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7. 18 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양육비] [공2024하, 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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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시 사 항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기산점(=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
청구하는 경우,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기산점(=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
결 정 요 지
[다수의견]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
미성년인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상황의 변동, 양육자의 취업이나 실직, 파산 등에
따른 사정변경 등으로 양육환경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된 생활유지에 필요한 양육비 수준에도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가족관계의 변화나 가족 사이의 협의 결과에 따라서는 양육자나 양육방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양육비에 관한 당사자의 협의나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법원의 심판은 이처럼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 액수 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양육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② 장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내용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단순히 금전지급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주로 가지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③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장래 양육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①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구상권의 실질을 가지는데,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이를 과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재산적 권리라는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수 있는 채권 내지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②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에 관하여는 자녀양육의무의 이행을
청구한다는 특성이 상당히 옅어지고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으로서의 특성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로써 그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③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협의 또는 심판청구 등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 양육을 담당하였던 부모의 일방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여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거가 없어지는 등으로 적절한 방어방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결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 한다.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양육자가 단독으로 미성년 자녀를 부양한 후 상대방에게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한다.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친족관계에 기하여 인정되는 추상적 청구권
내지 법적 지위의 성질을 가진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이 정한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적 입장에서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일환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형성되기 전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양육의 때마다 지분적으로 발생하는 재산권의 실질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그
권리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와 동일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에
기초하여 이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판례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 등은 자녀가 성년이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견 중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는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참 조 조 문
민법 제162조, 제166조 제1항, 제837조,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재 판 경 과
대전법원원합 의20체24. 7. 18 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
수원지방법원 2018. 12. 3 자 2018브24 결정
참 조 판 례
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공2006하, 1525),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공2011하, 1635)(변경),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113 결정(변경), 대법원 2011. 8.
16. 자 2010스85 결정(변경),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므1338 판결(변경), 대법원 2011.
8. 26. 자 2011스10 결정(변경),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므2068, 2075 판결(변경)
전 문
【청구인, 재항고인】 청구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전경희 외 3인)
【상 대 방】 상대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프로 담당변호사 장호진 외 3인)
【사건본인】 사건본인
【원심결정】 수원지법 2018. 12. 3. 자 2018브24 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재항고비용은 청구인이 부담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청구인과 상대방은 1971. 7.경 혼인신고를 마치고 1973. 11.경 그 사이에 사건본인을 낳은 후
1974년경부터 별거하기 시작하였다.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에는 1984. 11.경 이혼 심판이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2016. 6. 21.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사건본인을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는지와
언제부터 진행하는지이다.
3. 쟁점에 관한 판단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과거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긴 비용의 상환을
상대방에게 청구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실현되어야 하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성질상
그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자녀가 아직 미성년인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1)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등 참조).
미성년인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물가 상승 등 경제상황의 변동, 양육자의 취업이나 실직, 파산 등에
따른 사정변경 등으로 양육환경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 등으로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안정된 생활유지에 필요한 양육비 수준에도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가족관계의 변화나 가족 사이의 협의 결과에 따라서는 양육자나 양육방법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양육비에 관한 당사자의 협의나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정법원의 심판은 이처럼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 액수 등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양육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2)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상대방에 대하여 과거 자녀의 양육에 소요된
비용의 분담을 구할 권리로서, 실질적으로는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의 상환을 구하는 구상권의 성질을 가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가 반드시 장래 양육비와 엄격히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산정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서는 당사자들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통상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거나 반대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높게 산정하는 대신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장래 양육비 분담액을 낮게 산정하여 조정하는
등으로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서로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다. 양육자의 변경과 동시에 과거
양육비청구가 있는 경우, 즉 종전 양육자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고 새로 양육자로 지정될 사람은
