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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법상 허위신고죄의 구성요건인 ‘가격’의 의미에 관한 연구 후기

    조회수
    220
    작성일
    2020.01.17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도13283 판결


1. 들어가며


필자는 지난 2018. 6. 다래논단에서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도8382판결을 중심으로 관세법상 허위신고죄의 구성요건인 ‘가격’의 의미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위 연구에서 필자는 대법원 2013도8382판결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아울러 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이루어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단6191 판결(항소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노5277 판결)의 결론에 대해서 재고를 요한다고 첨언한 바 있다. 


그런데 반갑게도, 대법원은 2019. 6. 13. 선고 2017도13283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함)에서 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노5277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다만 아쉽게도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시하지 않은 채 2013도8382판결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만 판시하였으며, 원심과 수입거래의 형태를 달리 보아 구입가격에는 가공임 이외에 원단 등 재료가격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미국에 있는 원단 판매업체로부터 원단 등을 구입하여 이를 필리핀에 있는 현지 법인에 공급하고, 필리핀 현지 법인이 이를 가공하여 의류를 생산하면 해당의류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면서 수입시 원단가격을 누락한 채 가공임만을 물품가격으로 신고하였다


3. 하급심의 판단


위 사건의 제1심과 제2심은,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도8382판결을 인용하며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서 수입신고사항 중 하나로 규정된 물품의 ‘가격’은 ‘과세가격’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과세가격(같은 법 제30조)을 결정하는 기초가 되는 실지거래가격, 즉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이하 ‘구입가격’이라 한다)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다음, 그 인정사실을 토대로 가공임만이 구입가격에 해당할 뿐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은 이를 가공하여 생산한 수입물품인 이 사건 의류의 구입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이 필리핀 현지 임가공업체인 F로부터 수입한 이 사건 의류에 대한 수입신고시 그 물품의 구입가격을 허위로 신고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7도13283 판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은 원단 등 재료를 미국에 있는 원단 판매업체 등으로부터 구매하여 F에게 무상으로 공급하였는데, 우리나라로 그 원단 등 재료를 수입한 후 재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 업체 등에서 F로 직접 운송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2) 피고인들은 F가 원단 등 재료를 가공하여 생산한 의류 완제품인 이 사건 의류를 수입하면서, 해당 수입신고서에 수입물품의 ‘품명’을 의류 완제품을 기준으로 기재하였고, 나아가 ‘거래구분’란에도 ‘위탁가공 후 수입’이 아닌 ‘일반형태수입’이라고 기재하였다.


3) 다만, 피고인들은 해당 수입신고서의 수입물품의 ‘단가’ 및 ‘금액’란에는 의류 완제품의 대가가 아닌 가공임만을 기재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수입신고 대상이 된 물품은 임가공용역이 아니라 의류 완제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신고하여야 할 이 사건 의류의 가격인 구입가격에는 가공임 외에 임가공을 거쳐 의류 완제품의 구성품이 된 원단 등 재료의 가격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의류 완제품인 이 사건 의류를 수입하였으면서도 원단 등 재료의 가격이 포함된 완제품의 가격이 아니라 가공임만을 가격으로 신고한 행위는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 따른 사항인 ‘물품의 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서 관세법 제276조 제2항 제4호에 해당한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3도8382 판결은 사안이 달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5.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한 거래의 형태가 임가공용역이 아니라 의류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이고, 따라서 신고하여야 할 구입가격에는 가공임 외에 원단 등의 재료가격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들이 가공임만을 신고한 행위는 허위신고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는 매우 짧고 함축적이며, 나아가 2013도8382판결과 이 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시하지 않고 있어서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지면에서는 연구 이후의 경과 및 판결내용을 소개하는데 일단 만족하고, 대상판결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추후 이와 유사한 쟁점의 사례들이 축적된 이후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대상판결이 설시한 이유만으로 피고인들이 한 거래의 형태가 임가공용역이 아니라고 본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으며, 대상판결의 전체적인 논리는 가공임 및 원재료가 모두 ‘구입가격’에 해당하여 수입신고시 이를 합한 완제품의 가격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대법원 2013도8382판결의 논리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2018. 6. 다래논단(관세법상 허위신고죄의 구성요건인 ‘가격’의 의미에 관한 연구)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관세법 제241조 제1항에서 수입, 수출, 반송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241조 제1항의 ‘가격’을 반드시 위 3가지 신고에 공통되는 사항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해석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오히려 각 신고의 신고사항에 맞는 가격을 관세법제24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격으로 해석함이 더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따라서 수입신고의 경우 납세의무자가 세관에 신고하여야 할 물품의 가격은 그 신고과정에서 과세자료를 함께 제출하여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과세가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백보 양보하여 설사 판례(2013도8382)가 설시한 바와 같이 허위신고죄의 구성요건인 ‘가격’이 ‘과세가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과세가격 중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수입신고와 수출·반송신고에 공통되지 않는 요소인 운임·보험료에 국한될 뿐, 이를 확대하여 운임·보험료 이외의 제30조 제1항 각호의 가산·조정요소까지 모두 허위신고죄의 구성요건인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이른바 제한해석의 필요성). 필자의 위와 같은 주장에 의하면 수입신고를 하면서 단순히 가공임만을 신고한 공소사실에대하여 허위신고죄를 인정한 대상판결은 결론에 있어서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