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의 해석 관련 최근 판례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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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5
- 작성일
- 2018.08.23
1. 들어가며
개인과 개인, 기업과 기업, 개인과 기업 사이의 계약 등 법률행위는 한 당사자의 의사가 상대방에게 표시됨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때 상대방은 의사를 표시한 자의 의사가 어떤 내용인지 해석을 하고 그 해석결과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정하여 다시 처음 의사를 표시한 자에게 답변을 하게 되며,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되는 경우에 계약 등 법률행위가 완성된다.
이때 일방 당사자 또는 양 당사자의 의사표시의 내용이 모호하거나 어떤 내용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종종 분쟁이나 소송과정에서 문제되는데, 이러한 의사표시를 포함한 법률행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이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K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애사심이 투철한 직원이 아무런 특정도 없이 자동차 딜러에게 “경차를 사겠다.”고 말하고, 그 직원이 K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애사심이 투철한 사정을 아는 자동차 딜러가 그 직원에게 “경차를 판매하겠다”라고 말한 경우, 양 당사자 사이에는 ‘경차’의 매매에 대해서는 합의가 있으나, ‘어느 회사가 생산하는 경차’인지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 모두 어떠한 의사표시도 하지 아니하였다. 이 때 양 당사자는 서로 ‘어느 회사가 생산하는 경차’에 대해서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K자동차 직원의 애사심을 고려하면 “K자동차 회사가 생산하는 경차”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상호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해석하여 양 당사자 사이에서 K자동차에서 생산한 경차에 관한 매매계약을 확정하게 된다.
또, 증권회사 직원이 증권투자로 인한 고객의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준 경우에, 증권회사 직원은 그 각서대로 고객의 손해를 모두 배상하여야 하는가? 증권회사 직원이 그 각서를 단지 그 동안의 손실에 대하여 사과하고 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지만, 그 각서가 남편을 안심시키려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경위 등에 비추어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본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9.02.12. 선고 98다45744 판결 손해배상(기)).
법률행위의 해석방법으로는 종래 자연적 해석방법, 규범적 해석방법, 보충적 해석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보통 양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방법이, 일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방법이, 규범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해석하더라도 의사표시의 간극이 있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보충적 해석방법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해석하게 된다. 자연적 해석방법은 법률행위의 내용에 대해서 양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표시 내용과 상관없이 양 당사자의 의사내용에 따라 법률행위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말하며, 규범적 해석방법은 양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아니하여 자연적 해석방법에 따라 법률행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상대방의 이해가능성, 표시행위에 부수하는 제반 사정, 관습,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따라 표시행위의 객관적, 규범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해석방법을 말하고, 보충적 해석방법은 법률과 관습등에 의하여도 법률행위의 내용이 비어있는 경우에 제반사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법률행위를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 다만, 보충적 해석방법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뉜다. )
최근 1년간 대법원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여러 의미있는 판결을 내놓고 있는바, 개인 또는 기업의 계약체결에 있어서 명확한 의사표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법률행위의 해석 관련 최근 판결 10선을 소개한다. (아래 소개하는 판결과 관련 내용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에 주요판결로 소개된 것으로서, 필자는 대법원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인용하되, 다만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일부 내용을 편집하여 소개하는 한편 관련 판례가 있는 경우에는 추가하였다. 따라서 아래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인용표시를 생략하기로 한다. )
2. 퇴직금청구권 포기각서의 해석 [대법원 2018. 7. 12. 선고 중요판결]
[사례]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되어 약 10년간 근무하다가 퇴직 후 약 10개월에 걸쳐 밀린 급여와 퇴직금 등 명목으로 1,18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 ‘본인은 귀사에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를 모두 정리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작성하였다.
