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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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4.01.24
1. 들어가며
작년 9월경, 영화진흥위원회의 요청으로 영화 불법 유통에 따른 저작권 관련 문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당시 국내에서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불법 스트리밍하다 적발된 업체인 누누티비가 크게 문제되면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영상물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획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인터뷰를 위한 사전 준비 과정과 인터뷰를 통해 주고받은 질의응답들은 콘텐츠 불법 유통의 실태 및 그로 인해 관련 업계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사안 등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에, 다래 논단으로 당시 검토했던 내용들을 정리하여 보고자 한다.
2. K-콘텐츠 불법 유통의 현 상황
구체적인 문제를 검토하기에 앞서, 누누티비 사태 이후 콘텐츠 불법 유통 문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우려했던 대로 불법 유통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누누티비 시즌2, 시즌3가 정부의 단속을 교묘히 피해다니며 소비자들을 불법 시청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동영상 사이트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추세였다. 최근 유튜브프리미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구독료를 인상하고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정책을 펼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콘텐츠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불법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법규를 정비하여 처벌 공백을 메우고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여야 하겠으나, 이하에서는 불법 유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저작권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한다.
3.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저작권은 저작자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가지는 권리로, 별도로 등록을 하지 않아도 창작과 동시에 발생한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의 콘텐츠는 위와 같은 의미에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사전에 저작자로부터 이용허락 등을 받아야 저작권 분쟁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다운받아 불법으로 유통한 경우, 이는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복제, 배포, 공중송신하는 등의 행위로서 저작권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는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의 저작권자는 복제권, 배포권, 공중송신권 등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저작권법 제125조에 의하여 그 침해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4. 콘텐츠 불법 유통 처벌 사례
최근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를 특히 많이 소비하는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이미 K-콘텐츠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으로는 불법 유통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처벌 수준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 이루어지는 논의에 따르면 콘텐츠 불법 유통을 근절하려면 처벌 수준이 더 높아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처벌 수준이 어떠하길래 불법 유통이 만연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처벌 사례를 살펴보았다.
콘텐츠 저작권 침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이전인 2015년경에는 웹하드 사이트 회원이 ‘아이언맨’ 등 다수의 영화 영상 파일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복제하여 웹하드 게시판에 게재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한 사안에서, 웹하드 운영자에게 저작권법위반방조죄로 10,000,000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인천지방법원 2014.07.25. 2012고정3729).
이후 2021년경에는 불법 사이트에 접속해 저작권 침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동영상 다시보기 링크사이트’를 개설하여 불법 영상저작물과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한 행위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식하면서도 저작권을 침해한 게시물 링크를 영리 목적에서 계속적으로 게시한 경우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 링크행위 자체는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의 방조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판결).
나아가 웹툰을 불법으로 유통하던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저작권법 위반의 죄로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으며, 위 운영자들에 대하여 저작권자인 웹툰 작가 50여명의 복제권 및 공중송신권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작가 1인당 150만 원에서 6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19가합570806 판결) 및 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등 웹툰 전문 업체에 총 2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또한,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을 어른아이닷컴에 무단으로 게시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웹툰을 무단으로 다운하여 무료로 복제·배포한 것은 저작재산권(복제권, 배포권)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고, ① 이용자들의 평균 열람횟수, ② 해당 웹툰으로 인해 원고가 수익할 수 있었던 이용료, ③피고가 위 사이트를 비롯한 다수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배너 광고를 통해 광고비 명목으로 취득한 범죄 수익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청구금액인 10억원을 전부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2. 18. 선고 2019가합582748 판결).
위와 같이 최근 약 8년 동안 콘텐츠 불법 유통 처벌 사례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행위는 점점 그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액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뉴스에 등장할 만큼의 큰 사건이 아닌 한 저작권법의 형사처벌 수준이나 손해배상액 인정금액은 보통의 일반 사건에 비해 현저히 미미한 수준이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으려면 먼저 콘텐츠 저작권이 국가적으로 탄탄하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5. 불법 유통 콘텐츠 시청자의 처벌 가능성
저작권법상 불법으로 유통된 영상물 시청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불법 유통 콘텐츠를 시청한 이용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생각건대 영상 스트리밍은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에 해당하고 면책 조항에 해당될 여지도 없으므로, 복제권 침해 또는 복제권 침해의 방조 책임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불법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과 같은 불법 영상물은 시청하거나 단순히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6. 마치며
현실적으로 불법 유통 콘텐츠의 이용자를 적발하여 처벌하는 것이 어렵고 실제 처벌된 사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싼 유료 OTT 서비스 대신 불법 유통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이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대가 없는 무료 서비스란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불법으로 게시하는 사이트들은 대개 불법 도박, 마약, 성매매 배너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므로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각종 범죄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 나아가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는 경우 악성코드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시스템 성능 저하 및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에 처하기 쉽다. 결국 콘텐츠 이용료를 아끼려다가 더 큰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불법 유통 콘텐츠를 근절하고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법규의 정비 등도 물론 필요하나, 법과 정책으로 강제하기 이전에 소비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각종 콘텐츠들은 관련 종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성과물로서 그 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며,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맞다. 이용자들의 인식이 이와 같이 개선되어야 관련된 법규가 정비되었을 때 이를 올바르게 준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