장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조화롭게
상호 조정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녀의 복리 증진을 위한 양육방법이나
양육비 산정을 고려할 수 있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변동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장래
양육비 등과 상호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그 내용과 범위가 합리적으로 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장래 양육비와 마찬가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그 권리의 내용이 확정되지 아니하여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보기 어렵고, 또 단순히 금전지급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권리의 성질을 주로 가지므로 그 권리의 성질상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3)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장래 양육비에 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만약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면,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그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나.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확정되도록 한 것은 양육비에 관한 사항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도록 정하고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양육비 부담의 형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 협의나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재산적 권리임을 부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이는 부모의 자녀양육의무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어느 일방이 과거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면서
양육비용을 지출한 경우 상대방에 대하여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판례(앞서 본 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등)에 비추어 보아도 알 수 있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구상권의 실질을 가지는데,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 자체가 종료한
이상 이를 과거에 형성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일반적인 금전채권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재산적 권리라는 본질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수 있는 채권 내지 재산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2) 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이혼한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녀양육의무는 종료하고, 더 이상
자녀에 대한 장래 양육비를 결정하거나 분담하여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 부부 사이에는
어느 일방이 과거에 자녀의 양육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서로 정산하여야 하는 관계만이 남게 된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추상적 청구권에 불과하다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그러한
협의나 심판은 과거의 양육 상황과 지출 비용 등에 대한 확인과 평가를 거쳐 과거 양육비 중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한다는 의미만을 가지게 되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양육비 분담액을 재량적으로 형성한다는 의미는 사라지게 된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는
과거 양육비 분담액을 정할 때에 변동 가능성이 내재된 장래 양육비 분담액과 조화롭게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현재 또는 장래 양육의 필요에 제공될 여지가
없으므로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이와 같이자녀가 성년에 이르게 되면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구하는 권리에 관하여는 자녀양육의무의
이행을 청구한다는 특성이 상당히 옅어지고 이미 지출한 비용의 정산 내지 구상이라는 순수한
재산권으로서의 특성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로써 그 권리의 내용과 범위가 실질적으로
정해진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는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고, 더 이상 친족법상 신분에 기한 양육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3)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 협의 또는 심판청구 등의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한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되는
부조리한 결과가 생긴다. 양육을 담당하였던 부모의 일방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하여야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거가 없어지는 등으로 적절한 방어방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결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아니 한다.
4. 판례의 변경
이와 달리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 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113 결정, 대법원 2011. 8. 16. 자 2010스85 결정,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므1338 판결, 대법원 2011. 8. 26. 자 2011스10 결정,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므2068, 2075 판결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과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결정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청구인은 상대방에 대하여 1974년경부터
구 민법(2011. 3. 7. 법률 제10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에 따라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1993. 11.경까지 사건본인에 대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2016. 6. 21. 청구하였다.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이루어졌으므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심판단은 이와 같으므로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항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경미,
대법관 신숙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권영준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양육자가 단독으로 미성년 자녀를 부양한 후 상대방에게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에 해당한다. 그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나누어 별개의견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나. 소멸시효 대상성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이다(이하 이러한 입장을 '시효
긍정론'이라고 한다). 따라서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멸시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례(이하 이러한 입장을 '시효 부정론'이라고 한다)는
변경되어야 한다. 시효 부정론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가지는 특수성을 소멸시효 대상성
판단에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시효 부정론이 시효 긍정론보다 미성년 자녀 보호나 양육비 이행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법리적, 정책적 측면을
중심으로 시효 부정론의 한계를 언급하고 시효 긍정론의 논거를 보강한다.
1) 법리적 측면
가) 실체법적 측면
(1)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은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부양에 관한 가족법상 권리로서 넓게 보면 부양청구권의 일종이다. 하지만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피부양자인 미성년 자녀가 부양의무자인 부모에게 현재 또는 장차 자신을 부양하여
달라는 청구권(이것이 부양청구 본래의 모습이므로 이하 편의상 '본래적 부양청구권'이라고 한다)과
구별되는 점들도 있다. 이러한 차이점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대상성 판단에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피부양자인 미성년 자녀가 아니라 부양의무자인 양육자가 다른 부양의무자인
상대방에게 가지는 권리이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현재 또는 장래 부양의 이행이 아니라 과거 이행된
부양에 따른 비용의 상환을 구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에서는 미성년자의 부양 그
자체가 아니라 부양의무자 사이의 금전적 정산이 전면에 나선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비용상환청구권의 성질을 지니므로(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23. 10. 31. 자 2023스643 결정 참조) 금전채권의 일종이다. 이 점에서 인수부양이나
현물급여부양 등 비금전적 부양도 내용으로 하는 본래적 부양청구권과 구별된다. 따라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본래적 부양청구권보다 강한 재산권적 성질을 가진다.