[판단]
원고가 퇴직 후 수개월이 지나 각서를 작성한 것을 비롯해서 작성경위와 문언에 비추어 위 각서는 원고가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였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다16049 판결 등 참조).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또, 대법원은 위 사례와 비슷하게, 근로자가 회사를 퇴직하고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함에 있어 노사합의에 의한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 일체를 지급받은바, 근로관계 종료와 관련하여 추후 여하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한 경우, 그 문언에 표시된 대로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법률관계 특히 퇴직금, 가산금 및 특별위로금 등 근로 대가와 관련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이거나 향후 이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인 의사 해석의 방법이고, 소권이 공권이라거나 퇴직금제도 자체가 강행법규의 성질을 띠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특약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근로자가 퇴직금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한 후 서약서에 서명날인하고서도 퇴직금 청구소송을 계속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은 근로자의 내심의 의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그와 같은 의사가 외부로 표시된 것이 아닌 이상 의사표시의 해석에 참작할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7.11.28. 선고 97다11133 판결)]
3. 합의서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8. 6. 28. 선고 중요판결]
[사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배관자재 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함. 소송 진행 중 원고가 피고의 채무자(거래업체)인 A, B회사로부터 물품대금 해당 금액을 지급받으면, 원고는 피고에게 일부 금액을 지급하고,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며, 각자 소를 취하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소송비용도 각자 부담하기로 하면서 ‘위 모든 합의사항의 이행은 원고가 A, B회사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은 후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합의하였다.
[판단]
원고와 피고의 합의 내용상 ‘원고가 A, B회사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사실이 발생해야 나머지 이행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데, 원고가 위 돈을 지급받는다는 부관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볼 여지가 있고, 이 사건 합의가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다(그 부관을 이행의무의 기한을 정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 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7800 판결 등 참조).
4. 무권대리인이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의 책임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8. 6. 28. 선고 중요판결]
[사례] 원고가 자신을 ‘A외 3인’(원고의 자매들)의 대리인으로 소개하면서 피고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중 일부 금액을 지급한 이후 ‘A외 3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피고에게 이미 지급한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판단]
원고는 무권대리인으로서 피고의 선택에 따라 민법 제135조 제1항에 따른 계약이행 책임을 지는데, 피고에게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등 이행거절의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그 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에 따라 계약금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정해야 하지만 사안의 경과 등에 비추어 그 금액이 과다하므로, 피고에게 이미 지급된 금액으로 감액하여 손해액을 정하면 피고가 계약금 일부로 지급받은 돈을 몰취한 것은 정당하다.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135조 제1항). 이때 상대방이 계약의 이행을 선택한 경우 무권대리인은 그 계약이 본인에게 효력이 발생하였더라면 본인이 상대방에게 부담하였을 것과 같은 내용의 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무권대리인은 마치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가 된 것처럼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무권대리인이 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위 계약에서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을 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권대리인은 그 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산정한 손해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가 적용됨은 물론이다.
민법 제135조 제2항은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무권대리인의 무과실책임에 관한 원칙 규정인 제1항에 대한 예외 규정이므로 상대방이 대리권이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 또는 알 수 있었는데도 알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무권대리인에게 있다(대법원 1962. 4. 12. 선고 4294민상1021 판결 등 참조).
5. 일정한 토지 위에 설치된 동산을 채권담보로 양도한 경우 누가 그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8. 5. 30. 선고 중요판결]
[사례] 피고와 소외 A가 이 사건 토지에 설치된 수조식 종묘배양장 시설을 동업으로 운영하다가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이후 조정이 성립되어 A가 피고에게 2억 3천만 원을 분할 지급하기로 하고, 피고는 위 돈을 다 받을 때까지 양도담보로 위 시설물의 소유권을 가지되 A가 그 동안 위 시설을 사용·수익하기로 하였다.
[판단]
이 사건 조정으로 A가 이 사건 시설의 사용·수익권을 갖고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다(이 사건 조정 이후에도 피고가 위 시설의 부지로 사용되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음을 전제로 토지소유자인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양도담보 설정자가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한 경우 담보목적물을 누가 사용⋅수익할 수 있는지는 당사자의 합의로 정할 수 있지만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담보 설정자가 그 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가진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6다371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그 동산이 일정한 토지 위에 설치되어 있어 그 토지의 점유·사용이 문제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담보 설정자가 그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5다36083 판결 참조).
6. 종중 소유 토지에 관하여 종중과 종중원 사이에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이 성립하였는데, 종중이 토지의 반환을 구하자 종중원이 토지 개간비용의 유익비상환을 주장한 사건[대법원 2018. 3. 27. 선고 중요판결]
[사례] 종중이 종중원을 상대로 수십 년간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여왔다고 하면서 토지인도와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등을 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종중원은 점유권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간비용 상당의 유익비상환을 청구하였다.
