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용권의 활용과 입증의 유의점 - 이성국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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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10.22
1. 선사용권의 개요
특허법 제103조는 「특허출원 시에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그 발명을 하거나 그 발명을 한 사람으로부터 알게 되어 국내에서 그 발명의 실시사업을 하거나 이를 준비하고 있는 자는 그 실시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발명 및 사업목적의 범위에서 그 특허출원된 발명의 특허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실시자가 자신의 발명을 특허출원하지 않고 실시하고 있을 때, 동일한 발명을 특허출원한 특허권자에 의해 실시자의 실시가 특허침해가 되는 경우 특허법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는 실시자에 대해서는 선사용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선의의 실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상기 선사용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에 대해서는 특허청을 비롯하여 정리된 자료가 많으므로[1], 본지에서는 판례를 통해 국내에서 선사용권을 활용하기 위한 입증 정도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2. 선사용권의 입증
실시자가 선사용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선사용권의 요건이 되는 기술의 지득경로 또는 실시사업의 실시나 준비 등에 대하여 입증하여야 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선사용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선사용권의 요건을 입증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를 통해 법원의 심증이 형성되면 충분하다.
상기 증거의 입증 정도와 관련하여, 법원은 선사용권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시권자의 선행발명에 대해서 적어도 기술개발 계획서, 실험계획서, 개발을 위한 실험데이터, 실험보고서 등의 기술개발 자료 정도는 기본적으로 요구된다고 하였으며[2], 특히, 설계도면의 완성은 실시사업의 준비 내지 그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에 해당한다고 하였고[3], 피고가 증거로 제출한 견적서, 발주서 및 계약서 등에도 불구하고, 도면이 사실을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고 하였다[4]. 이와 같이 선사용권 입증에 있어서는, 특허발명과 실시제품의 동일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이나 물성이 기재된 실험데이터 및 실험보고서(화학 발명 등의 경우)나, 설계도나 도면(장치 발명 등의 경우)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됨을 알 수 있고, 특히 이러한 증거가 첨부된 전자메일의 경우에는 시기를 특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5]고 하였다.
다만, 이러한 선사용권에 대한 입증은, 특허발명의 구성이 비교적 비교가 용이하고 명확한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지만, 구성의 대비가 쉽지 않은 수치한정 발명이나 파라미터 발명의 경우에는 문제될 수 있다.
3. 수치한정발명 또는 파라미터발명에서의 선사용권의 입증
수치한정을 포함하는 구성을 갖는 특허발명에 대하여 선사용권의 항변이 사용된 판례로는 하기의 사례가 있다.
본 사례[6]에서는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특징은 ① 기초면에서 1.8∽2.5m 높이로 철근 콘크리트 벽체 구조물을 시공하여 측면을 옹벽 처리하고, ② 파형강판을 완전 반원형으로 조립하는 것인데, 피고가 선사용하였다는 위 공사들 중 위 ①, ② 특징 모두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없으므로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구조물의 용도 및 현장 상황에 따라 파형강판을 다양한 단면의 모양으로 시공할 수 있고, 이 사건 특허발명 출원 당시 아치형 파형강판에 옹벽식 기초를 결합하는 시공방법은 공지의 기술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서 피고의 위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의 효력은 이 사건 특허발명 출원 당시 피고가 실시하고 있던 위의 실시형태뿐만 아니라 이것에 구현된 발명과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변형 가능한 실시형태로 보이는 위 ①, ② 특징을 결합한 실시형태에도 미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상기 사례에서는 수치한정된 구성 ①이 기술적 의의를 가지는 수치한정이라고 판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파형강판 시공기술은 특허발명과 동일 내지 유사한 시공기술인 것으로 인정하여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을 가진다고 한 것으로, 이는 단순 수치한정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특허발명의 수치한정이 이질적 효과나 현저한 작용효과를 갖는 경우, 또는 파라미터가 그 도입에 기술적 의의를 갖는 경우에, 실시자가 특허발명의 출원 시 동일한 수치범위, 내지 환산이 가능한 파라미터에 대하여 환산한 결과 동일한 물건 등을 실시하고 있었지만, 실시자가 이러한 기술적 의의 내지 효과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에는 실시자의 선사용권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문제된다.
우선 실시자의 실시발명의 수치한정 내지 환산값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것이 입증이 되는 경우라면, 당연히 선사용권이 인정될 것이고, 특허발명은 신규성의 문제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다만, 실제 수치한정 내지 파라미터의 경우 실시자가 예측하지 못한 구성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실시자가 추후 관리하는 제품의 관리 범위에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허출원 후 몇 년이 지난 상태에서 실시자가 특허권자의 출원 당시 기준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에서 이와 관련된 판례는 아직 없지만, 일본의 경우 피타바스타틴을 함유하는 의약품에 있어서, 고형 제제의 수분 함량이 1.5~2.9 질량%인 특허발명에 대하여, 실시자가 선사용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려면 실시제품에 구현된 기술적 사상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내용의 발명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7]가 있다.
이는, 특허권자의 출원당시 실시자가 실시한 제품에 대한 샘플을 가지고 있었으나, 제조 당시로부터 몇 년이 흐른 시점에서 측정한 수분 함량이 출원당시에도 그러했을거라는 것에 대한 입증의 문제로부터,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실시자의 기술적 사상을 요구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최근 수치한정발명이나 파라미터발명에 대한 출원이 급증하고 있고, 전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특허발명은 실시자의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미리 준비된 자료에 의하여 특허출원 시를 기준으로 특허발명의 수치범위 내지 파라미터와 완전한 동일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머지않아 이러한 사례가 나올것이라 생각된다. 이와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때 한국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으나, 신규성에 관한 최근 판례의 태도: 즉, 선행발명에 개시된 물건이 특허발명과 동일한 구성 또는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는 개연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의 증명을 요한다는 판례[8], 에 따를 때, 일본의 결과와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4. 실시자의 선사용권 항변을 위한 입증 준비
따라서, 실시자로서는 이러한 불측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실시 제품에 대해 가능한 다양한 조건에 대하여 측정해 놓고, 이에 대한 기록 및 관리가 필요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공증제도나, 또는 전자 또는 전자화 문서에 대한 공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공증시스템(법무부)[9], 영업비밀 내용이 기재된 전자문서를 원본증명기관에 등록하여 분쟁 발생 시 해당 영업비밀의 존재, 원본 보유자 및 보유시점을 입증할 수 있는 원본증명서비스(영업비밀보호센터)[10][11] 등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허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이 실시자의 어려움 중 하나라는 점에서, 경쟁사의 공개특허를 항시 모니터링하면서 수치한정발명이나 파라미터발명에 대해서는 실시자의 제품의 스펙이 그에 합치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 예를 들어, “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 다래논단, 14년10월23일자 자료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552503, 2017. 9. 8. 선고
[3] 특허법원, 2021나1220, 2023. 2. 2. 선고
[4] 수원지방법원, 2014가합71524, 2015. 12. 1. 선고
[5] 특허법원, 2021나1220, 2023. 2. 2. 선고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77557, 2009. 2. 18 선고
[7] 평성 29년(네)10090호 판결(지적재산고등재판소, 평성30년4월4일)
[8]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17후1304 판결
[9] 법무부 전자공증시스템 사이트
[10] 영업비밀보호센터 원본증명서비스 <>
[11] 다만, 영업비밀 원본증명 서비스가 영업비밀 보호요건(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비공지성) 충족 여부까지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며, 이것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기술보호 최적화를 위한 지식재산 믹스(IP-MIX) 전략 매뉴얼, 특허청, 2022년 11월, 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