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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 분쟁에서 문언 침해 주장에 대해 자유실시기술 항변이 인정되는지 -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 이석영 파트너변호사

    조회수
    405
    작성일
    2022.01.21

1. 사건의 개요

 

 본 사안은 고강도 바닥 패널에 대한 특허발명의 특허침해 분쟁입니다.

 

 특허권자인 원고는 피고의 실시 또는 실시 우려 제품(확인대상발명)을 대상으로, 확인대상 발명이 자신의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함을 확인해달라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확인대상발명은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선행발명으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여 이 사건 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위 심결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특허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특허법원은 “자유실시기술의 법리는 특허발명이 애당초 특허를 받을 수 없었던 부분까지 균등론을 적용하여 권리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므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기재된 구성 전부를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문언 침해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설시하며, “이 사건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성을 모두 그대로 포함하여 그 권리범위를 문언 침해하고 있어서 자유실시기술의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판단에 기초하여 특허법원은 피고의 자유실시기술 항변을 인정하지 않고 특허심판원의 판단과는 달리 확인대상발명이 이 사건 제1항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원고 청구 인용, 특허법원 2016. 1. 15 선고 2015허4019 판결). 

 

  본 사안은 위 특허법원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2. 대법원의 판결 요지(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후366 판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특허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문언 침해에서도 자유실시기술의 법리가 적용된다고 하며 특허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확인대상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른바 자유실시기술로서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 없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특허발명의 무효 여부를 직접 판단하지 않고 확인대상발명을 공지기술과 대비하여 확인대상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를 결정함으로써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자유실시기술 법리의 본질, 기능, 대비하는 대상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리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확인대상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른바 문언 침해(literal infringement)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3. 검토

 

 특허권자가 상대방에게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경우, 상대방은 방어 논리로 자신이 실시하는 기술이 특허를 출원하기 전부터 이미 공지된 기술들(선행기술)을 통해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자유실시기술 항변이라고도 합니다. 

 

  자유실시기술 항변을 통해 상대방은 자신의 실시제품(현물)과 선행기술을 직접 비교하여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보통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기술적 사상을 기재하고 있는 특허발명 청구항을 대상으로 특허발명이 진보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주장을 용이하게 할 수 있고 그 주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본 판결은 특허 권리범위를 문언 침해하는 경우 자유실시기술 항변이 인정되는지에 대해 특허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사안입니다. 특허법원은 자유실시기술 항변이 특허권자가 특허의 권리범위를 청구항 문언 외에 사항에까지 넓혀서 주장할 수 있는 균등 침해 주장에 대한 방어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허법원의 판단과 달리 자유실시기술 항변이 균등 침해 주장은 물론 침해 기술이 청구항 문언 그대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문언 침해 주장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허법은 특허발명의 보호 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특허법 제97조). 위와 같은 특허법원의 판단은 특허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보호 범위를, 그것이 종래에 존재하는 기술이라고 하여, 보호 대상에서 제외할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허발명이 진보성 또는 신규성이 없어 상대방에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무효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특허발명의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을 특별한 이유 없이 권리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자유실시기술 항변은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특허법 제2조)을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특허법의 기본원칙에 근거하여, 이미 공지된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배타적 효력이 미치는 보호 범위를 제한하려는 특허법의 일반 이론으로 이해됩니다. 대법원은 같은 견지에서 이러한 자유실시기술의 인정 근거를 문언 침해와 균등 침해에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본 판결은 자유실시기술 항변의 독자적인 존재 이유를 밝히고, 종래 자유실시기술에 대한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하며, 자유실시기술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을 종식한 판결로 보입니다.

 

이석영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