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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프로그램의 실행과 저작권법 제35조의2의 일시적복제에 관한 면책규정의 적용

    조회수
    139
    작성일
    2020.04.20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6다20916 판결(동시접속 라이선스 사건)


1. 사안의 개요


원고 갑 회사는 피고 을 외국회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관하여 판매대리점 계약체결하였습니다. 피고 을 회사는 원고 갑 회사에게 계약에 따라 정한 최대 동시사용자수보다 많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동시사용 방식의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고 갑 회사는 피고 소프트웨어의 최종사용자가 라이선스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별도의 소프트웨어(원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피고 소프트웨어 최종 사용자들에게 함께 판매하였습니다. 원고 소프트웨어로 인해 피고 을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이용허락된 최대 동시사용자 수를 초과하여 실행되었고, 라이선스 수를 초과하여 최종 사용자 컴퓨터의 램(RAM)에 일시적으로 복제되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하여 원고 소프트웨어로 인하여 저작권법상 일시적 복제로 인한 피고 소프트웨어의 복제권의 침해 여부가 문제되었으며, 같은 법 제35조의2의 일시적 복제에 관한 저작권침해 면책규정 적용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 소프트웨어에 의해 발생하는 일시적 복제는 이용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거나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만 보기 어렵고,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저작권법의 일시적 복제에 관한 면책규정 제35조의2의 요건인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갑 회사의 원고 소프트웨어는 을 회사의 일시적 복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① 저작권자인 피고 을 회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약정한 최대 라이선스 수를 넘는 일시적 복제까지 허락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갑 회사의 소프트웨어는 피고 소프트웨어가 사용가능한 라이선스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 을 회사의 소프트웨어의 작동과정에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한 작업을 하는 것으로만 볼 수 없다.


③ 을 회사의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컴퓨터의 램(RAM)에 복제된 상태로 남게 되는 것은 갑회사의 소프트웨어에 의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이지 을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과정 중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


④ 라이선스 계약과 같은 동시사용 방식에서 유상 거래의 핵심이 되는 것은 ‘최대 라이선스의 수’라고 볼 수 있는데, 갑 회사의 소프트웨어로 인해 ‘최대 라이선스의 수’가 증가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갑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구매할 라이선스 수를 줄일 수 있으므로 을회사의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3. 검토


가. 저작권법 제35조의2 일시적 복제에 관한 면책규정


저작권법 제35조의2는 ①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②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으며 ③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일시적 복제에 관한 저작권 침해에 관한 면책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면책규정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대하여 1) ‘일시적 복제’의 적용범위 2) 강학상 저작물의 이용과 구분되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사용’(실행)하는 경우에도 면책규정의 “저작물의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의미 등에 대하여 여러 해석론이 있었습니다.


나. 면책규정에 관한 과거 선례 - 오픈캡처 판결


대법원은 2017년 오픈캡처 사건의 판결(대법원 2017. 11. 23. 선고 2015다1017, 1024, 1031, 1048 판결)을 통해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법 제35조의2의 면책규정 적용에 관한 최초의 설시를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보조기억장치에 설치된 컴퓨터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인터넷으로 디지털화된 저작물을 검색, 열람 및 전송하는 등의 과정에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는 실행된 컴퓨터프로그램의 처리속도 향상 등을 위하여 컴퓨터프로그램을 주기억장치인 램(RAM)에 적재하여 이용하게 되는 과정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일시적 복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통상적인 컴퓨터프로그램의 작동과정의 일부이므로 저작물인 컴퓨터프로그램의 이용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경우로서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 제35조의2의 면책규정의 본문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피고의 허락하에 오픈캡처 유료버전이 원고들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복제된 이상 저작권법 제35조의2 단서가 일시적 복제권의 침해에 대한 면책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오픈캡처 사건 판결은 일반론으로 확대 적용하기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컴퓨터프로그램이 일단 한번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 설치된 이상 사용자가 저작권자와 약정한 프로그램의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위반하여 컴퓨터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이는 저작권법상 면책규정이 적용되어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였습니다. 이는 컴퓨터프로그램들이 동시접속 라이선스, 부분유료화, 기간유료화 등 여러가지 수익모델과 접목하여 일단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 사용자 컴퓨터에 복제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볼때, 사용자의 부당한 저작물의 사용에 대한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부당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다. 이 사건의 의미 –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을 통해 면책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의 설시


이 사건은 상기 오픈캡처 판결에서 설시한 면책규정의 적용 요건을 유지하면서도 선결 판례에서 다소 미진하였던 면책규정의 경계를 찾아가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보입니다3). 그리고일시적복제의 ‘독립한 경제적 가치’ 존부를 기준으로 저작권법 면책규정 적용여부를 최초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선례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판시 내용 중 일시적복제의 독립한 경제적 가치를 판단하는 사정에 있어,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저작권자인 피고가 약정한 최대 라이선스 수를 넘는 일시적 복제까지 허락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라이선스 계약과 같은 동시사용 방식에서 유상 거래의 핵심이 되는 것은 ‘최대 라이선스의 수’인데, 원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피고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게 되었다는 설시는 주목할만하다고 보입니다. 해당 판시는 면책규정의 소극적 요건인 ‘독립한 경제적 가치’ 요건을 끌어와 이용허락 계약을 위반한 실행행위(일시적복제)가 면책규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대법원이 앞선 오픈캡처 판결에서 사용자가 이용허락 계약의 내용을 위반하여 프로그램을 실행한 경우에도 이는 저작권자와 사용자 사이의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 면책규정의 부정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과는 다소 결을 달리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대법원이 입장을 변경하였다기 보다는 법리를 보다 정교화하고 개별적 사안에 대해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컴퓨터프로그램에 관한 저작권 분쟁은 보통 (영구적) 복제권,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등 다른 저작재산권의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컴퓨터프로그램의 실행만이 저작권 침해의 쟁점이 되는 사례는 아직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대상판결은 컴퓨터프로그램의 사용을 둘러싸고 이용 허락 계약의 내용 또는 저작권 침해의 태양이 다양해 지고 있는 배경하에서 선례로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보입니다.





[참고문헌] 

1) 조영선, ‘디지털 저작물의 이용과 일시적 복제’, 고려법학 제88호 201-230, 2018 

2) 손천우, '저작재산권자로부터 컴퓨터프로그램의 설치에 의한 복제를 허락받은 자가 위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실행하는 행위가 영구적 복제권 및 일시적 복제권의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114호 (2018) 305-329, 2018 

3) 최승재,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IT법), 법률신문, 2019.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