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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저장함 파일을 압수할 때의 적법절차 - 윤정근 변호사

    조회수
    293
    작성일
    2022.07.20

1. 들어가며

 

요즘에는 거의 모든 회사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무 결과물이 전자정보의 형태로 생성 관리됩니다 이러한 회사의 임직원이 피의자가 되어 압수 수색영장이 발부되고 이를 회사에서 집행할 때 피압수자들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배제해야 하고 복제 탐색 출력 과정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압수되는 전자정보의 복사본 파일이 피압수자의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파일과 동일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압수 시 그 원본 파일의 해시값 을 보존하여야 하는 등 (hash value)의 내용은 이제 상식에 가깝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 지금도 많이 간과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이른바 아웃룩(Outlook) 이메일 저장함 파일(확장자가 .pst 또는 .ost인 파일, 이하 “PST 파일”)의 압수 방법입니다. 아웃룩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사”)에서 개발한 이메일 프로그램으로서 이를 통해 각종 이메일을 발신·수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이나 연락처도 저장·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는 이메일 서버에 MS사의 이메일 서버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그 회사의 임직원들은 MS사의 아웃룩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계정의 이메일을 발신·수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웃룩 프로그램은 이메일과 그 안에 첨부된 파일 등 모든 정보를 각 파일별로 저장·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PST 파일 하나에 전부 담아서 저장·관리합니다. 따라서 PST 파일은 파일 하나의 크기가 수십 GB(기가바이트)에 이르기도 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 1대의 저장 용량과 거의 같습니다. 그렇다면 PST 파일은 외형적으로는 ‘1개의 전자파일’에 불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휴대폰과 비슷한 저장 용량을 가진 ‘저장매체’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PST 파일이 단지 외형적으로 ‘1개의 전자파일’에 불과하다는 이유만으로, 대부분의 압수수색 현장에서 PST 파일을 ‘저장매체’ 압수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여느 ‘1개의 전자파일’을 압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압수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은 PST 파일의 압수와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쟁점1] PST 파일을 압수할 때 ‘저장매체’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전자파일’로 보아야 하나?

 

형식적으로 보자면 PST 파일은 하드디스크나 USB메모리와 같은 ‘유형의 저장매체’가 아니라 ‘무형의 전자파일’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 안에 수십 GB에 이르는 이메일 등을 저장·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자면 ‘저장매체의 성격을 가진 무형의 전자파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장매체’를 압수하는 방식에 관하여, 대법원은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하드카피나 이미징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고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피압수자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전원합의체 결정).

 

위 판례에서는 ‘저장매체’가 유형인지 무형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하드카피나이미징”을 ‘복제본’이라고 칭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유형의 저장매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 판례의 취지는, ‘저장매체’가 유형인지 무형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저장매체’에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전자정보와 무관한 전자정보가 혼재되어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그와 같이 ‘저장매체’에 다수의 전자정보들이 혼재되어 함께 저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 탐색, 출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장매체의 성격을 가진 무형의 전자파일’인 PST 파일도 다수의 전자정보들이 혼재되어 함께 저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저장매체’라고 보아야 하고, ‘저장매체’의 압수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압수하여야 합니다. 즉, 수십 GB의 대용량을 가지는 PST 파일을 복제, 탐색, 출력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는 임의적 복제 , 탐색, 출력이 허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설령 PST 파일을 단순히 ‘1개의 전자파일’로 본다 하더라도, 그 ‘1개의 전자파일’을 압수하려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지부터 확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PST 파일 안에는 피압수자의 이메일 주소로 발신·수신된 수십 GB 분량의 이메일과 첨부파일들이 전부 저장·관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1개의 PST 파일 안에는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이메일 및 첨부파일들뿐만 아니라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메일 및 첨부파일들이 혼재되어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마치 수십 GB 분량의 많은 전자정보가 혼재되어 저장된 하드디스크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일 수십 GB 용량의 하드디스크 안에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파일이 단 1개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그 하드디스크 전체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하다고 보는 것은, 저장매체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 탐색, 출력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합니다. 결국 수십 GB의 대용량 PST 파일 1개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 안에 저장된 전자정보 중에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것과 무관한 것을 구별해야 하는 문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장매체의 성격을 가진 무형의 전자파일’인 PST 파일은 그 실질에 따라 ‘저장매체’에 준하는 방식으로 압수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설령 ‘전자파일’로 본다 하더라도 그 안에 저장된 이메일과 첨부파일들 중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것과 무관한 것을 구별하여 복제, 탐색, 출력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해야 함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합니다.

