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단계에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 청구항의 권리범위 해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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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2.16
원하영 변리사
Ⅰ. 서론 -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 청구항
특허법 제2조 제3호에서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발명에 대하여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의 3가지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기술의 분야나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청구항 기재방식의 범주가 보다 넓어질 필요가 생겼다. 예컨대, 생명공학, 바이오의약, 바이오소재 등의 분야에서 제조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제조방법으로 얻어진 물질 자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출원일을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 화학 분야에서도 물질 자체의 구조, 성질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필요를 반영하여, 2007년 1월 3일 「발명의 구성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사항만으로 기재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구특허법 제42조 제4항 제3호 조항이 개정과정에서 삭제되었고, 이후 특허법원에서 「물건의 발명을 방법적으로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기재에 의하여 발명의 대상이 되는 물건의 구성이 전체로서 명료하다면 방법적 기재만을 이유로 명세서 기재불비라고 할 수 없다.」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다(2009. 8. 20. 선고 2008허11484 판결).
그에 따라, 물건발명 청구항에 있어서 적어도 하나의 구성이 그것을 제조하는 방법이나 수단으로 표현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 청구항(Product by Process Claim(이하 ’PbP 청구항‘이라 함))’이 청구범위 기재방식에 위배됨을 이유로 하여 거절되는 경우는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이러한 PbP 청구항의 경우 특허 요건의 판단 시와, 침해 여부의 판단 시 청구항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계속 논의가 있었고,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Ⅱ. PbP 청구항의 해석
1. 일반적인 해석론
대표적으로 PbP 청구항의 청구범위와, 권리범위를 정할 때, 물건의 발명인 이상 그 제조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최종 생산물인 물건 자체의 구조, 성질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물동일성설’과, 물건 그 자체만이 아닌 제조방법을 추가적인 한정사항으로 취급하여 판단한다는 ‘제법한정설’이 있다. 양 학설은 물건의 구조, 성질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제조방법 자체를 발명의 구성요소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물동일성설은 부정적인 반면, 제법한정설은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또한, 특허 요건의 판단 시와 침해 여부의 판단 시 PbP 청구항의 해석에 있어서 동일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일원설’과,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원설’도 있다.
2. 우리나라의 PbP 청구항 법리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PbP 청구항에 대한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선고되었다. 우선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 에서는 PbP 청구항의 신규성/진보성 판단 시 제조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물건 그 자체만을 가지고 특허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1후927 전원합의체 판결
특허법 제2조 제3호는 발명을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으로 구분하고 있는바, 특허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으로 기재되어 있으면서 그 제조방법의 기재를 포함하고 있는 발명(이하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이라고 한다)의 경우 제조방법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발명의 대상은 그 제조방법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물건 자체이므로 위와 같은 발명의 유형 중 ‘물건의 발명’에 해당한다.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대상인 물건의 구성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물건의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은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특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그 의미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의 특허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 기술적 구성을 제조방법 자체로 한정하여 파악할 것이 아니라 제조방법의 기재를 포함하여 특허청구범위의 모든 기재에 의하여 특정되는 구조나 성질 등을 가지는 물건으로 파악하여 출원 전에 공지된 선행기술과 비교하여 신규성, 진보성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위 판결이 있은 지 21일 후,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후1726 판결에서는 PbP 청구항의 침해 판단 시 전자와 동일하게 물건 자체만으로 권리범위를 판단하되,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을 경우 제조방법으로 한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3후1726 판결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에 대한 특허청구범위의 해석방법은 특허침해소송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등 특허침해 단계에서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판단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해석방법에 의하여 도출되는 특허발명의 권리범위가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에 의하여 파악되는 발명의 실체에 비추어 지나치게 넓다는 등의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범위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의 범위 내로 한정할 수 있다.
최근 앞서 살펴본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2011후927)의 판시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후11059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판결에서는 상기 전원합의체 판결(2011후927)에서의 PbP 청구항의 특허요건에 관한 법리를 권리범위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특허요건과 권리범위 판단 국면에서 PbP 청구항의 해석기준을 일치시킨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특허발명과 확인대상발명 간의 제조방법상 차이로 인해 야기되는,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와, 성질의 차이를 들어, 물건으로서의 동일성을 부정하였다. 즉, 제조방법에 의해 영향을 받는 물건의 구조와 성질을 물건의 구성으로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20후11059 판결
[1] (생략)
[2] 갑 주식회사가 명칭을 “폴라프레징크를 함유하는 안정한 정제 제형”으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을 주식회사를 상대로, 명칭을 “습식법으로 제조된 폴라프레징크 함유 정제”로 하는 확인대상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하여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는 심결을 한 사안에서, 특허발명 청구범위 제1항(이하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과 확인대상 발명은 일정 비율과 크기를 한정한 폴라프레징크를 유효성분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제1항 발명은 직접타정법으로 제조됨으로써 특정되는 구조와 성질을 가진 정제인 데 반해, 확인대상 발명은 습식법으로 제조됨으로써 특정되는 구조와 성질 등을 가진 정제이므로, 확인대상 발명은 문언적으로 제1항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나아가 확인대상 발명에 특허발명의 특유한 해결수단이 기초하고 있는 기술사상의 핵심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제1항 발명의 직접타정법과 확인대상 발명의 습식법은 실질적 작용효과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확인대상 발명은 제1항 발명과 균등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확인대상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주요 국가의 PbP 청구항 법리
미국의 경우 특허심사기준에서 “PbP 청구항은 일련의 단계(공정)에 의해 한정되지 않고, 그러한 단계들로부터 암시된 구조에 의해서만 한정된다.”라고 하여 출원발명의 신규성, 진보성 판단 시에는 물동일성설을 채택하고 있으며, 2009년 5월 18일 선고한 Abbott Labs v. Sandoz, Inc 침해소송 사건의 CAFC 판결에서는 제법한정설을 채택하였다. 일본의 경우, 최근 2015년 6월 최고재판소 판결에서 출원발명의 요지 인정 및 보호범위의 확정 모두에 있어서, 물동일성설을 채택하였다. 다만, 일본에서는 PbP 청구항에 대하여 해당 물건을 그 구조 또는 특성에 따라 직접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실제적이지 아니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일본 특허법 제36조 제6항 제2호의 명확성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거절사유, 무효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 특허심사기준에 따르면 출원발명의 신규성, 진보성 판단 시에는 물동일성설을 채택하고 있으나, 보호범위의 확정에 있어서는 제법한정설을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Ⅲ. 결 론
이상으로부터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PbP 청구항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특허 요건의 판단 시에는 대체로 물동일설에 의하고, 침해 여부의 판단 시에는 물동일성설에 의하되 예외를 인정하거나, 제법한정설에 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기 대법원 2013후1726 판결에서 침해 여부의 판단 시 물동일성설을 원칙으로 하되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예외로서 기재하고 있는데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바, 국제적 조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 발명의 침해 분쟁에 있어서, 특허권자나 그 상대방으로서는, 상기 대법원 2020후11059 판결을 참작하여, 제조방법으로 인해 달라지는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와 성질”의 동일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하여, 유리한 결과를 도모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2021 top 특허판례 세미나 자료집 (2022.3.12.)
지식재산연구 제11권 제1호
US Manual of Patent Examining Procedure(M.P.E.P.)
일본 최고재판소, 最高裁平成24年 平成27年6月5日 第1204号 第二小法廷判決
Abbott Laboratories v. Sandoz, Inc., 566 F.3d 1282 (Fed. Cir. 2009) (en ba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