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185 판결 [군인등강제추행ㆍ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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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1.22
판시사항
[1] 성폭행 등의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한 신체접촉 행위들 중 강제성이 인정되는 일부 행위가 기소된 경우,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평가할 때 유의할 사항
[3]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방법 및 피해자 증언이 질문에 대한 답변인 경우 고려할 사항
[4] 군부대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범행의 경우, 범행 후 피해자의 행동을 가지고 범행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5] '혐오감'이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6]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서 정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위 규정에서 정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의 의미 및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
[2]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동의 범위를 벗어난 신체접촉을 당한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한 신체접촉 행위들 중 강제성이 인정되는 일부 행위가 기소된 경우, 그 이전의 신체접촉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용인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기재 추행행위까지도 용인하였으리라는 막연한 추측하에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피해자의 증언은 단편적인 부분만을 떼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야 하고, 특히 피해자의 증언이 질문에 대한 답변인 경우 질문 내용은 물론,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과 비교 등을 통해 피해자 증언의 전체적인 취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4]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 이러한 양상은 결속력이 강하고 폐쇄적인 군부대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범행의 경우 더욱 현저할 수 있으므로 범행 후 피해자의 행동을 가지고 범행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5]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혐오감 또한 추행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해당한다.
[6]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함이 타당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군형법 제92조의3,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군형법 제92조의3, 형사소송법 제308조 / [3] 형사소송법 제308조 / [4] 군형법 제92조의3, 형사소송법 제308조 / [5] 군형법 제92조의3 / [6]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
재판경과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도11185 판결
고등군사법원 2020. 7. 30 선고 2019노398 판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 [2][4]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공2022하, 1881) / [5] 대법원 2004. 4.16. 선고 2004도52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7538 판결 / [6] 대법원 2017. 6. 8. 선고2016도21389 판결(공2017하, 1499)
전 문
【피 고 인】 김성룡
【상 고 인】 군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정별님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20. 7. 30. 선고 2019노39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인 등 강제추행 부분
가. 관련 법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밖의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도10728 판결 등 참조).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등 참조).
나. 공소사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3. 11.경 남양주시에 있는 노래연습장에서 군무원인 피해자 이미지(가명,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를 피고인의 무릎에 앉힌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젖가슴을 약 2분간 만지고 노래연습장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끌어안고 강제로 입맞춤하여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대법원의 판단
1) 가)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동의 범위를 벗어난 신체접촉을 당한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2021도3451 판결 참조).
따라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한 신체접촉 행위들 중 강제성이 인정되는 일부 행위가 기소된 경우, 그 이전의 신체접촉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가 용인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기재 추행행위까지도 용인하였으리라는 막연한 추측하에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피고인은 제1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진술을 여러 번 변경하였는바, 처음에는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다가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후에는 공소사실 기재 신체접촉 사실 자체는 다투지는 않으면서 강제성만 부정하였고, 제6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계속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의 무릎에 앉은 것에 관하여는 강제추행으로 주장하지 않는바, 그 이후의 신체접촉 행위를 용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다) 원심 역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무릎에 앉게 된 경위에 관하여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공소사실 기재 추행행위 전후로 피고인의 무릎에 앉아 단순한 직장동료 사이로는 매우 이례적인 신체접촉 상태를 유지하였다고 보고 이를 무죄 판단의 사유로 들었다.
라)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한 행위'가 강제추행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므로 법원으로서는 기소된 추행행위의 존재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고, 인정될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를 피고인의 무릎에 앉힌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지 않았으며, 위 행위는 추행행위 무렵의 정황 중 하나로 평가될 수는 있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무릎에 앉게 된 경위가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곧바로 공소사실 기재 행위까지 '강제성 없는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 그럼에도 원심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을 들어 공소사실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난 증거판단이라 할 것이다.
2) 가) 피해자의 증언은 단편적인 부분만을 떼어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를 살펴야 하고, 특히 피해자의 증언이 질문에 대한 답변인 경우 질문 내용은 물론,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과 비교 등을 통해 피해자 증언의 전체적인 취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피해자의 증언 중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1분에서 2분간 지속적으로 만지고 있었는지까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을 특정하여 지적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위 증언은 변호인의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의 일부로서, 증언의 전체적인 맥락, 답변 전후 변호인의 질문과 피해자의 답변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손이 올라와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고 피해자는 계속 그 손을 내리려고 했던 것이 기억나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1분에서 2분간 지속적으로 만지고 있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으로서,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
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이 나를 좋아해서 이런 행동을 하나.'라는 생각을 했느냐?”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피해자가 “그때 당시에는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증언한 사정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증언의 전체적인 맥락, 변호인의 질문과 피해자의 답변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증언 취지는 “공소사실 기재 사건 당시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좋아해서 이런 행동을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으나, 피고인이 부대 내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희롱을 한 사실을 알게 되어 피고인의 인성이 바르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라는 것인바, 피해자의 위 증언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정으로 삼을 수 없다.