[판단]
사용대차에서 차주는 민법 제611조 제2항, 제594조 제2항, 민법 제203조 제2항에 따라 유익비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종중이 종중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토지에 대한 장기간의 무상 사용대차계약은 종중과 종중원 관계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데다가,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토지 사용이익을 향유한 종중원이 종중을 상대로 유익비상환청구를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종중의 반환 요청을 받은 종중원이 유익비를 지출하였더라도 그 상환을 청구하지 않고 토지를 그대로 반환한다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민법 제203조 제2항에서 정한 점유자의 지출금액은 점유자가 실제 지출한 금액을 의미한다. 비용을 지출한 것은 명백하나 유익비를 지출한 때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자료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실제 지출한 금액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하여 가치 증가에 드는 비용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지출금액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 실제 비용을 지출한 날을 기준시점으로 하여 가치 증가에 드는 금액을 산정한 다음 그 금액에 대하여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현가한 금액을 지출금액으로 인정해야 한다.
7. 회사의 임직원으로서 부득이 보험계약자인 회사가 보험자에게 보증보험 한도거래 약정에 따라 부담하게 될 불확정한 구상채무를 보증하였다가 퇴사해서 임직원의 지위에서 떠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8. 3. 27. 선고 중요판결]
[사례] A회사가 보증보험 회사인 원고와 보증보험 한도거래 약정에 기초하여 현재 또는 장래에 체결하는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A회사가 장차 원고에게 부담하게 될 불확정한 구상채무를, A회사의 이사, 감사, 직원인 피고들이 60억 원의 한도 내에서 연대보증하였는데 그 후 퇴사하여 이사 등의 지위를 상실하자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하였다.
[판단]
피고들은 연대보증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어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원고가 이행보증한 주계약상 채무인 A회사의 원고보조참가인(대한민국)에 대한 계약보증금 상당의 지급채무가 피고들의 계약해지 전까지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어, 구체적인 보증채무 발생 전에 보증계약이 종료되어 피고들이 그 이후 확정된 채무에 관해서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계속적 보증은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정한 채무를 보증하는 것으로 보증인의 주채무자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보증인으로 하여금 그 보증계약을 그대로 유지․존속시키는 것이 신의칙상 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은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때 보증계약을 해지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보증을 하게 된 경위, 주채무자와 보증인의 관계, 보증계약의 내용과 기간, 채무증가의 구체적 경과와 채무의 규모, 주채무자의 신뢰상실 여부와 그 정도, 보증인의 지위 변화, 채권자와 보증인의 이익상황, 주채무자의 자력에 관한 채권자나 보증인의 인식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회사의 임원이나 직원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회사와 제3자 사이의 계속적 거래에서 발생하는 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이 그 후 회사에서 퇴직하여 임직원의 지위에서 떠난 때에는 연대보증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어 그가 계속 연대보증인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연대보증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대보증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2332 판결,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1750 판결 등 참조).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와 현재 또는 장래에 체결하는 보증보험계약에 관하여 보증기간과 보증한도액을 정하여 보증보험 한도거래 약정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의 채무불이행 등 보험사고 발생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게 부담하게 될 불확정한 구상채무를 보증한 사람도 위와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보증보험계약에서 이행을 담보하는 주계약상의 채무가 확정되기 전에 구상채무의 보증인이 적법하게 보증계약을 해지하면 구체적인 보증채무가 발생하기 전에 보증계약관계가 종료된다. 따라서 그 이후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채무가 확정되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의 구상채무까지 확정되더라도 구상채무의 보증인은 그에 관하여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다11826 판결,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53171 판결 등 참조).
8. 리조트 숙박권 구매계약에 승마체험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채무자의 부탁에 따라 제3자가 호의로 채무 이행행위를 한 경우 이행보조자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대법원 2018. 2. 13. 선고 중요판결]
[사례] 원고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하여 이 사건 리조트 숙박권에는 숙박이용자 1인의 무료 승마체험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피고의 표시⋅광고를 보고 숙박권을 구매한 뒤 승마체험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쳤다.