(2) 이상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주체와 상대방, 목적과 내용, 구체성과 재산권적 성질의 정도 등
여러 측면에서 본래적 부양청구권과 구별된다. 시효 부정론은 이러한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독자적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본래적 부양청구권에 주로 타당한 논거들을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논의에 끌고 들어왔다는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시효 부정론은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므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소멸시효 대상은 '권리'이므로 권리에 이르지 못한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는 소멸시효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장래 부양을 목적으로 하는 부양청구권은 구체적인
권리라기보다는 부양을 구할 수 있는 법적 지위 또는 기대권에 머무른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양육자가 단독으로 부양의무를 이행한 후 그 비용 상환을 구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협의나 심판
전에도 추상적인 법적 지위가 아니라 권리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부양의무
이행을 전제하고, 부양의무 이행은 권리로서의 부양청구권이 존재하기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부양청구권과 이에 대응하는 부양의무는 구체적인 부양 필요성에 따른 현실적 부양 이행에 관한
것이므로 지분적 의미의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이다. 이처럼 지분적 의미의 구체적인 권리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의무의 이행이 이루어진 후에 이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다시 추상적인
법적 지위의 모습을 띠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협의나 심판 전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협의나
심판은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고, 존재하지 않던 권리를 새롭게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그 구체적 액수가 협의나 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이를 '추상적인
청구권'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참조). 그러나 소멸시효
대상성의 본질적인 판단 기준은 권리성 및 권리의 소멸시효 친화성이지 권리의 추상성이 아니다.
추상적 권리도 소멸시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권리의 추상성은 권리행사 가능성의 국면에서 문제 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나) 이와 같이 협의나 심판 전에는 과거 양육비의 구체적 액수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는 점과 양립할 수 있다. 예컨대 매매계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그 확정 기준만 정한 경우, 불법행위로 정신상 고통을 입었다며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경우 등 권리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 권리는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 권리 내용의 불확정성 때문에 소멸시효 대상성이 당연히 부정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권리 발생
자체가 불확정적인 상태의 조건부 권리나 급부 내용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선택채권도
소멸시효 대상이 된다. 이처럼 소멸시효 대상 권리의 유형은 다양하고 그 스펙트럼은 넓다. 과거
양육비청구권도 그 스펙트럼 안에 있다.
(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가족법상 권리라는 점 때문에 소멸시효 대상성이 부정되지도 않는다. 이
권리가 가족법상 권리임을 강조할수록 상대적으로 그 재산권적 성질이 옅어질 수 있다. 이는 권리의
소멸시효 친화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법상 권리행사가 늘 시간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소멸시효 또는 제척기간을 두어 권리행사 기간을 제한하는 가족법상
권리들은 많다.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단 전에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기 어려운
재산분할청구권도 2년의 제척기간에 걸린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부양료 채권도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린다(민법 제163조 제1호). 이처럼 가족법상 권리도 권리행사 기간 제한을 통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라는 요청 아래 있고, 권리성을 갖춘 부양청구권도 다르지 않다. 별다른 실정법적
근거 없이 유독 과거 양육비청구권만 소멸시효 대상에서 배제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 절차법적 측면
과거 양육비청구는 장래 양육비청구와 마찬가지로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의 “마류(류)
사건” 중 3)의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부모가 이혼한 경우) 또는 8)의 '부양에 관한 처분'(부모가
혼인 중인 경우)에 관한 청구로서 가사비송절차에서 다루어진다. 대법원은 종래 판례를 바꾸어 과거
양육비청구를 허용하면서 이를 가사비송의 대상으로 보았다(대법원 1994. 5. 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이는 과거 양육비 문제를 장래 양육비와 같은 절차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해석상 불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사비송절차에서는 법관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후견적 입장에서 형평에 맞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편 당사자의 주장이 선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가진 소멸시효 문제는 가사비송절차와
잘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양육비 문제가 절차상 위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하여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실체법적 성질마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떤 권리가 소멸시효에 걸리는가는 그 권리가 현실적으로
어떤 절차에서 다루어지는가가 아니라 그 권리가 어떤 실체법적 성질을 가지는가에 따라 정해야 한다.
