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AE법무법인 다래

menu
뉴스 & 자료

도시정비법상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의 효과 -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 치유 여부에 대하여

    조회수
    301
    작성일
    2023.01.26
1. 서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합니다)상의 도시정비사업은 여러 사람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 진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재개발사업 및 재건축사업은 조합이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고(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5조 제1항), 그 조합의 구성 및 조합장의 입장 등에 따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있는 정비구역 내 소재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이하 ‘토지등소유자’라 합니다) 중 이미 설립된 조합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합설립의 법적 유효성을 놓고 많은 다툼이 발생합니다.

조합설립의 무효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원고 측에서 가장 많이 하는 주장은 조합설립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법정동의율(75% 이상)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주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조합설립의 유·무효를 다투는 소송은 조합설립 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제기되기도 하고, 한 번 제기되면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사이 해당 정비구역 토지등소유자의 변동이 생기는 등 여러 사정이 변경됨으로 말미암아 조합 및 처분청 등이 위 소송에 대응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도시정비법에서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의 특례’라는 제목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시정비법 제37조), 최근 우리 법무법인이 수행한 한 사건(서울고등법원 2021누65646)에서, 위 규정이 과연 무효인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를 치유하는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서 깊은 논쟁이 있었고, 이에 대해 법원에서도 판단을 하였습니다. 비록 고등법원 판결이긴 하나, 그동안 이 규정의 의미와 효과가 쟁점이 된 사건이 없었던 터라, 이를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어, 이번 다래논단에서 도시정비법 제37조의 해석론과 그에 대한 위 고등법원 판결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 사건의 개요 및 주요 쟁점1)

가. 당사자

이 사건의 원고는 도시환경정비사업2)이 진행되는 정비구역의 토지등소유자이고, 피고는 위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설립인가처분을 한 처분청이고, 이 사건에 위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피고측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습니다.

나. 1심 소송경과

원고는 2013. 6.경 이루어진 피고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2020.10.경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이하 ‘이 사건 소송’이라 합니다)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에서 원고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당시 제출한 동의서 중 일부에 날인된 인영이 인감증명서서와 상이하다는 등 동의서에 하자가 있음을 주장하였고, 1심은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 중 일부를 받아들여, 하자가 있는 동의서를 제외한 나머지 동의서로 동의율을 계산하면 74.68%로서, 조합설립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 75%에 미치지 못하고, 이러한 하자는 중대·명백하므로, 2013. 6.경 이루어진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참고로 구 도시정비법에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75%)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수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이는 현행도시정비법에서도 같습니다(도시정비법 제35조 제2항).

다. 2심 소송경과

위와 같은 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은 항소를 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의율이 74.68%로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 2심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

2심에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자로서 조합이 설립된 후 약 7년이나 지나 제기된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 과정에서 조합 측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적인 주장들이 실제로 이루어졌고, 쟁점화되었습니다.

우선 전제해야 할 사실은, 조합이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 이에 반대할 경우 일정 기간동안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음을 기재한 서면을 등기우편으로 보내 고지한 후, 2022.1. 조합설립변경을 위한 총회(이하 ‘이 사건 조합설립변경총회’라 합니다)를 개최하여 조합설립변경 심의의 건, 조합정관 변경 심의 및 인준의 건, 조합임원 선임 추인의 건, 시공사 선정 및 도급계약 체결 인준의 건 등에 관하여 결의하고, 조합의 기존 조직 및 의사결정 관련 주요사항을 추인하였으며, 이후 조합은 제1심판결에서 무효로 판단한 동의서의 하자를 보완하고 동의서 재사용 절차를 통해 확인된 동의율이 78.5%임을 근거로 피고에게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다시 신청하였고, 피고는 2022. 2. 조합설립변경을 인가(이하 ‘이 사건 변경인가처분’이라 한다)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보조참가인(조합)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조합설립변경총회와 이 사건 변경인가처분이 있었음을 전제하며 펼친 주장 중,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하고, 기존에 하자가 있는 동의서는 추가 또는 보완하여 이 사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으므로 종전 조합설립인가는 하자가 치유되어 소급하여 유효한 것으로 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 주장이 바로 이번 다래논단의 주제인 ‘도시정비법상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의 효과’에 관한 주장입니다.

