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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 및 그 보호수단에 관하여 - 문린 변호사

    조회수
    255
    작성일
    2021.05.20

1.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

 

공부가 성공의 척도이던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이고, 돈을 벌려면 유튜브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요즘이다. 사회의 모든 정보들이 각종 SNS나 유튜브 등으로 소통되는 만큼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1), 인플루언서2) 등이 대중에게 더 큰 인지도를 누리는 경우도 많다. 물건을 사거나 식당을 가기 전에 SNS나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습관화된 대중들 사이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소비하는 물건, 방문하는 식당 등은 금세 잇템3), 핫플레이스4)가 되어버리곤 한다. 

 

시대의 흐름이 이렇다 보니 일반 회사인뿐만 아니라 법조인들까지도 유튜브 시장에 진출한지 오래이고, 젊은 변호사들은 브이로그5)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유명세와 광고비를 동시에 얻을 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본업에 대한 홍보효과까지 톡톡하게 누리고 있다.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누구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만큼 각 개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는 잠재적인 상업적 가치를 지닌 자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아이덴티티의 법적인 보호에 관한 관심도 상당하다. 후술할 최근 발의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 도입된 ‘초상등재산권’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현재 법적으로 어떻게, 얼마큼 보호되고 있을까?

 

개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권리는 프라이버시권과 퍼블리시티권으로 양분할 수 있고, 이 중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의 사적 영역을 보호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재산권적인 성격을 지닌 퍼블리시티권의 영역에 한정하여 그 의의와 보호 수단에 대해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2.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의 의의

 

퍼블리시티권은 각 개인이 지닌 정체성 즉, 사람의 성명, 초상, 목소리 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사람의 정체성은 각 개인이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다는 점에서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 정체성이 가지는 상업적 가치는 고유하다고 볼 수 없다. 상업적 가치란 타인에게도 효용이 있을 때 발생하는 것이며, 사람의 정체성에 대한 상업적 가치는 대중의 인식과 호응도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즉, 각 개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상업적 이익의 형성에 있어 대중의 평가와 인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결국 퍼블리시티권은 대중적 인물에 대한 공중의 평가 또는 인격 속에 있는 재산적 이익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6)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성문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명문화된 권리가 아닌 관계로, 그동안 판례를 통해 그 보호 범위와 방법이 논의되어 왔다. 종래 우리나라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하급심 판결이 엇갈려 왔으며,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적용되는 법규정도 불확실했다. 한편 퍼블리시티권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려는 판례는 퍼블리시티권의 침해 문제를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의 법리로 해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30 선고 2014가단65128 판결).

 

그런데 최근 ‘방탄소년단화보집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명 연예인의 초상’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보호하는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로 보아 이를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3. 26.자 2019마6525 결정). 대상판결은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수단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을 선택하고 이를 통한 침해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함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저작권법 전부개정안 관련)

 

한편, 최근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에 배타적 권리로 명문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지난 1월 15일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은 ‘초상 등 재산권’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에 명시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초상 등’을 ‘사람의 성명·초상·목소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함으로써 유명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초상 등을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본래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재산권 영역인 ‘저작재산권’은 지적인 ‘창작물’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작성(創作性)의 본질은 독특하다는 점이 아니라 이를 창조하였다는 점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지적창작의 결과물이 아닌 개인이 본래부터 가졌던 성명, 초상, 목소리 등을 저작권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7)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박준석 교수의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저작권법이 저작재산권을 보호하는 주요 이유는 창작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의 창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함인 반면, ‘퍼블리시티권’의 보호는 ‘이미 창출된 경제적 가치’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양자가 다른 전제를 가지고 있다.8) 결국 저작권법은 퍼블리시티권의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률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퍼블리시티권은 어떻게 어느 정도로 보호하여야 할까?

 

4. 퍼블리시티권의 적절한 보호 수단과 범위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이 위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수단으로 선택된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위 (카)목의 규정 및 그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보면,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되는 사람의 초상 등이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형성되고 고객흡인력을 갖게 되어 법률상 보호 가치 있는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면 (카)목의 보호 대상인 ‘타인의 성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퍼블리시티권을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의 보호 대상으로 삼는 것은 퍼블리시티권의 공공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타당하다. 앞서 퍼블리시티권의 정의를 설명함에 있어, 퍼블리시티권은 대중적 인물에 대한 공중의 평가 또는 인격 속에 있는 재산적 이익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요컨대 퍼블리시티권은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대중의 인식과 지지를 통해 그 경제적 가치가 형성된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퍼블리시티권의 상업적 가치는 대중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퍼블리시티권이 대중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넘어 사적인 이익으로 보호될 수 있으려면, 보호받고자 하는 개인의 초상등이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의 요건인 ①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고, ② 그로 인해 고객흡입력을 갖게 되어, ③ 법률상 보호 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5. 결어

 

대중들이 소통하는 매체나 대중들 사이에 유행하는 대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법조인들 역시 이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권에 관한 본 논의 역시 위와 같은 맥락에서 때마침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에 다루어 보았다. 

 

변화가능성이 높은 분야일수록 이를 구체적인 법으로 규율하려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카)목과 같은 일반조항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프라이버시권을 특별법으로 제정하여 보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저작권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작년에 인기 유튜버인 쯔양이 회전초밥 전문 음식점 ‘스시마이우’를 상대로 “매장에서 쯔양 사진을 무단으로 게시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는데, 앞서 ‘방탄소년단 화보집 사건’의 대법원 판결 이후 최초로 나올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하급심 판결인 만큼 해당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관심이 크다.

 

 


 

 

 

1) 오늘날에는 일반적인 ‘창작자’라는 표현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유튜브(YouTube)에서 동영상을 생산하고 업로드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로, 크리에이터가 무엇을 창작하는가에 따라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 게임 크리에이터, 먹방 크리에이터, 뷰티 크리에이터, 여행 크리에이터, 홈트(홈트레이닝)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 및 소재가 크리에이터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크리에이터 [Creator] (PR용어사전)

2)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의미하며, 특히 웹 상에서의 인물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물이 전달하는 정보를 기업이 활용하여 홍보하는 것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부르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

3) 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4)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장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5)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가리킨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6) 이호선, “퍼블리시티권(신원 공표권)의 성격에 관한 연구-지적재산권 관점, 과연 타당한가”, 「법학연구」, 2009., 제34면

7) 박준석, “퍼블리시티권의 법적성격 – 저작권과 상표 관련 권리 중 무엇에 더 가까운가?”, 2009, 309면

8) 박준석, “퍼블리시티권의 법적성격 – 저작권과 상표 관련 권리 중 무엇에 더 가까운가?”, 2009, 309면

 

문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