그 결과 그 권리의 소멸시효 대상성이 인정되면 이를 가사비송절차의 운영에 적절하게 반영하면 된다.
마치 형식은 소송이나 실질은 비송인 공유물분할소송에서 법원의 비송적 판단을 허용하듯
말이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27228 판결 참조). 그러므로 과거 양육비청구가
가사비송절차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형식적 외관에 집착한 나머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실체법적
성질을 경시한 채 소멸시효에 관한 무리한 해석론을 전개할 이유가 없다.
한편 시효 부정론은 법원이 가사비송절차에서의 재량 감액을 통해 소멸시효 적용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소멸시효를 적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권리 소멸 여부는 권리 발생
여부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합목적적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법으로 명확하게
처리할 문제이다. 또한 소멸시효의 이념인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생각하면 이 문제를 명확한 기준
없이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량 감액은 소멸시효 제도의 대체제가 될 수 없고,
소멸시효 제도를 배제하는 논거가 될 수도 없다. 재량 감액은 위약금 감액이나 손해배상책임 제한의
형태로 민사소송에서도 종종 행해지나, 그렇다고 해당 권리의 소멸시효 대상성까지 부정되지는
않는다.
2) 정책적 측면
가) 시효 부정론이 미성년 자녀 보호나 양육비 이행 확보라는 정책적 목표를 더 잘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우선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자녀 부양 후의 금전 정산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으므로 자녀의
부양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본래적 부양청구권에 비해 미성년 자녀 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자녀가 성년이 되거나 사망한 이후에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보아도 그러하다.
또한 미성년 자녀 보호는 양육비 지급이 제때 이루어질 때 더욱 잘 달성될 수 있다. 이 점에서는 제때
협의나 심판을 통한 양육비청구를 하도록 촉진하는 시효 긍정론이 오히려 정책적으로 더 우월하다.
이러한 논리는 양육비청구를 전제로 하는 양육비 이행 확보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또한 시효 부정론은
양육비 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삼거나 이를 구현하는 법리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양육비
이행 확보는 정책적으로 중요하나, 이 문제는 이를 정면으로 다루는 제도(예컨대 가사소송법이나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각종 제도 등)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하여 해결하는 것이 정도(정도)이다.
나) 법 정책적 측면에서는 소멸시효 제도로 달성되는 공익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소멸시효
제도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법적 상태를 해소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한다. 현실적 또는 잠재적
분쟁을 일정한 시간 내에 매듭짓도록 촉진함으로써 당사자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 새 출발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사회관념상으로도 권리행사 지연이 계속되면 권리의 보호 필요성은 점차 약화된다.
소멸시효는 이러한 권리의 시간적ㆍ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온당한 범위 내에서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유서 깊은 제도로서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은 보편적인 제도이다.
양육자와 상대방 간의 법률관계도 소멸시효 제도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오랜 기간에 걸친 권리
불행사로 인한 상대방의 기대나 신뢰는 정당한 범위에서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이러한 기대나
신뢰에 반하는 권리자의 뒤늦은 권리행사로 뜻하지 않게 거액의 과거 양육비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가혹한 결과이다. 상대방이 재혼하여 새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면
그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이러한 일련의 부당함을
제거한다.
법은 형량의 산물이고, 형량의 생명은 균형에 있다. 소멸시효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 대상에서
배제한 채 오로지 권리자의 관점만 고려하는 해석론은 균형 잡힌 해석론이 아니다. 이는
비교법적으로도 이례적인 해석론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미국 등 여러 나라들에서 과거
양육비청구권이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보는 것은 이처럼 균형 잡힌 가치 형량의 결과물이다.