3) 가)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앞서 본 대법원 2021도3451 판결 참조). 이러한 양상은 결속력이 강하고 폐쇄적인 군부대 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범행의 경우 더욱 현저할 수 있으므로 범행 후 피해자의 행동을 가지고 범행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나) 원심은,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에도 피고인과 같은 부대에 근무하면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4년 9개월이 지난 후 비로소 피해 신고를 한 점을 들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다) 피해자는 '군부대 내 소문이 빠르고 피해사실을 신고하면 노래연습장을 따라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될 것 같았고, 권력관계나 부대 분위기 등이 두려워 신고할 생각을 못하였다가, 미투 운동으로 군부대 분위기와 성범죄에 대한 대처방식이 많이 달라져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양성평등상담관이 부대를 방문하여 열린 간담회에서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라) 위에서 본 법리와 피해자가 범행 직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경위에 비추어 피해 신고가 늦었다는 점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이 위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난 증거판단이라 할 것이다.
4) 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도7538 판결 등 참조), 혐오감 또한 추행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시 수치심은 느끼지 못하였고 거부감과 혐오감만 느꼈다.'고 진술한 점을 진술의 신빙성 배척 이유로 들었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드는 사정은 진술의 신빙성이나 추행 피해사실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5) 가) 그 밖에도, 원심은 노래연습장에 가게 된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마트를 먼저 들른 후 집으로 가던 중이었고, 위 마트는 회식장소를 기준으로 피해자 집 반대방향에 있었고 노래연습장은 피해자의 집이 있는 건물 지하 1층에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위 마트를 들른 후 귀가하였다면 위 마트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피고인이 상당한 거리를 따라오며 종용하여 이 사건 노래연습장에 함께 가게 된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뿐더러 피해자의 이 부분 진술은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도 부족하다.
더욱이 피고인 또한 수사기관에서 '저녁식사 후 귀가하는 피해자를 따라가 노래연습장에 가자고 제안하여 피해자와 함께 노래연습장에 간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나) 원심은, 피해자가 제1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무릎에 앉은 상태에서 노래까지 불렀다는 것은 강제추행의 분위기는 아니지 않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였다는 점을 들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변호인이 집중적으로 신문하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질문을 하자 피해자가 거부감, 불쾌감 등 표현의 일환으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이를 두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정으로 삼을 수 없다.
6) 그런데도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 혹은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수적 사항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부분
가. 관련 법리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행위의 수단과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은 피해자에게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의 유발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함이 타당하고, 특히 성적 수치심의 경우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유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등 참조).
나. 공소사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3. 12.경 남양주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 김○○(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남자친구와 자 봤느냐?', '왜 모르느냐, 남자친구도 있는데 모르느냐?', '진짜냐, 왜 그런 것을 안하느냐, 나는 그런 것을 하면 기분이 좋던데, 진짜 안 해봤냐?','나는 해봤다, 좋더라.', '어떻게 하니까 기분이 좋더라.'라는 등의 말(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을 함으로써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도달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경위나 전후 맥락, 전체 통화 내용에서 이 사건 발언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발언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자신 또는 피해자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대법원의 판단
1)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 또한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임관한 지 1년 남짓 지난 20세의 여성 하사였고, 피고인은 임관한 지 15년이 지난 35세의 남성 상사로 같은 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피고인은 자신이 결혼하기 한 달 전 무렵 20:00~21:00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인이 결혼 전 피해자에게 안부 전화를 한 것이고, 전체 통화 시간 중 짧은 시간에 걸쳐 이 사건 발언을 한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부사관 선ㆍ후임 관계로서 상급자인 피고인이 일과시간 이후의 저녁시간에 개인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여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원래 너를 좋아했었다.'는 말을 하거나, 1시간가량 장시간에 걸쳐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단순한 안부 전화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보여진다. 또한 피고인의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 어려워 피고인의 발언 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는 관계에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상급자라는 이유로 피고인 자신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인 성생활에 관해 언급을 해도 문제가 없고, 하급자인 피해자는 이를 모두 들어주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행위로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발언은 '교제하는 이성과 성관계 경험이 있는지 여부와 성관계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 성관계 자세를 포함한 자신의 성관계 경험과 당시 느꼈던 기분' 등 성관계와 그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을 직접적인 내용으로 하고, 성적인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피해자는 이 사건 발언에 대해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 '무서웠고 도를 지나치는 내용인 것 같아 누군가에게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군생활이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발언을 녹음한 후 소속 부대의 주임원사에게 피해사실을 보고하였다.
마) 위와 같은 이 사건 발언의 내용,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피해자가 느낀 감정과 피해자의 대처방법,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 도의관념에 비추어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에 해당한다. 또한 피고인은 미혼인 20대 초반의 여성 피해자에게 성관계 경험에 관하여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의 성관계 경험을 들려주면서 그에 관한 피해자의 반응을 살핌으로써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성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바) 피해자는 제1심 법정에서 '성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았고 분노를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한편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는바, 피해자의 진술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규율대상인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표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또한 이 사건 발언이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인지 여부나 피고인과 피해자가 평소 종종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라거나 전체 통화시간 중 이 사건 발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다는 점 등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과 직접 관련이 없다. 결국 원심이 든 사정들은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2)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군사법원법 제10조에 따라 원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