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계약에서 샌드배깅 허용 여부 - 명노광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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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계약에서 진술 및 보증(representation and warranties) 조항이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가격 등 계약조건을 정하는 데에 전제가 되는 일정한 사항, 예컨대 매매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사항(행위능력, 내부 수권에 관한 사항 등)과 그 목적물인 대상회사의 재무상황, 우발채무의 존부, 법규의 준수 여부 등 일정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진술하여 확인하고 그 내용의 진실성을 보증하는 조항을 말합니다.
이러한 진술 및 보증 조항은 ① 매수인에게 대상회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촉진하는 기능(정보 제공 기능), ② 진술 및 보증의 위반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또는 해제사유로 함으로써 그 거래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거래로부터 이탈할 권리를 부여하는 기능(거래종결의 선행조건 및 계약 해제사유), 그리고 ③ 진술 및 보증의 위반을 면책 내지 손해배상 사유로 함으로써 그 그래의 전제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에 거래의 대가를 조정하는 기능(거래 대가 조정 기능) 등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관하여 매수인이 이미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종결하였다면, 거래 종결 이후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 및 보증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진술 및 보증 위반에 관한 매수인의 악의의 법적 효과’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M&A에서 진술 및 보증 위반에 관하여 악의인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샌드배깅(sandbagging)’이라고 합니다. 매수인은 계약 체결 전 실사 과정에서 또는 계약 체결 후 거래 종결 전 우연한 계기를 통해 매도인의 진술보장 위반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를 매도인에게 알리지 않고 거래 종결 후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바로 샌드배깅입니다. 계약 체결 전 매도인의 자백으로 진술보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나, 매수인이 이를 공개목록에 반영하기를 거부하고 예정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 종결 후에 매도인을 상대로 해당 진술보장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도 샌드배깅의 한 유형으로 상정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M&A 계약에서 당사자가 상호간 합의로 샌드배깅 허용 여부를 정하고, 그러한 취지를 계약서에 명시하면 그 합의대로 법적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합의가 없거나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관한 매수인의 인식 여하에 따라 매수인의 매도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관해 악의인 매수인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 ① 매수인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대해 악의 또는 중과실이더라도, 원칙적으로 진술보장 내용에서 벗어난 상황에 대한 위험분배 및 가격조정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진술보장 조항을 위반한 당사자는 그에 따른 계약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신의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책임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는 견해, ②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매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고, 매수인에게 과실만 인정되는 경우에는 매도인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 ③ 진술 및 보증책임의 법적 성격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이해하는 전제 하에서,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대하여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매수인의 주관적인 사정은 과실상계에 의한 감액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주식양수인인 원고와 주식양도인인 피고들 사이에 1999. 4. 2. 체결된 인천정유 발행 주식에 대한 주식양수도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일 및 양수도 실행일에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내용의 진술과 보증을 하였고(이하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 양수도 실행일 이후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을 포함한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보증 위반사항이 발견된 경우 또는 동 계약상의 약속사항을 위반함으로 인하여 인천정유 또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들은 5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 보증 및 약속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는 인천정유 및 다른 정유사들과 함께 1998년터 2000년까지 실시된 군용유류 구매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예정업체의 투찰가격 및 들러리 업체의 들러리 가격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고 낙찰을 받아 그에 따라 군용유류공급계약을 체결하여(이하 ‘이 사건 담합행위’), 당시 시행중이던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한 사건(이른바 ‘인천정유 사건’)에서, 대법원은 “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는 원고가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위 손해배상책임 등이 배제된다는 내용은 없는 점, ② 원고와 피고들이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둔 것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 이행된 후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진술 및 보증하였던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발견되어 원고 등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피고들로 하여금 원고에게 5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손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불확실한 상황에 관한 경제적 위험을 배분시키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감안하여 주식양수도대금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경제적 위험의 배분과 주식양수도대금의 사후 조정의 필요성은 원고가 피고들이 진술 및 보증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여전히 인정된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에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원고가 그 위반사항을 계약 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위반사항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가능성 등을 이 사건 주식양수도대금 산정에 반영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만으로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 제11조에 따른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2다64253 판결).
