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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중 정정심결 확정의 효과–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

    조회수
    200
    작성일
    2021.06.21

1. 들어가며

 

종전 대법원은 특허무효심판절차에 특허에 대한 정정심결이 있는 경우, 이를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로 인정해 왔다(대법원 2001. 10. 12. 선고 99후598 판결 등). 그 결과 특허법원에서 패소한 특허권자가 상고심 계류 중 특허심판원에 별도로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정정심결을 받게 될 경우 상고심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을 할 수 밖에 없어 이와 같은 절차의 반복이 있을 경우, 특허소송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아래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원고는 2015. 12. 24. 피고(특허권자)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롤방충망의 록킹구조’라는 이름의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으나 불복소송에서 특허법원은 진보성이 부정됨을 인정하여 이 사건 심결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정정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정정을 인용하는 심결을 하였고 이후 심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는 정정심결이 확정되었음을 근거로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해 변경되었다’고 하면서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있으므로, 원심 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 즉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종전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하였다. 대법원이 정정심결의 확정을 재심사유로 보지 않은 이유는 아래의 3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가. 정정심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를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의 변경’으로 볼 수 없다.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관의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자 할 때는 특허결정 자체를 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반드시 특허심판원의 심판을 거쳐 그 심결에 대해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 · 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나. 정정심결은 심판청구인인 특허권자에게 송달됨으로써 확정되지만, 이해관계인이나 심사관은 정정심결이 확정된 후에야 정정을 인용한 심결에 대해 정정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되므로,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의 무효 여부는 여전히 특허권자와 제3자 사이에는 계속하여 특허무효 분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므로, 정정을 인정하는 내용의 심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른 특허발명의 내용이 그에 따라 ‘확정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특허권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청구를 통해 얼마든지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 및 분쟁의 해결을 현저히 지연시키는 것으로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에 근거할 때 허용될 수 없다.


4. 검토 의견     


 가. 특허법이 특허결정에 대한 불복을 반드시 심판에 의하도록 하고 그 심결에 대해서만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불복소송은 실질적으로는 특허결정에 대한 불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특허제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의 심리 및 판단의 대상 그 자체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논리는 타당한 면이 있어 보인다.


 나. 또한, 종전 판례와 실무에 대하여는 특허무효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의 정정심결의 확정을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에 규정된 재심사유로 인정함으로써 무용한 절차가 반복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고, 특허법에서는 정정심판청구 뿐만 아니라 특허무효심판절차 및 정정무효심판절차 내에서 정정청구의 형식으로 명세서 등을 정정할 기회를 특허권자에게 충분히 부여하고 있다는 점(특허법 제133조의 2, 제136조, 제137조)에 비추어볼 때, 소송절차 및 분쟁해결의 신속 및 경제 이념을 고려하여 이 사건 재심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논리 역시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특허법]

제133조의2(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의 특허의 정정) 

① 제133조제1항에 따른 심판의 피청구인은 제136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147조제1항 또는 제159조제1항 후단에 따라 지정된 기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심판장이 제147조제1항에 따라 지정된 기간 후에도 청구인이 증거를 제출하거나 새로운 무효사유를 주장함으로 인하여 정정청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정정청구를 하게 할 수 있다.  


제136조(정정심판)

① 특허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하여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1. 청구범위를 감축하는 경우

2. 잘못 기재된 사항을 정정하는 경우

3. 분명하지 아니하게 기재된 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경우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에는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1. 특허취소신청이 특허심판원에 계속 중인 때부터 그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의 기간. 다만, 특허무효심판의 심결 또는 정정의 무효심판의 심결에 대한 소가 특허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특허법원에서 변론이 종결(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의 선고를 말한다)된 날까지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2. 특허무효심판 또는 정정의 무효심판이 특허심판원에 계속 중인 기간


제137조(정정의 무효심판)

①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은 제132조의3제1항, 제133조의2제1항, 제136조제1항 또는 이 조 제3항에 따른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에 대한 정정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정정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무효심판의 피청구인은 제136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제147조제1항 또는 제159조제1항 후단에 따라 지정된 기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의 정정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심판장이 제147조제1항에 따라 지정된 기간 후에도 청구인이 증거를 제출하거나 새로운 무효사유를 주장함으로 인하여 정정의 청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간을 정하여 정정청구를 하게 할 수 있다.


제147조(답변서 제출 등)

① 심판장은 심판이 청구되면 심판청구서 부본을 피청구인에게 송달하고, 기간을 정하여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제159조(직권심리)

① 심판에서는 당사자 또는 참가인이 신청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해서도 심리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 및 참가인에게 기간을 정하여 그 이유에 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 다만 대상판결이 제시한 논리에는 아래와 같은 법리적, 실천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1)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는 특허무효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특허권의 권리범위 확인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특허권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민사소송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나, 특허무효에 대한 심결취소소송과 달리 특허 침해소송의 소송물을 고려할 때 특허 침해소송의 경우 특허 자체의 유 · 무효와 그 내용은 판결의 기초가 되는 행정처분일 뿐 심리 · 판단해야할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에 관하여 대상판결이 제시한 논리에는 의문이 남는다. 1)

  


 2) 또한, 대상판결의 법리에 따를 경우 원심을 유지하여 상고를 기각하게 되면 특허무효심결이 확정되지만, 정정심결에 의해 특허무효사유가 제거되어 정정 후 명세서 등에 의한 특허는 유효할 수 있어 특허 자체가 무효로 되는지 불분명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진행 중에 정정심판절차가 병행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판결확정일과 정정심결 확정일의 선후’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특허권의 무효 확정, 소송 종결 여부 등이 달라지는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3) 나아가, 특허법 제136조 제10항에 의하면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었을 때에는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등에 따라 특허출원, 출원공개, 특허결정 또는 심결 및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정정심결 효력을 특허 출원시로 소급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특허심사, 심판 절차 및 정정제도의 취지를 근거로 위 규정이 정정 전의 명세서 등에 따라 발생된 모든 공법적, 사법적 법률관계를 소급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는바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대상판결 별개의견 및 보충의견 인용).


 라.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특허무효 및 권리범위 확인심판 등에 있어 실질적으로 2심제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특허 소송구조의 특성 및 특허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특허권자 보호 및 정정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앞서 제시한 대법원 판단의 한계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입법론적 논의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1) 조영선, (2020), 특허사건의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확정된 정정과 재심사유 여부,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