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의 아이디어 부정사용행위 규정의 취지 및 적용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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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9.03.22
1. 2018. 7. 18.부터 아이디어 부정사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금지청구 규정 시행
특허법 등에 의해 권리화되지 못한 아이디어의 경우, 그 거래는 쉽지 않습니다. 보통 아이디어의 가치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디어의 내용을 생각하지 못하였다는 것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의 판매자가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구매 희망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순간 아이디어의 가치도 퇴색되게 됩니다. 구매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순간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알게 된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속성 때문에 아이디어를 보유한 자는 아이디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확산을 막는 원인이 됩니다.
최근 대기업 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중소ㆍ벤처기업 또는 개발자 등으로부터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 등을 통하여 기술 등 아이디어를 대가 없이 취득하고 이를 사업화하여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사례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거래상 불리한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 등은 최소한의 거래교섭을 위해 아이디어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밖에 없는데, 보통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 사용에 대한 명시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디어 제공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구제해 줄 명확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2018. 7. 18.부터 시행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의 신설규정인 제2조 제1호 (차)목은 아이디어 부정사용행위를 새롭게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였습니다. 신설규정은 계약관계가 성립되기 전부터 아이디어 제공자를 보호하는 것에 일차적 목적이 있습니다. 나아가 신설규정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자가 신설된 보호법제에 의지하여 자신의 아이디어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의 아이디어의 거래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정책적인 목적도 담겨 있습니다.
신설된 규정의 요건을 만족하여, 거래교섭 등의 과정에서 제공한 아이디어가 제공목적에 반하여 부정하게 사용된 경우, 아이디어 제공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및 제5조에 따라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 및 금지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위 규정 위반은 여타의 부정경쟁행위와는 달리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닙니다. 이는 아이디어의 부정사용에 대한 책임의 법적 성격이 전적으로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에 가까우며, 해당 조문의 취지가 계약 체결 전 민사상 계약책임을 일부 확대하는 특칙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2. 아이디어 부정사용행위 요건
신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제공된 것이어야 합니다.
아이디어의 제공자가 아이디어를 일방적으로 제공한 경우 등은 거래교섭 단계 및 거래과정에 해당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거래교섭 등이 있었는지 여부는 정해진 기준에 의해 일의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당사자 사이의 과거의 거래 내역 및 거래 과정, 당해 거래에 해당하는 산업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② 제공된 아이디어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여야 합니다.
당해 규정의 아이디어는 ‘경제적 가치’만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영업비밀의 보호 요건인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의 요건과 문언상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되는 아이디어의 범위는 일응 영업비밀로 보호되는 ‘정보’보다 더 넓은 보호대상이 규정한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앞으로 사례가 축적되어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디어의 구체성 및 참신성은 아이디어의 경제적 가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③ 제공목적에 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아이디어의 사용이 제공 목적에 반하는지 여부는 아이디어 제공의 주된 목적 외에도 양 당사자가 의욕하고자 한 부수적인 목적이 고려되어야 판단될 것입니다. 당해 요건의 충족여부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하여 아이디어 사용행위의 반사회성 및 양 당사자들의 거래관계에서의 신의칙을 고려한 평가가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사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제출받은 기업이 시상에서 탈락한 아이디어를 아이디어의 제공자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히 사용한 경우 형식적으로는 제공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제공자는 시상이나 상금 등의 금전적인 대가를 기대하고 공모전에 참가한 것이므로 이는 신의칙상 제공 목적에 반하는 부정한 사용으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④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아이디어가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가 아니어야 합니다.
이는 부정경쟁행위 충족 여부에 대한 소극적 요건으로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침해 책임을 지는 자)가 입증책임을 진다고 볼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해석상, 침해 책임을 지는 자가 이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음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입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널리 알려진’의 요건이 다른 부정경쟁방지법 규정의 주지성 요건을 말하는 것인지 특허법에서 말하는 주지,관용기술을 말하는 것인지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편, 신설 규정은 침해책임을 지는 자가 침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까다로운 침해조각사유에 대해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혼동초래 행위 등 종래의 다른 부정경쟁행위 규정이 침해를 주장하는 자에게 주지성 등 까다로운 요건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아이디어 제공자를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판과 함께, 신설 규정으로 인해 대기업 등이 침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되어 오히려 거래교섭 및 아이디어의 유통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3. 마치며
신설된 아이디어 부정사용행위에 대한 권리구제 규정은 그동안 전통적인 지적재산권 법제로 보호되지 못하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다만 그 제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인 요건 규정을 통해 우리 지적재산권 제도의 법제를 허물어 과도하게 아이디어 보유자를 보호한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또한 정의된 요건의 문언적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점 역시 향후 한동안 법원이나 학계의 해석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호의 궁극적인 규정 취지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의 확산을 장려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보호라고 볼 것이므로 무분별한 확대해석 적용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신설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이 지식재산에 대한 정당한 기여자를 보호하는 법제로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나종갑. “아이디어 제공과 부정경쟁행위”, 법학평론 제8권, 서울대학교 법학평론 편집위원회, 2018.
특허청 정책연구, 부정경쟁행위 판단기준 및 행정조사에 관한 연구,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 2018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중 의안번호 201275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