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재산분할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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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9.04.26
1. 서
최근의 우리 현실은 이혼이 일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협의이혼이든 재판상이혼이든 늘 따라다니는 문제가 ‘재산분할’이다. 이에 대해서 민법은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839조의2, 제843조), 재산분할청구권의 의의와 근거, 그 기준(고려사항) 등 법률적 쟁점사항들에 대해서 간단히 기술하기로 한다. 1)
2. 재산분할청구권의 의의와 근거
용어 그대로,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재산분할청구권인바,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이 부부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이를 ‘특유재산’이라고 부름.)에도 다른 일방이 그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실질적으로 공동재산’으로 보아서 이혼할 때에는 기여도에 따라 적절히 분할함으로써 부부재산관계의 실체에 부합하는 청산을 가능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그 근거가 있다. 부연하면, 재산분할청구권은 부부의 일방이 재산형성에 협력한 몫을 되돌려 받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료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서, 혼인관계 파탄에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는 법적으로 별개의 것이다.
3. 재산분할 시 대체적 기준(분할 시의 고려사항)
이에 관하여 판례는 다음과 같이 여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재산분할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하여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고 2)
, 현행 부부재산제도는 부부별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부부 각자의 채무는 각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그 개인의 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때에는 청산의 대상이 되며, 그 채무로 인하여 취득한 특정 적극재산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그 채무부담행위가 부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혼인 중의 공동재산의 형성·유지에 수반하는 것으로 보아 청산의 대상이 된다.3)
그러나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함으로써 분할할 적극재산의 가액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4)
그리고 재산분할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가액은 반드시 시가감정에 의하여 인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에 의하여 평가하여야 한다.5)
4. 구체적인 경우
가. 가사노동의 기여도
부부가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한, 처가 가사노동을 분담하는 등으로 내조를 함으로써 부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하였다면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된 재산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6)
다만 재산분할대상인 건물의 형성에 관한 처의 기여행위가 가사를 전담하는 뒷바라지에 불과하고 별다른 경제적 활동은 없었다는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하면, 재산분할로 夫에 대하여 처에게 그 건물의 2분의 1 지분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한 것은 과다한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현저하게 반하지만7)
, 청구인인 아내가 가사를 전담하는 외에 미국에서 가업으로 24시간 개점하는 잡화상연쇄점을 경영할 당시 그 경리업무를 전담하면서 피고와 함께 잡화상 경영에 참여하여 가사비용의 조달에 협력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특유재산의 감소방지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특유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정당하다.8)
나. 장래의 퇴직금, 공무원 연금, 명예퇴직금
대법원은 퇴직금에 관하여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그의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가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고,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소정의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되면 족하다.”고 하였다가9)
10여년이 지나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혼 당시 부부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종결 시에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여 그 경제적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 퇴직금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며,10)
부부의 일방이 이혼 시 이미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11)
나아가, “갑이 을과 혼인 후 병 회사에 입사하여 28년간 근무하다가 이혼소송의 제1심 변론종결일 전 퇴사를 하고 명예퇴직금 명목의 돈을 수령한 사안에서, 갑이 명예퇴직에 이르기까지 병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을의 내조가 기여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명예퇴직금 명목의 돈도 분할대상 재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12)
다. 혼인 전의 고유재산, 상속․수증재산 및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재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원고 소유의 부동산 등이 혼인 전의 고유재산, 상속 ․ 수증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혼 이후 피고의 헌신적인 가사노동이 부동산 등의 취득․유지에 직접 ․ 간접으로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동산 전부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아야 하고13)
,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서 상속받은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14)
