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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중원이 종중토지를 개간하여 수십년간 경작한 경우의 법률적 쟁점

    조회수
    167
    작성일
    2018.05.18

[들어가면서]

우리사회에서 종중과 중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특수한 면이 있다. 법에 의하여 금지된 '부동산명의신탁‘이 종중과 종원 사이에서는 인정되고 종중재산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논단에서는 종중이 경작해온 종중토지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본다.


[사실관계]

- 甲 종중(아래에서는 ‘종중’)의 종중원 乙(아래에서는 ‘종원’)은 10기 가량의 종중의 분묘에 관하여 봉제사를 수행하였고, 그 대가로 종중 소유의 논을 경작하였다.

- 종원은 종중 소유의 임야 수 만 평(아래에서는 ‘종중토지’)을 개간하여 과수원, 밭 등으로 경작하면서 관리하였다.

- 종중토지는 그 동안 종중의 재산에서 한 번도 누락된 일이 없고 모든 제세공과금을 종중이 납부하였다.

- 종중은 1985년 이전부터 매년 시제를 마친 후 구두로 종중회의를 열어 종중토지를 포함한 종중의 재산을 관리했는데, 종중토지는 일시 종중 총무를 맡고 있던 종원의 아버지가 경작, 관리하다가 그 사후 종원이 경작, 관리 하였다.

- 종원의 아버지는 종중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부 채무를 부담하였다가 종중으로부터 고소당하여 사문서위조 등의 죄로 처벌받은 일이 있고, 계쟁 토지 외의 종중 소유 토지를 매각하였다가 처벌받은 바 있으며, 형사사건에서 종원 및 그 형제들은 “아버지가 매각한 종중 소유 토지 매각 대금의 일부를 반환하고 경작, 관리중인 종중토지 전부를 반환할 것을 확약”하는 각서까지 작성하여 종중에게 교부하였다.

- 종중은 종원의 아버지의 종중토지 처분을 막기 위하여 해당 부동산에 000 등 다른 종원들을 채권자로 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하였고 다른 제3자에게 임대하기도 하였다.


[종중과 종원의 청구 내용(법률적 쟁점)]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종중(원고)은 종원(피고)을 상대로 종원이 경작, 관리 중인 ①중중토지의 명도와 ②종중토지를 개간하여 경작한데 대한 5년간의 임료상당의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종원은 임야인 종중토지를 과수원이나 밭으로 개간하여 토지의 가치가 증가하였으므로 ③과수식재비, 관정설치비 등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을 민법상의 유익비로 반환을 청구하였다. 나아가 종원은 항소심에서 ④수십년 간 경작해온 개간토지에 대해서 취득시효완성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과수식재비, 관정설치비 등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 외에 ⑤개간으로 인한 토지가치상승분을 유익비로 지급할 것을 추가로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 1심(지방법원 합의부)

- 종중 : 토지인도청구 및 부당이득금반환청구(청구기간 5년) 모두 승소

- 종원 : 과수식재비, 관정설치비 등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청구 승소(종중에서 항소하지 않음)


○ 2심(고등법원)

- 종중


① 토지인도청구 승소(종원의 취득시효완성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기각)

② 청구기간 5년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 중 제소기간 이후 부분만 승소(제소 이전에는 종중과 중원 사이에 묵시적 사용대차 인정)


- 종원

1심에서 승소한 과수식재비, 관정설치비 등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 외에 개간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유익비) 지급청구 승소


○ 3심(상고내용 및 대법원 판단)


- 종중

① 종중과 중원 사이에 묵시적 사용대차 인정(5년간의 부당이득 불인정)은 부당

② 과수식재비, 관정설치비 등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 외에 개간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을 유익비로 인정함은 부당.


- 종원

점유기간도과로 인한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부당


- 대법원 판단

① 종중과 중원 사이에 점유기간도과로 인한 시효취득은 인정하지 아니함.

② 종중과 중원 사이에 묵시적 사용대차 인정(종원의 과수원․밭 등의 경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은 소제기 이후만 인정하고 종중에서 소제기 이전에 도지를 받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부당이득 인정하지 아니함.)

③ 개간에 실제로 소요된 비용 외에 개간으로 인한 토지가치 상승분을 유익비로 인정하지 아니함.


[대법원의 판단 근거 : 종중이 종중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개간토지의 가치상승분에 관하여)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토지에 대한 장기간의 무상 사용대차계약은 종중과 종중원 관계가 아니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데다가,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토지 사용이익을 향유한 종중원이 종중을 상대로 유익비상환청구를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나면 종중의 반환 요청을 받은 종중원이 유익비를 지출하였더라도 그 상환을 청구하지 않고 토지를 그대로 반환한다는 묵시적 약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종원이 종중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여 왔으므로 묵시적 사용대차계약에 따른 사용․수익에 충분한 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종원이 종중토지를 개간하여 가치 증가가 현존하더라도 종중에 대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결 어]

이 사건은 수십년 동안 종중의 임야를 개간해서 과수원과 밭으로 사용해온 종원과 종중사이의 분쟁 사례인데, 종중을 대리한 다래의 입장에서 보면, 종중과 종원 사이의 묵시적 사용대차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고등법원 및 대법원 판단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열한 법리 논쟁을 통하여, “토지를 장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면서 토지 사용이익을 향유한 종중원이 종중을 상대로 종중토지의 개간에 따른 토지가치상승분을 유익비로 상환청구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판단을 이끌어낸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고, 종중재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종중토지의 경작, 개간을 둘러싼 종중원과의 분쟁에서 묵시적 사용대차를 인정받거나 토지개간에 따른 유익비상환청구를 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