또한 이른바 ‘금호생명’ 사건에서 대법원은, 매수인인 원고들이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을 계약 체결 당시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먼저 원심판결 이유 및 증거 등을 통해 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서에는 매수인들이 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매도인들의 손해배상책임 등이 배제된다는 내용은 없다는 사실, 그리고 ② 매도인 측과 매수인 측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의 가격협상 과정에서 매수인들이 알고 있는 항목에 대해서도 나중에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항목을 가격조정 대상 및 손해배상 항목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공방을 주고받았다는 사정 등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에 나타난 당사자들의 의사는 주식매매계약의 계약종료일 이후에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면 매수인들이 계약 체결 당시 위반사항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수인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 진술 및 보증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고 이에 따라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매수인들의 인식 또는 인식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하자담보책임의 법리와 민법 제105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5다207044 판결).
위 두 판례 공히 ‘주식양수도계약서에 매수인이 계약 체결 당시 진술 및 보증 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 매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이 배제된다는 내용은 없다’는 것을 주요사실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대법원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진술 및 보증 위반시 어떻게 하기로 약정했는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주식양수도계약서 자체의 내용 및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추정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위 두 판례 모두 주식양수도계약 체결 이후 진술 및 보증 조항 위반사항이 발견되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매수인이 그 위반사항을 계약 체결 당시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그 위반사항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을 샌드배깅을 허용하는 입장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이 계약서에 샌드배깅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추론하는 주요한 논거로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둔 목적이 ‘경제적 위험의 배분’과 ‘주식양수도대금의 사후 조정’에 있음을 내세우며, 이러한 경제적 위험의 배분과 주식양수도대금의 사후 조정 필요성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여전히 인정된다고 설시한 부분은 주목할만해 보입니다.
대법원이 진술 및 보증 위반으로 인한 매도인의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격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7다6108 판결; 앞서 본 인천정유 사건의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심), 이를 전제로 하여 매수인의 인식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가장 부합하고, 기능적 관점에서 진술 및 보증 조항이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겠는가를 고려하여 검토하는 것이 샌드배깅의 허용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의 출발이 될 것입니다.
먼저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매도인 자신은 모르고 있으나, 매수인이 이를 실사 과정에서 발견한 경우,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이를 매도인에게 고지하고 가격협상의 유리한 요소로 삼을 수도 있고, 이를 알리지 않을 자유도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따른 법적 위험이 현실화되어 대상회사의 가치에 실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계약 체결 당시에는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에 그 위험이 현실화된다면 그때 가서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으로 가격 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현실화될 지 여부가 불확실한 위험을 미리 발견했다는 이유로 이를 고지할 의무를 신의칙에 기대어 매수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매수인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알고 그러한 상태에서 그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선택은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고, 거래종결 이후 진술 및 보증 위반의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이는 매도인의 계약 위반을 구성하므로, 매수인의 악의를 이유로 매도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만약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이 매매가격 산정의 요소로 고려되었다면, 그 고려된 만큼은 중복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며, 이 부분은 과실상계 사유로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논리로 본다면,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뿐만 아니라,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모른 데에 대하여 과실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일관되게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시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되, 다만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이 매매가격 산정의 요소로 고려된 경우에는 손해액 산정시 이를 과실상계 사유로 고려하면 될 것입니다.
한편 매도인이 자신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알면서도 매수인이 이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감춘 채 진술 및 보증을 하였으나, 사실은 매수인이 악의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매도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더 클 것이므로, 더더욱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에 대한 매수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 등을 이유로 매수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결국 진술 및 보증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격을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는 대법원의 입장을 전제로 하고, 진술 및 보증 조항이 수행하는 정보 제공 기능 및 거래 대가 조정 기능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일단 진술 및 보증 조항이 포함된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계약에서 샌드배깅 허용 여부에 관한 별도의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매수인이 매도인의 진술 및 보증 위반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매도인은 그 위반에 대한 계약상 책임을 진다고 보고, 다만 매수인의 인식이 매매계약 체결시에 가격산정의 요소로 고려되었다면 이를 과실상계 사유로 삼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고, 신의칙 및 공평의 원칙에도 합치한다고 생각합니다. 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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