3. 도시정비법 제37조의 내용 및 문제점

가. 도시정비법 제37조

도시정비법 제37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의 특례’라는 제목 하에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이하 이 규정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라 합니다).



제37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의 특례)
① 조합설립인가(변경인가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받은 후에 동의서 위조, 동의 철회, 동의율 미달 또는 동의자 수 산정방법에 관한 하자 등으로 다툼이 있는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 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1.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때
2. 법원의 판결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되어 조합설립인가를 다시 신청하는 때
② 조합(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추진위원회를 말한다)이 제1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하려면 다음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1. 토지등소유자에게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 반대 의사표시의 절차 및 방법을 설명·고지할 것
2. 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다음 각 목의 요건
 가.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된 조합과 새롭게 설립하려는 조합이 추진하려는 정비사업의 목적과 방식이 동일할 것
 나.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된 날부터 3년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것
③ 제1항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의 요건(정비사업의 내용 및 정비계획의 변경범위 등을 포함한다), 방법 및 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나. 문제점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중 이 사건 소송에서 문제가 되었던 규정은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입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 충족 여부에 다툼이 있어 조합설립인가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이 제기되었는데, 그 소송계속 중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할 때에는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위 규정을 적용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았을 때, 하자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종전 조합설립인가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에 따른 효과에 관한 규정이 없고, 관련 판례도 없다 보니,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해석을 통해 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이하에서는 우선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도입 취지, 동 규정 도입 전 판례의 태도를 먼저 살핀 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 효과에 대한 해석론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신설 및 입법 취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도시정비법이 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일부개정되면서 제17조의 2로 신설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도입과 관련하여, 개정법률안을 심사하는 국회 입법자료(제334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회의록)를 보면, 이 법안 발의자인 주호영 의원이, 재개발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재판을 통해 취소 또는 무효가 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재판 과정이 길어 조합설립인가가 된 때로부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동의서를 전부 새로 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본인이 반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동의서를 유효하게 해주고,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도록 하면, 분쟁이 줄고, 절차도 간소화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이 나옵니다(제334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회의록 제
12~13쪽).

위의 회의록 내용을 통해 보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조합설립인가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해당 조합설립인가의 동의율 충족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그 유효성에 대한 다툼이 없는 동의서까지도 새로 받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도입 전 판례의 법리

위 국회 입법자료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도입되기 전에도, 조합설립인가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 계속 중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서를 전부 새로 받아 요건을 갖추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조합설립변경인가에 대해서 판례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신설 전 대법원은,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위법 여부 또는 효력 유무 등에 관한 다툼이 있어 조합이 토지 등 소유자로부터 새로 법정사항이 포함된 동의서에 의한 동의를 받는 등 처음부터 다시 조합설립인가에 관한 절차를 밟아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경우에 그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위하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설립변경인가의 신청 전에 총회를 새로 개최하여 조합정관의 확정ㆍ조합임원의 선임등에 관한 결의를 하는 등의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두18773 판결).

또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신설 이후에 선고되었으나, 그 사실심 판결은 그 이전에 이루어졌던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이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등으로 효력 유무 또는 위법 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은 경우,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51309 판결).

위 판례 법리에 따르면,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에 다툼이 있는 중(즉, 소송계속중)에 이루어진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이, 조합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새로 동의를 받고, 총회를 새로 개최하여 조합정관의 확정·조합임원의 선임에 관한 결의를 하는 등 모든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로 이루어진 경우, 이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그때부터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효력을 갖게 됩니다.

한편 위 판례에서는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은 여전히 계속 중인 것만 전제하고 있을 뿐, 그 효력(하자치유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조합설립인가 후에 해당 조합이 유효하게 설립되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속행위들이 존재하므로,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효력을 갖는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에도 불구하고,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에 대해서는 계속중인 그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봄이 상당합니다.