라. 제3자명의의 재산, 합유재산
제3자 명의의 재산이더라도 그것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하여 명의신탁된 재산 또는 부부의 일방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재산으로서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거나 부부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 무형의 자원에 기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사정도 참작하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15)
합유재산의 경우, 합유재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제3자와 합유하고 있는 재산 또는 그 지분은 이를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므로, 직접 당해 재산의 분할을 명할 수는 없으나 그 지분의 가액을 산정하여 이를 분할의 대상으로 삼거나 다른 재산의 분할에 참작하는 방법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하여야 한다.16)
마. 채무
일상가사채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만, 순수 개인채무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여 취득한 재산이 현존하지 않아도 분할대상이 됨은 앞서 본바와 같다. 그리고 채무만의 재산분할도 가능한지에 대하여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17)
대법원ᅠ2013.6.20.ᅠ선고ᅠ2010므4071,4088ᅠ전원합의체 판결로 가능한 것으로 변경되었다. 변경된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고 하여 당연히 재산분할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이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에 맞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부합한다. 다만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의 청산뿐 아니라 이혼 이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 등도 함께 고려할 대상이 되므로, 재산분할에 의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고,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밝혀 둔다.」
바. 전문 자격증
박사학위를 소지한 경제학교수로서의 재산취득능력은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소정의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할 수 있다.18)
같은 관점에서 결혼 이후에 취득한 의사자격, 변호사자격 등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5. 재산분할청구권과 관련된 기타의 법적 문제
가. 이혼하기 전에 한 ‘재산분할협의’는 효력이 있는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 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19)
나. 사실혼관계 해소와 재산분할 청구
사실혼관계는 사실상의 관계를 기초로 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인하여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상의 혼인관계는 해소되는 것이며,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해소된 때에는 유책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데 지나지 않는다.20)
따라서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 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21)
그러나 청구인이 사실혼관계의 해소를 주장하면서 재산분할청구를 한 이후 상대방이 사망하였다면 청구인과 망인 사이의 사실혼관계는 청구인의 일방의 의사에 의하여 해소되었고 공동생활의 사실도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실혼관계의 해소에 따라 청구인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고 망인의 상속인들에 의한 소송수계를 허용함이 타당하다.22)
다. 재산분할청구권의 상속여부
위 22) 판례를 바탕으로 보면, 이혼이 성립한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 청구가 있은 후에 청구의 상대방이 사망한 때에는 재산분할의무가 피청구인의 상속인에게 상속되고 상속인에 의한 소송수계가 허용되며, 재산분할청구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청구인의 상속인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상속된다고 볼 수 있다.
1) 이 글은 제5판 주석민법[친족(2)]과 판례를 기본으로 작성된 것임.
2) 대법원ᅠ2002. 9. 4.ᅠ선고ᅠ2001므718ᅠ판결.
3) 대법원ᅠ2006.9.14.선고ᅠ2005다74900ᅠ판결.
4) 대법원ᅠ2002. 9. 4.ᅠ선고ᅠ2001므718ᅠ판결, 대법원ᅠ2006.9.14.선고ᅠ2005다74900ᅠ판결 등.
5) 대법원ᅠ2002. 8. 28.ᅠ자ᅠ2002스36ᅠ결정.
6) 대법원ᅠ1993.5.11.자ᅠ93스6ᅠ결정.
7) 대법원 1994.12.2.자 94므734 결정. 이 판례는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임.
8) 대법원ᅠ1994.5.13.ᅠ선고ᅠ93므1020ᅠ판결.
9) 1998. 6. 12.ᅠ선고ᅠ98므213ᅠ판결, 대법원ᅠ2002. 8. 28.ᅠ자ᅠ2002스36ᅠ결정.
10) 대법원 2014.7.16.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위 주석민법에서 재 인용).
11) 대법원 2014.7.16.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위 주석민법에서 재 인용). 다만 공무원연금의 경우,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2016.1.1.부터 법이 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 이혼 후 전 배우자의 퇴직연금을 분할비율대로 분할하여 직접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2018.9.21.시행 공무원연금법 제45,46조 참조).
12) 대법원 2011.07.14. 선고 2009므2628,2635 판결.
13) 대법원ᅠ1993.6.11.ᅠ선고ᅠ92므1054,1061 판결ᅠ
14) 서울가정법원 2001.7.25.선고 2000드합6060판결(위 주석 민법 217면에서 재 인용)
15) 위 12) 판결, 대법원ᅠ1998. 4. 10.ᅠ선고ᅠ96므1434ᅠ판결, 2009.11.12.선고 2009므2840,2857 판결 등.
16) 위 2009.11.12.선고 2009므2840,2857
17) 대법원ᅠ1997. 9. 26.ᅠ선고ᅠ97므933ᅠ판결, 대법원ᅠ2002. 9. 4.ᅠ선고ᅠ2001므718ᅠ판결 등
18) 대법원ᅠ1998. 6. 12.ᅠ선고ᅠ98므213ᅠ판결.
19) 대법원ᅠ2000. 10. 24.ᅠ선고ᅠ99다33458ᅠ판결.
20) 대법원ᅠ1977.3.22.ᅠ선고ᅠ75므28ᅠ판결.
21) 대법원 2006.3.24. 선고 2005두15595 판결.
22) 대법원ᅠ2009.2.9.ᅠ자ᅠ2008스105ᅠ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