제출하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히 이처럼 소송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 경우에는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위 소송에서는 증거개시절차를 통하여 삼성의 임원들 간에 애플이 가진 기능을 단말기에 넣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오간 이메일과 갤럭시S와 아이폰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내부보고서가 제출되었는데, 이러한 증거가 배심원 평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디자인권이나 특허권의 침해 여부는 디자인권(특허권)과 침해제품, 디자인권(특허권)과 선행 공지디자인(선행 기술)과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내부 이메일이나 보고서는 침해여부를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미국 배심원들은 그 침해가 고의(willfullness)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므로, 위와 같은 증거 역시 고의에 의한 침해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의에 의한 침해임이 인정되면 판 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배심원이 정한 손해배상액수를 3배까지 증액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위와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어, 디자인이 나 특허침해의 민사소송에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 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특허침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 로 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증거로 인하여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