6.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 효과에 대한 해석론

이상과 같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신설된 배경과 신설 전 판례의 입장을 통해 볼 때,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적용을 통해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과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 치유 문제는 무관하다는 견해의 대립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 소송 중에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두고 이와 같은 다른 입장에 기한 주장이 첨예하게 펼쳐졌고, 법원도 이에 대해 판단하였는데,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으로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된다는 견해(하자치유설)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으로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된다는 견해(편의상 ‘하자치유설’이라 칭하겠습니다)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법규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의 관점에서, ①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는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동조 제2호에서는 “법원의 판결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되어 조합설립인가를 다시 신청하는 때”로 문언상 달리 규정하고 있고, ② 동조 제2호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가 확정된 조합과 새롭게 설립하려는 조합의 추진하려는 정비사업의 목적과 방식이 동일할 것과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 내에 새로운 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반면(동조 제2항 제2호), 동조 제1호는 토지등소유자에게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 반대 의사표시의 절차 및 방법을 설명·고지 하면 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동조 제2항 제1호)에 비추어, 동조 제1호는, 제2호와 달리,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를 다투는 ‘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바, 종전 조합설립인가가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보완할 수 있다는 규정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도입의 입법취지의 관점에서, 이 법안 발의자인 주호영 의원의 발언 중에 “재판이 진행 중이라도 요건이 갖추어지면, 행정소송에는 소위 사정판결이라는 게 있어서 여러 가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도 유효하게 해주면 그 조합이 하자로 인가가 취소될 것이 유효하게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걸 하나 보완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한 부분(제334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회의록 제12쪽)을 강조하며, 입법자도 ‘재판진행 중’에 동의서가 ‘보완’되는 경우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불비한 요건을 유효하게 인정하여 효력을 인정하는 방안을 동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규율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이는 재판 중에 인가요건이 갖추어지는 경우라면 행정소송법상 사정판결 등도 가능하므로 이에 준하여 종전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 대한 문언적·체계적 해석 및 입법취지까지 고려하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효력과 무관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 대한 과도한 축소해석이라는 것이, 하자치유설의 입장입니다.

나.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 치유를 의욕하고 있지 않다는 견해(하자치유무관설)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견해(편의상 ‘하자치유무관설’이라 칭하겠습니다)는, 먼저 흠이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10. 8. 26 선고 2010두2579 판결), 동의서 재사용 특례규정에 따라 동의서 일부를 재사용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당연히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언적 해석의 관점에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는 일정한 경우(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2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가 치유된다는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도시정비법 제37조 제2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다툼 없는 동의서를 재사용할 수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무효인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를 치유한다’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근거 없는 확대해석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하자치유무관설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신설되기 전 선고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두18773 판결)를 보면,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에 다툼이 있는 경우에 새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주장하려면 총회 개최 등 조합설립에 필요한 모든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함을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 만일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확대해석하여 ‘소송이 진행 중인 경우에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와 반대의사 표시의 절차 및 방법을 설명·고지할 것이라는 요건만 충족시키면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조합설립에 필요한 모든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라는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재사용 가능 시기)와 제2항 제1호(재사용 요건)는,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 다시 조합설립인가에 관한 절차를 밟아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에 해당하는’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을 받으려는 경우에,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줄이고자 모든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새로 동의서를 받을 필요 없이, 기존에 받은 동의서 중 그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기존의 판례뿐만 아니라 입법취지와도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합니다.

다. 고등법원 판례의 입장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적용될 경우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이 사건 소송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조합이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변경인가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변경인가 신청 당시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재사용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있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의 기존 하자가 소급하여 치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12. 21. 선고 2021누65646 판결).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의 문언 내용 및 체계, 을나 제2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며, 흠이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이를 허용하는 때에도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하여야 하는 점(대법원 2010. 8. 29. 선고 2010두2579 판결 등 참조), ②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재사용의 특례’에 관해 규정하면서 그 허용 요건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에 따른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 점, ③ 피고 측이 이 사건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도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다시 신청하는 때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하자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동의서를 보완하는 방법이나 요건, 그 경우 기존 하자가 소급하여 치유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 점, ④ 한편,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도입 당시 제출된 2014. 12. 30. 자 ‘도시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나 제29호증)의 제안이유에도, ‘현재 정비사업 시행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 관련 분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사업지연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상황임. 정비사업장의 조합장들은 조합설립인가 관련 분쟁이 제기되거나 조합설립 인가의 무효·취소가 확정되는 경우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조합설립변경인가나 재인가를 신청하고 있는 실정임. 그러나 기존 도시정비법은 조합설립변경인가나 재인가시에도 기존에 사용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 않아 최초 조합설립인가와 같이 모든 동의서를 재징구하고 있어 사업의 조기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임.
이에 기존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한 요건 및 절차에 따라 동의서 재사용을 허용하여 분쟁 정비사업장을 조기정상화하고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것임’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효력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고 그 효력을 구별하고 있지도 않은 점, ⑤ 원칙적으로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 정족수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2두21437 판결 참조), 피고 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는 경우 동의의 하자 여부가 무효 또는 취소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던 기존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곧바로 소급하여 치유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종전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 정족수를 조합설립변경인가 신청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는 문제가 있고, 흠이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예외적으로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흠의 치유를 인정할 경우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조합이 현행 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 제2차 변경인가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변경인가 신청 당시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재사용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있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의 기존 하자가 소급하여 치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