다) 시효 긍정론에 따르더라도 양육자가 과도한 부담이나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민법 제162조 제1항 참조). 10년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미성년 기간이 19년임을 고려하더라도 그러하다(민법 제4조 참조). 또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민법 제166조 참조)부터 진행하는데, 이러한 기산점의 적절한 해석 및
적용을 통하여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다. 상대방에게 협의를 요청하거나 가정법원에 심판청구를
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킴으로써 10년의 기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민법 제168조 참조). 부부
사이의 과거 양육비청구권에는 시효정지 제도도 적용된다(민법 제180조 제2항 참조). 신의칙에 기한
시효항변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민법 제2조 참조). 이처럼 민법은 소멸시효 제도 내에서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법적 장치와 해석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를 통해 양육자를 정당한 범위에서
보호할 수 있다.
다. 소멸시효 기산점
1)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의 의미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이는
권리행사의 객관적 기대가능성을 소멸시효 진행 기준으로 삼는 입장이다. 판례는 이러한 기대가능성
판단 기준을 이른바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 이분론의 형태로 제시한다. 즉 판례에 따르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기한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 법률상 장애가 없는 때를 의미하므로, 그 외의
사실상 장애가 있더라도 소멸시효는 진행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다138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없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권리가 즉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상태라야 권리행사 가능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권리실현을 위해 요구되는 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도 장차 그 절차를 밟아 권리를 종국적으로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면 권리행사 가능성이
인정된다. 권리자 스스로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이러한 권리행사 가능성을 부정하는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2)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양육자가 미성년 자녀 부양, 즉 양육에 따른 비용을
지출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협의나 심판을 거쳤는지 또는 자녀가 미성년인지 여부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이 점에서 별개의견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과 입장이 다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법률상 장애가 없음
협의나 심판을 아직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은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협의를 요구하거나
심판을 구하는 행위는 권리행사의 과정이자 그 자체가 권리행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권리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사유는 일반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의나 심판 전에 구체적 액수가
확정되지 않아 즉각적으로 권리의 만족을 얻을 수 없다는 사정도 권리행사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권리행사 가능성이 즉각적인 권리실현 가능성을 반드시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가 미성년이라는 사정도 권리행사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다. 법은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청구하는 것을 가로막지 않고 있고, 실제로도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협의나 심판을
통한 권리행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수의견이 지적하였듯이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 양육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고, 이러한 양육 과정에서 양육비 총액이
변동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이미 행하여진 과거 양육비청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관하여는 목차를 바꾸어 좀 더 살펴본다.
나) 장래 양육비와의 연계성은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다수의견은 과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는 모두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의 대상으로서 각각의 액수
산정이 서로 영향을 미치거나 전자를 수령하여 후자의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둘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주로 둘 다 가사비송절차에서 함께 처리되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연계성이다. 그러나 이 둘을 둘러싼 법적 상황을 보면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들도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멸시효의 관점에서 보면 두 항목의 차별성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실무상으로도 과거 양육비와 장래 양육비는 별도 항목으로 청구되고, 별도 항목으로 그
지급을 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수의견이 드는 사정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정이 아니므로 소멸시효 진행을 막지 못한다.
우선 실무상 과거 양육비의 액수가 장래 양육비의 영향을 받아 산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과거
양육비청구가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의미의 불확정성은 주로 협의나 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 뿐 자녀가 미성년인가와 논리적으로 결부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도 협의나 심판을 거치면 과거 양육비는 장래 양육비와 별도로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협의나 심판을 거치기 전에는 양육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다. 한편 이러한 협의나 심판 전 양육비 액수의 불확정성이
소멸시효 진행의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살펴보았다.