 

3. [쟁점2] 이메일 서버에서 피압수자의 이메일을 PST 파일 형태로 저장하여 압수할 때에는 어떤 절차에 따라야 하나?

 

네이버나 다음 등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는 이메일을 개별적으로 저장하고 있어서 이메일 서비스 제공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경우에는 각 이메일을 특정하여 압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다른 회사에서는 MS사의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서 이메일 압수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MS사의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사 이메일 서버에서 피압수자의 이메일들을 압수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피압수자의 이메일 주소로 발신·수신되어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모든 이메일들을 특별한 선별 과정 없이 전부 압수합니다 . 이를 위해 압수 당시에 새로운 PST 파일1개를 생성하고, 그렇게 생성된 PST 파일에 해당 피압수자의 모든 이메일을 전부 담아서 저장한 후, 그 PST 파일의 복사본 파일을 압수합니다.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피압수자의 모든 이메일들을 1개의 PST 파일에 담기 때문에 그 용량이 수십 GB에 이르게 됨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피압수자의 이메일들에는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것과 무관한 것이 혼재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피압수자의 모든 이메일들을 압수 당시 새로 생성한 1개의 PST 파일에 전부 저장하여 그 복사본 파일을 압수하는 경우에도, 그 안에 저장된 이메일들을 복제, 탐색, 출력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고,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의 임의적 복제, 탐색, 출력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아가 피압수자의 모든 이메일들을 저장하기 위해 압수 당시 새로 생성한 PST 파일의 ‘복사본 파일’을 압수하는 것이므로, 추후 ‘원본 파일’과 ‘복사본 파일’의 동일성이나 무결성을 증명하기 위해 압수 당시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원본 PST 파일’의 해시값도 보존되어야 합니다.

 

4. [쟁점3] PST 파일 압수 시 영장에도 이메일 압수처럼 작성기간이 기재되어야 하지 않나?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1항 단서에서는 “다만, 압수·수색할 물건이 전기통신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작성기간을 기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제107조 제1항 제7호에서는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위한 영장의 청구서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7.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압수·수색하고자 할 경우 그 작성기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3호에서는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ㆍ전자우편ㆍ회원제정보서비스ㆍ모사전송ㆍ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ㆍ무선ㆍ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ㆍ문언ㆍ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형사소송법령에서는 ‘전화나 이메일 등 전기를 사용하여 송신 또는 수신하는 것’을 압수수색하거나 그에 관한 것을 압수수색하는 경우에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때는 물론이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때 의무적으로 작성기간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아래 그림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메일을 압수하는 < 1> , 경우 작성기간을 기재하여 압수할 이메일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림1> 작성기간을 정한 이메일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 기재 예시

 

그러나 이메일 외에 다른 물건까지 압수하는 경우, 법원은 아래 <그림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메일 형태의 자료도 작성기간의 기재 없이 단지 ‘본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것으로만 한정하여 압수할 물건을 기재하기도 합니다. 즉, 형사소송법령에 따르면 이메일을 압수하는 경우 작성기간이 기재되어야 함에도, 그저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의 유관한 이메일’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PST 파일이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림2>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 이메일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 기재 예시

 

결국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는 현장에서는 파일을 PST ‘이메일’로서 압수함에도 불구하고,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유관한지 여부를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은 채, 작성기간의 제한도 없이 피압수자의 모든 이메일이 담긴 수십 GB 분량의 PST 파일 자체를 무분별하게 압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메일 외에 다른 물건까지 압수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메일을 압수수색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별도의 항목으로 기재하고 작성기간도 특정해서 기재하여 압수할 이메일의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나가며

 

전자정보의 압수에 관한 판례는 적지 않지만, 아직 PST 파일을 압수하는 문제나 그 절차에 관하여 판시한 판례는 대법원은 물론이고 하급심에서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메일을 사용하는 기술과 방법이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메일을 압수하는 기술과 방법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메일을 압수하는 적법절차에 관한 판례도 그러한 기술과 방법의 변화를 시기적절하게 반영하여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PST 파일 압수의 적법절차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곧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윤정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