도시정비법상의 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제1항 제1호를 보면,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때”에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도시정비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즉, 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동의서의 하자 등으로 동의율 미달을 원인으로 하는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 소송 중에, 유효성에 다툼이 있는 동의서에 대하여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 신청을 할 때, 기존 동의서 중 그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 소유자의 동의서는 일정 요건을 갖추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입장이든 이견이 없으나, 견해가 갈리는 지점은, 이와 같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이 적용되어 이루어진 조합설립변경인가의 결과,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에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하자치유설의 입장은, 앞서 본 것처럼,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문언적·체계적 해석상 동 규정은 조합설립변경인가로서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을 유지시키는 것을 전제한 규정이라고 하거나, 입법 취지상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고 불비한 요건을 유효하게 인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하자치유설의 입장은,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도입으로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51309 판결 등에서 말하는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가 간소화 된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더라도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은 여전히 불확정 상태로 유효하게 남아 있어 양자의 관계 설명이 어렵다는 문제와 관련하여,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도 모두 치유되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된다고 함으로써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과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의 효력을 갖는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의 관계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는 면에서, 경청할 만하다고 사료됩니다.

그렇지만 현행 도시정비법상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및 기존 판례의 법리 등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하자치유설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① 첫 번째로, 하자치유설은 법 규정 해석의 문제와 적용 효과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습니다.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내용은, 그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동의서를 재사용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이 규정 자체에서 종전조합설립인가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까지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하자치유설은 법 규정 해석의 문제와 법 규정 적용 효과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하는 때”에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라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제1항 제1호는 그 내용이 비교적 명확하고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문언적 해석의 견지에서도 동 규정내용을 이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크지는 않다고 할 것입니다.

나아가 설령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체계적·논리적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소송 중에 일부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있는 경우 일부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여 소위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신청하는 일이 빈번하므로 적어도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동의서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로 명문화한 것일 뿐이고, 일부 동의서가 법적으로 유효하게 추가 또는 보완되었는지, 나아가 그로 인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를 치유하거나 이를 대체하는지 여부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해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해야 할 사항입니다.

또한 하자치유설이 ‘종전 조합설립인가처분의 하자를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입법취지’라고 강조하며 내세우는 국회 회의록을 보더라도, ‘재판에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사정판결이라는 것을 해주고 있음’을 전제로 그러한 경우 다툼이 없는 동의서를 재사용하게 해주게 도와주자는 취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입법취지는, ‘법률이 하자 치유를 인정함 → 법원에서도 그 해석에 따라 하자 치유를 인정해야 한다’라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법원에서 추가로 요건을 갖추면 사정판결이 이루어진다고 함 → 그때 도움이 되도록 다툼 없는 동의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것입니다.

② 두 번째로, 하자치유설은 도시정비법상 조합설립인가의 요건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상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 등을 첨부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조합설립인가신청 시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대법원 2014. 4. 24. 선고2012두21437 판결).