과거 양육비가 미성년 자녀의 장래 양육비로 쓰일 수 있다는 사정도 마찬가지다. 다수의견이 이
사정을 든 이유는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미성년 자녀의 현재 또는 장래 양육비로 전용될 수도
있는 과거 양육비의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는 사태를 막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 배후에는 장래
양육비만으로는 미성년 자녀 양육에 부족할 수 있으니 과거 양육비로 이를 보충하자는 생각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 양육비와 무관하게 장래 양육비를 미성년 자녀 부양의 필요에
상응하여 충분히 책정하고 필요한 경우 양육비를 변경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법리상 무리하게 늦추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설령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더라도 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부양에 어려움이 없도록 후견적ㆍ재량적으로
온당한 처분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형평의 원칙과 합목적성의 요청 아래 유연하게
운영되는 가사비송절차의 진가는 바로 이 장면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는 것도 아님
다수의견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논거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이다.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 진행을 막아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도모하자는 정책적
논거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에 따른다고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는지는 의문스럽다.
소멸시효 대상성 부분에서 살펴보았듯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는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거나
소멸시효 진행을 뒤로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제때 권리행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잘 보호된다. 그래야 자녀가 미성년일 때 과거 양육비의 지급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자녀가 미성년인 19년의 기간 동안 한 차례의 시효중단만으로 10년의 기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으므로 양육자가 계속하여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을 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다수의견에
따르면 자녀가 성년이 된 지 10년 후인 29세가 다 되어갈 때까지 아무런 권리행사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수십 년 전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육자를 이렇게까지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함으로써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의미 있게 증진되지도 않는다.
설령 다수의견이 어떤 정책적 효용을 가진다 해도 그 효용은 크지 않다. 협의나 심판 전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문제 되는 사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07. 12. 21. 법률 제8720호로
개정된 민법 제837조 제2항 제2호는 협의이혼 시에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이는 재판상 이혼(민법 제843조) 등에도 준용하고 있다], 신설된 민법 제836조의2 제4항은
협의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양육하여야 할 자가 있는 경우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협의서 또는 심판정본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9. 5. 8. 법률 제9650호로 신설된 민법
제836조의2 제5항은 가정법원이 당사자가 협의한 양육비부담에 관한 내용을 확인하는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개정 이후에는 부부가 이혼하면서
양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 한편 과거 양육비 분쟁이
혼인 중 부부 사이에도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인 중 분쟁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경우에는 부부 사이의 시효정지에 관한 민법 제180조 제2항이 적용되므로 권리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되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시효 부정론이나 다수의견이 염두에 둔 정책적 효용은 위
법률 개정 이전에 이혼한 부부의 사안으로 한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에서는 더 이상 미성년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시효 부정론에서도 그러하듯 다수의견의 정책적 효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라) 다수의견에는 평가모순의 문제가 남아 있음
법의 정합성 요청을 고려하면 법질서 내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은 가급적 제거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시효 부정론에 따르면 신속하고 성실하게 권리를 행사한 사람은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더구나 신속하고 성실하게 권리를 행사한 사람은
양육비가 더욱 절실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보다 소멸시효의 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협의나 심판에서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게 되는데(민법 제163조 제1호 참조) 이 경우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사람이 받는 상대적 불이익은 더욱 커진다. 이는 평가모순이다.
다수의견은 정당하게도 이 점을 지적하며 판례를 변경하자고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 중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기간 중에는 다수의견이
지적한 평가모순이 여전히 남게 된다. 이 기간이야말로 양육비 이행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중요한
기간이므로 이처럼 다수의견에 남겨진 평가모순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평가모순을 압도할 만한 다른 법리적 근거가 있거나, 이를 기꺼이 감내해야 할 만큼 중대한 정책적
요청이나 효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견이 제기한 평가모순에 관한 정당한 문제의식과 해법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기간에도 일관성 있게 관철되어야 한다. 별개의견이 바로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
라. 이 사건의 결론
원심은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없는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전제한 다음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사건본인이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후에 비로소 이루어진 것으로, 이미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이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가 미성년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기산한다고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지만, 청구인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거 양육비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이 협의 또는 심판 이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입장을 같이하나,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대법관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노태악 이흥구(주심)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