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권리범위확인(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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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20
2.자유실시기술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원심은,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확인대상발명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그 판시 비교대상발명들과 주지관용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명칭을 ‘저용량의 엔테카비르 제제 및 그의 용도’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 한다)과 대비할 필요 없이 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1)확인대상발명 중 원심판시 구성1은 ‘엔테카비르 일수화물을 1.065㎎(엔테카비르 ‘1㎎’에 해당한다)/1정의 함량으로 포함하는 1일 1회투여 가능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치료제’이다.그런데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우선권 주장일인 2000.2.29.이전에 이미 ‘엔테카비르’라는 화합물이 B형 간염 치료제로 효과가 있음이 공지되어 있으므로,확인대상발명의 구성 1은 엔테카비르의 투여용량을 1㎎,투여주기를 1일 1회로 한정한 것에 그 기술적 특징이 있다.
그런데 엔테카비르 5㎎의 단일 일일용량은 24시간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50%의 약효가 나타나는약물농도 값(EC50)을 초과하는 혈장 약물농도를 나타낼 것이라는 내용의 자료가 이미 공지되어 있는등의 사정을 통하여 엔테카비르가 5㎎ 이하에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면 임상 1상시험에서 엔테카비르의 혈장 약물농도 검사를 통한 평균 소실 반감기가 55시간이므로 엔테카비르가 체내에서장시간 약물 효과가 유지되어 1일 1회 투여가 가능하다는것을 예측할 수 있으며,또한 엔테카비르 1㎎을 투여하는 것은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나아가 비교대상발명 2의표 2에 ‘엔테카비르 투여량 0.5-2.5㎎ 경구 매일,단계 2상’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위 표 2에엔테카비르와 함께 기재된 다른 B형 간염 치료제들의 투여용량이 모두 인간에 대한 것이고 여기에 표시된엔테카비르 투여량의 단위는 동물 투여용량을 표시하는 ‘㎎/㎏’이 아닌 ‘㎎’일 뿐만아니라,비교대상발명 1에도 엔테카비르가 이미 임상 2상 시험 단계에 있다는 점이 나타나 있는 등의 사정에 의하면 통상의 기술자는 위 표 2의 엔테카비르 투여용량과 투여주기를 특정 질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인 임상 2상의 설계용량으로 이해할 수 있고,달리 엔테카비르가 1㎎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예측하는데 방해 요인이 없다.이와 같은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통상의 기술자는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구성 1을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고,그 효과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2)확인대상발명 중 원심판시 구성 2는 ‘엔테카비르와 함께 담체 및 점착성 물질인 결합제를 포함하며 상기 물질들을 포함하는 분말 상태의 혼합물을 압축성형하여 타정하는 직접분말압축법으로 제조된 정제’이다.
엔테카비르 일수화물은 비교대상발명들에 포함되어 있는데,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면 엔테카비르는 경구 투여 시 흡수가 잘 된다는 점이 이미 밝혀져 있고,경구 투여에 있어서 정제를 사용하는 것과 의약품의 결정 또는 분말에 부형제,결합제,붕해제 등을 가하고 균일한 건성 혼합물로 하여 직접 타정하는 직접분말압축법은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 이미 의약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었던 기술이다.따라서 구성 2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에 주지관용기술을결합하여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고 그 효과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과 주지관용기술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자유실시기술의 심리·판단 가능 여부 및 자유실시기술이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변론주의의원칙을 위반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되,원심판결 중 원고승계 참가인표시에 잘못된 기재가 있음이 분명하므로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이 판결에는 투여용법과투여용량을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관 이상훈,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대법관 고영한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대법관 이상훈,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
이 사건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는 결국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이 사건의 핵심쟁점이자 다수의견이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보는 쟁점,즉 의약용도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찬성할 수 없다.
가.대법원은 의약용도발명에서 특정 물질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의약용도가 발명을 구성하고,여기서 의약용도는 대상 질병 또는 약효를 의미한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대법원2009.1.30.선고2006후3564판결 , 대법원 2014.5.16.선고 2012후3664판결등 참조).단지 청구범위에 의약용도를 대상 질병 또는 약효 대신 약리기전으로 기재하더라도 발명의 설명등 명세서의 다른 기재나 기술상식에 의하여 의약으로서의 구체적인 용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청구항의 명확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 대법원 2004.12.23.선고 2003후1550판결 , 대법원 2009.1.30.선고 2006후3564판결등 참조).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의약물질과 그 의약용도로서의 대상 질병 또는 약효가 특정되어 있는 이상거기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한다고 하여 별개의 새로운 의약용도발명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대법원은 사람의 질병을 진단·경감·치료·처치하고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은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라 할 수 없으므로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1991.3.12.선고 90후250판결 참조).의약물질의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정하는 것은 그 의약물질 자체에 새로운 기술적 사상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용법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하다.그러한 용법의 변경은 의사에 의한 의약물질의 처방이나 시술 또는 환자의 복용 등 의료행위에 의하여 구현되는 것인데,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임( 의료법제12조 제1항 참조)을강조할 필요도 없이 의사는 그의 전문지식에 따라 자유롭게 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은 특허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
나.특허법은 발명의 범주를 물건의 발명,방법의 발명,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정하고있고( 특허법 제2조 제3호참조),대법원은 의약용도발명을 세가지 형태 가운데 물건의 발명으로 허용하고 있다.물건의 발명은 그 구성상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방법의 발명이나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과 구별된다.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특정 용량의 의약을 일정한 주기로 투여하는방법’과 같은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는 견해는 물건의 발명으로서의 의약용도발명의 성격과 조화되기어렵다.
다.특허권은 국가의 특허처분에 의하여 특허출원인에게 부여되는권리이고,각국의 특허법과 그 법에 따라 특허를 부여할 권리는 나라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지역적 제한을지닌다.우리나라에서 특허의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해당 산업의 발달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성도 있다.국제적인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특허법의 기본 이념과 법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특허권을 보호하는 법제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올바르다는 시각은 마땅히 경계할만하다.
라.위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물건의 발명인 의약용도발명의청구범위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기재하더라도 이는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없다.그리고 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다수의견이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판결들을 변경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
대법관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