위 대법원판결에서는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동의율 정족수 판단 기준 시점을 조합설립인가신청 시로 보아야 하는 이유로, “인가신청 후 처분 사이의 기간에도 토지등소유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토지 및 건축물 등을 처분하거나 분할, 합병하는 것이 가능한데, 대규모 지역의 주택재개발사업에 대한 조합설립인가신청의 경우 행정청이 처분일을 기준으로 다시 일일이 소유관계를 확인하여 정족수를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분 시점이 언제이냐에 따라 동의율이 달라질 수 있는 점, 만일 처분일을 기준으로 동의율을 산정하면 인가신청 후에도 소유권변동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동의율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나 분쟁이 양산될 우려가 있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합설립인가신청 이후의 사정이 동의율 정족수를 판단하는 데에 개입될 경우, 혼란이 가중되고 비리 및 분쟁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하자치유설은, 동의율 정족수에 관한 필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있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이미 이루어진 이후라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 따라 동의서를 추가 또는 보완하기만 하면, 조합설립인가신청 시에 갖추어지지 못한 조합설립인가의 필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 애초의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소급하여 유효한 것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는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은 내용일 뿐만 아니라,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기준으로 법정 동의율인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도시정비법 규정 및 판례의 법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주장입니다. 다시 말하여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에 대한 해석 또는 그 적용 효과에 관한 하자치유설의 주장은 도시정비법 규정 및 판례와 충돌된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하자치유설의 입장대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을 적용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았을 때 애초의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치유되어 유효가 된다고 한다면, 예컨대 동의서 위조 등의 방법으로 일단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놓고 사후적으로 소유권변동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동의율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동의율 정족수를 인위적으로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런 것이 바로 위 대법원 판례에서 우려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도시정비법에서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조합설립에 필요한 요건으로 규정한 내용은, 더 이상 조합설립의 필요 요건이 아니라 보충적 요건으로 전락하게 될 것인바, 이러한 측면에서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해석 또는 효과에 관한 하자치유설의 입장은 도시정비법의 다른 규정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③ 마지막 세 번째는, 하자치유설은 조합설립변경인가에 관한 기존 판례 법리를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사후적으로 동의서를 보완하는 등 다시 요건을 갖추고,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게 되면 이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은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법리를 명확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두18773 판결,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51309 판결). 즉, 종전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것입니다.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제1항 제1호가 적용된 경우’와 ‘위 판례가 제시하는 법리가 적용된 경우’의 차이는 단 한 가지, 즉 동의서의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재사용하였느냐 아니면 그런 동의서까지 전부 새로 다시 받았느냐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가 해당 조합설립변경인가의 효력을 달리 볼 정도의 차이인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이 규정이 없던 시절에 그 유효성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까지 전부 새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으로 볼 것이므로, 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제1항 제1호가 적용된 경우는 위 판례가 제시하는 법리가 적용된 경우보다 단지 절차가 조금 더 간소화되었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이 정도의 차이를 이유로 양자의 경우 조합설립변경인가의 효력이 다르다고까지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하자치유설의 문제점들을 고려하였을 때, 현행 도시정비법 규정 체제 하에서는 하자치유무관설이 조금 더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같은 관점에서 앞서 본 서울고등법원도 이러한 하자치유설의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7. 결론

앞으로도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은, 동의서 위조, 동의 철회, 동의율 미달 또는 동의자 수 산정방법에 관한 하자 등을 원인으로 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 중, 조합 측에서 새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는 것과 동일한 요건과 절차로 조합설립변경인가처분을 받기 위해 많이 활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때 조합 측은 그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는 목적을 대체로 분쟁의 조기 종결과 안정적인 사업추진 계속에 둘 것이므로, 이 사건 소송에서처럼, 계속 중인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소송 또는 취소소송에서는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 적용의 효과에 관한 논쟁이 종종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전에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적용 효과에 관하여 명확하게 판단한 판결이 없었으나,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이 쟁점을 명확히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상과 같이 다래논단을 통해 소개해 드리오니, 많은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이 사건 소송은 종전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요건인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이 75%에 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현재 이 사건은 상고심에 계류중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의 상고심에서는 하자의 중대·명백 여부에 관한 원심 판단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만 다투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동의서 재사용 특례 규정의 적용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서울고등법원 판단이 최종판단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끝.



1) 이 글 작성 현재, 이 사건은 상고심 계속중에 있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 사건의 당사자나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위 조합이 설립될 당시 시행 중이던 구 도시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합니다)에서는 정비사업을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었으나(구 도시정비법 제2조 제2호), 현행 도시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을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개발사업으로만 나누고 구 도시정비법상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재개발사업 안에 포섭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