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 [설계보상비반환] [공2022상, 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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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3
- 작성일
- 2022.05.19
판시사항
[1] 조달청장이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요기관으로부터 계약 체결을 요청받아 체결하는 계약의 법적 성질(=제3자를 위한 계약)
[2]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계ㆍ시공일괄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에 참가한 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으면 수요기관이 설계비 일부를 보상하도록 약정함에 따라 수요기관이 자신의 명의와 출연으로 그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수요기관이 불법행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심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이를 전부 파기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조달청장이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요기관으로부터 계약 체결을 요청받아 그에 따라 체결하는 계약(이하 '요청조달계약'이라 한다)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고 수요기관은 수익자에 해당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 요청조달계약에서 수요기관은 계약당사자는 아니더라도 계약에 따른 수익을 얻는 지위에 있는 반면, 조달청장은 수요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고 요청받은 계약 업무를 이행하는 지위에 있다.
[2] 조달청장이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요기관으로부터 계약 체결을 요청받아 그에 따라 체결하는 계약에서의 수요기관의 지위, 관련 법령 규정의 문언과 내용,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계ㆍ시공일괄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에 참가한 자와 사이에서 입찰에 참가한 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으면 수요기관으로 하여금 설계비일부를 보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하고, 이에 따라 수요기관이 자신의 명의와 출연으로 그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요기관은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수익자로서 조달청장과는 독립된 지위에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수요기관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수요기관은 불법행위자들에게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심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참조법령
[1]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1조, 민법 제539조 / [2]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 제2항, 구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2009. 12. 29. 법률 제9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2 제1항(현행 제15조 제1항 참조), 제2항(현행 제15조 제2항 참조), 구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9. 8. 25. 대통령령 제215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현행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 참조), 제2항(현행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2항 참조) / [3] 민사소송법 제253조, 제436조
재판경과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7다247145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6. 9 선고 2016나2086013 판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4두14389 판결(공2017하, 1578),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두39433 판결(공2018상, 442) / [3]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4상, 484),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35675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다229478 판결(공2018하, 1255)
전 문
【원고, 상고인】 부산교통공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박시준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A건설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6. 9. 선고 2016나20860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조달청장은 2008. 12. 10. 수요기관인 원고의 요청으로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다대구간)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제1 내지 4공구의 설계ㆍ시공 일괄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다.
나. 이 사건 입찰공고의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공사입찰유의서 제15조 제4호는 '담합하거나 타인의 경쟁참가를 방해 또는 관계계약담당자의 업무집행을 방해한 자의 입찰'을 입찰 무효사유로 정하고 있다. 일괄공사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Ⅰ(이하 '이 사건 특별유의서'라 한다) 제28조 제1항은 '발주기관이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자에 대해서 설계비의 보상을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제4항에서 '입찰의 무효에 해당하거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자는 설계비의 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았으면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 피고들은 현◑건설 주식회사, 한□□공업 주식회사, 코◑◑◑로벌 주식회사 등과 합의하여 이 사건 입찰에 형식적으로만 참가함으로써, 위 회사들이 낙찰자로 결정되어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담합하였다(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라 한다).
라. 원고는 2009. 6. 26.경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피고들의 청구에 따라 피고들에게 설계비 보상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다.
마.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 4. 25. 피고들의 이 사건 담합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 주식회사 A건설, 금♡건설 주식회사, 에▲▲▲에코플랜트 주식회사 등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관계법령과 이 사건 특별유의서 제28조에 기재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한 것은 법령이나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의 내부적 관계에서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지급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피고들의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해 설계보상비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이 사건입찰을 실시한 대한민국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가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조달청장이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요기관으로부터 계약 체결을 요청받아 그에 따라 체결하는 계약(이하 '요청조달계약'이라 한다)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고 수요기관은 수익자에 해당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 요청조달계약에서 수요기관은 계약당사자는 아니더라도 계약에 따른 수익을 얻는 지위에 있는 반면, 조달청장은 수요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지급받고 요청받은 계약 업무를 이행하는 지위에 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2014두14389 판결,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7두39433 판결 등 참조).
또한 조달사업에 관한 법령은, 이 사건 입찰이 실시될 당시인 2008년에는 수요기관이 계약상대자에게 그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였다가, 2009년에 이르러서야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였다. 구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2009. 8. 25. 대통령령 제215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은 “수요기관의 장은 조달청장이 체결한 계약에 의하여 수요물자의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에게 수요물자의 대금을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수요기관의 장은 그 대금지급을 완료한 후 그 내용을 조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수요기관이 자금사정 등의 사유로 조달청장에게 물자대금을 대지급하도록 요청하는 경우에는 조달청장이 동 대금을 계약상대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구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2009. 5. 27. 법률 제9714호로 개정되고 2009. 8. 28. 시행된 것) 제5조의2를 신설하여 그 제1항에서 “조달청장은 체결한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된 경우로서 납품업체의 규모, 계약 방법, 자체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하여 계약 이행의 대금을 수요기관의 장을 대신하여 지급(이하 '대지급'이라 한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대금을 대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수요기관의 장은 제1항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조달청장이 대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대금을 계약 상대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하며 대금을 지급한 후 즉시 그 내용을 조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하였으며, 현행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 제2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요청조달계약에서의 수요기관의 지위, 관련 법령 규정의 문언과 내용,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공사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계ㆍ시공일괄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에 참가한 자와 사이에서 입찰에 참가한 자가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으면 수요기관으로 하여금 설계비 일부를 보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하고, 이에 따라 수요기관이 자신의 명의와 출연으로 그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요기관은 공사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수익자로서 조달청장과는 독립된 지위에서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수요기관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수요기관은 불법행위자들에게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특별유의서 제28조 제1항은 “설계비의 보상은 발주기관(원고를 뜻한다. 이하 같다)이 당해 공사의 설계비 보상을 목적으로 책정한 예산의 범위 내에서 회계예규 「정부입찰ㆍ계약집행기준」제15장의 대형공사의 설계비 보상에 따라 보상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일괄공사입찰특별유의서Ⅱ 제17조는 “발주기관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9조 규정에 의한 낙찰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회계예규 「대형공사설계비보상요령」에 따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설계비의 일부를 보상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 밖에 이 사건 입찰에서의 설계보상비에 관하여 조달청장에게 최종적인 지급의무가 있다거나 원고와 조달청장 사이에 내부적으로 그 의무의 분담 및 구상 관계에 관하여 정한 규정은 없다.
3) 이 사건 입찰공고의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공사입찰유의서와 이 사건 특별유의서는 입찰담합을 입찰 무효사유로 정하면서 입찰 무효사유가 있으면 설계보상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이미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면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피고들은 이 사건 담합행위를 한 다음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지급을 요청하여 원고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받았다. 피고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4) 나아가 이 사건 특별유의서의 관련 규정 내용 및 입찰 과정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들의 이 사건 담합행위를 알았더라면 피고들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원고는 이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5)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원고가 조달청이 속한 대한민국과 내부적 관계에서 대한민국이 지급할 설계보상비를 대신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선택적으로 병합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심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으로 병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35675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하여 예비적 청구를 하였지만 이는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청구를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 병합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이 부분과 성질상 선택적 관계에 있는 나머지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오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