[판단]
① 이 사건 구매계약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숙박을 위한 이 사건 리조트 객실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이 사건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숙박이용자 1인에 대한 무료 승마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있고, 피고의 이 사건 리조트 숙박권 상품에 대한 표시⋅광고와 계약의 문언과 내용 등에 비추어 그 승마체험은 원고가 말에 올라타 걷거나 달리는 동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며, ② 이 사건 리조트에 머무르던 드라마 촬영팀의 승마교관 A가 피고의 부탁으로 원고에게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승마 지도활동을 하였으므로, 피고의 지시⋅감독을 받았는지 여부나 호의로 활동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는 민법 제391조에서 정한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므로, A의 과실을 피고의 과실로 보아 피고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이 명확하고 확정적이며 광고주가 광고의 내용대로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이를 청약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광고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더라도 이후의 거래과정에서 상대방이 광고의 내용을 전제로 청약을 하고 광고주가 이를 승낙하여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광고의 내용이 계약의 내용으로 된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391조는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을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행보조자는 채무자의 의사 관여 아래 그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가 채무자에 대하여 종속적인 지위에 있는지,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지는 상관없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44338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다1330 판결 등 참조). 또한 이행보조자가 채무자와 계약 그 밖의 법률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제3자가 단순히 호의(好意)로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채무자의 용인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면 그 제3자는 이행보조자에 해당한다. 이행보조자의 활동이 일시적인지 계속적인지도 문제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분양광고의 내용이 계약내용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된 경우에, 비록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분양계약시에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하였다(대법원ᅠ2007.6.1.ᅠ선고ᅠ2005다5812,5829,5836ᅠ판결)]
9. 이력서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 취소의 효력[대법원 2017. 12. 22.선고 중요판결]
[사례] 원고가 허위 경력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피고 회사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로 채용되었다가 사실이 밝혀져 해고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해고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후 이 사건 소로써 그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소송계속 중 원고의 경력사칭이 기망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근로계약 자체를 취소하였다.
[판단]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10. 계약 당시 이미 채무의 이행이 법률로 금지되어 그 실현이 불가능한 경우 그 이행을 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문제된 사례 [대법원 2017. 8. 29. 선고 중요판결]
[사례] 피고와 원고들이 원고들 소유의 4필지 토지와 녹지지역에 해당하는 피고 소유의 토지 2,502㎡ 중 원고들 소유인 주택 건물의 일부가 놓여있는 이 사건 토지 117㎡를 교환하기로 약정하였으나, 그 교환계약 당시에 이미 피고 소유 토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는 것이 건축법령에 의해 제한되고,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분할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판단]
계약 체결 후에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당시에 이미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가 그 이행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민법 제535조에서 정한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추궁하는 등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밖에 없다.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42020 판결 등 참조). 이는 채무를 이행하는 행위가 법률로 금지되어 그 행위의 실현이 법률상 불가능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건축법 제57조 제1항은 건축물이 있는 대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면적에 못 미치게 분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법 시행령 제80조는 건축법 제57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란 주거지역은 60㎡(제1호), 상업지역은 150㎡(제2호), 공업지역은 150㎡(제3호), 녹지지역은 200㎡(제4호),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은 60㎡(제5호) 이상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1필지의 토지 중 일부를 특정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그 부분의 면적이 위 법령에 따라 분할이 제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매도인으로서는 그 부분을 분할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수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 위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에게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는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교환계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환계약 당시에 이미 피고 소유 토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는 것이 건축법령에 의해 제한되고,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분할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명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11.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지가 문제된 사건[대법원 2017. 6. 8. 선고 중요판결]
[사례] 피고가 1988년부터 호텔건물에서 휘트니스클럽을 운영하면서 매출의 감소, 물가상승에 따른 비용지출 등으로 2012년 말부터 적자에 이르자 위 클럽의 이용계약 당사자인 원고들에게 계약 해지에 따른 운영중단과 함께 보증금을 반환받아 갈 것을 통보하였다.
[판단]
피고가 적자 누적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신규 회원의 감소나 휴회원의 증가, 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의 증가와 같은 사정은 이 사건 이용계약의 기초가 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고, 현저한 경제상황의 변동으로 인한 것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피고가 변경에 따른 위험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피고가 주된 사업인 호텔의 이용객을 위한 부가적인 서비스 차원에서 다소간의 적자를 감수하고 위 클럽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피고가 위 클럽을 운영하면서 2009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고 2012년 말부터 적자가 누적되어 왔다는 점이 계약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지 주장을 배척하였다.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36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이란 당사자들에게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을 가리키고, 당사자들이 계약의 기초로 삼지 않은 사정이나 어느 일방당사자가 변경에 따른 불이익이나 위험을 떠안기로 한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상황 등의 변동으로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더라도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사정변경을 예견할 수 있었다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는 계약의 체결 시와 이행 시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위 계약을 해지하려면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에서 본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