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법상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대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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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8.05.18
1. 시안의 개요
가. 이 사건 등록상표
구성:
출원일/ 출원번호: 1994. 6. 7./ 제41-1994-0004595호
등록일/ 등록번호 : 1996. 7. 30./ 제41-0032574호
지정서비스업: 제43류 냉면전문식당업
나. 사건의 경과
원고는 1992년 서울에서 '사리원'이라는이름으로 식당을 시작하였고, 피고는 대전에서 '사리원면옥'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1996년'냉면전문식당업'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등록상표 '사리원'은 현저한 명칭이라는 이유로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은 '사리원'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이 심판청구를기각하였고, 특허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심결취소소송을 심리하였으나 특허심판원과 마찬가지로 원고의 청구를기각하였다. 원고는 2017년 6월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파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사리원은황해도에 위치한 지역의 명칭으로 교통의 요지이고 1960년대부터2010년대까지 발행된 초·중·고등학교교과서 등에 이러한 사실이 지속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1996년경 황해북도의 도청 소재지로 되어 있었고, 1996. 7. 경에 사리원으로 구성된 상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것이라는 이유로 등록 거절되기도한 점을 보면, 대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 원고의 청구를인용하여 심결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특히 원심이 들고 있는 주된 근거인 2016년에 실시된 수요자 인식 조사 결과는 서비스표의 등록결정일부터 20년이나지난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그 등록결정일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 수요자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대하여
가. 의의 및 취지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현저한 지리적명칭이라 함은 "그 용어 자체가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있는 표장"을 말한다.
특히,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그 지역주민의 상호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이러한 지리적 명칭을 등록시켜 준다면 해당 지역에서의자유사용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이나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에 대해서는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나. 판단시점 및 판단 방법
판례는 일관되게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을 상표에 대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시로 보고 있고, 지정상품과의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반드시 법령으로 정하여진 행정구역의 명칭 또는 그 약어만으로 된 상표가 아니더라도 현저하게 알려진 관용적인지명 또는 그 약어만으로 된 상표도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고 있다.
현저한 지리적명칭의 판단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어, 심사기준과 판례에 의해 정립된 기준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다. 외국의 입법례
외국의 입법례를살펴보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부등록사유로 규정한 것은 독특한 우리나라의 입법례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상표법에는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다만, 상표심사기준에서국가명, 기타 저명한 지리적 명칭으로 이루어진 표장의 경우 제품의 「산지」, 「판매지」, 서비스의 「제공장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Lanham Act §1052에서는 상품을주로 지리적인 면에서 기술하거나 기만적으로 잘못 기술하는 표장은 등록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기만적으로잘못 기술"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진 지리적 장소이고, 상품이 그 장소에서 유래되지 않았음에도 구매자가 그 상품이 그 지리적 장소에서 유래되었다고 믿을 경우를 의미한다.
중국 상표법제10조는 국가명, 중앙국가기관 소재지의 특정 장소의 명칭또는 상징적 건축물의 명칭과 동일한 경우 상표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유럽공동체상표법제7조 역시 상품의 원산지를 나타내는 표시만으로 이루어진 표장 및 상품의 원산지 등에 대하여 수요자를기만할 우려가 있는 표장에 대해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지리적 명칭' 표장이더라도 그것이 원산지, 소재지 등을 나타내거나 기만하는 기술적 의미가 없는 한 그 등록을 허용하고 있으며,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을 독자적인 부등록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상표법은 예외적인 입법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라. 학설
이에 대하여, 현저한 지리적 명칭 표장을 기술적 표장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이를 생산지, 서비스업소재지 등을 기술하는 '지리적 명칭 기술표장'과 이를 허위로기술하는 '지리적 명칭 사칭 기술표장'의 경우에는 식별력이없으므로 등록을 거절하여야 하지만, 지정상품이나 지정서비스업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그 관계가 사칭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예컨대, '동양고속', '동아일보' 등과 같은 지리적 명칭의 '임의적 선택 표장'은 식별력이 있으므로 등록을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없다는 견해도 있다.1)
그러나, 입법론적인 차원에서 그 타당성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나라의상표 사용실태를 보면 한국, 서울 등 현저한 지리적 명칭 표장은 지정 상품의 종류를 불문하고 지나치게널리 사용되고 있어 사실상 식별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그러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주는명성 내지 이미지 때문에 일반인이 누구나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특정 개인에게 독점사용케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가 있고, 산지표시 등을 기술적 상표로 따로 부등록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1조에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표장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 없이 등록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의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2)은가타당할 것이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해설
상표 사건에서 상표의 주지성 등을 판단하는 자료로설문조사 결과를 중요한 증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상표심사기준에서는 상표의 식별력 취득의증거자료의 구체적의 예시로 "객관적인 소비자 인지도 조사"를명시하고 있다. 다만, 질문의 내용이 편향되거나 응답자들에게 예단의 우려가 있는경우 설문조사 결과의 증명력이 인정되기 어려운바, 원심 판결에서도 원고가 실시한 인식 조사결과에 대하여 "그 설문 내용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는 등의 이유로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하였다.
특히, 원고와 피고의 설문조사 결과의 비율상 차이가 존재하고, 등록시점이 무려 20여년이 도과한 상황에서 과연 '사리원'을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볼 수 있는지가 매우 어려운 문제였고, 이러한 경우 과연 각각의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지여부를 판단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단지 설문조사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교과서, 언론보도 뿐만 아니라, '사리원'을 둘러싼 역사·지리·문화·경제·사회등 수요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였다.
이에, 대상 판결은 지정상품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데서 비롯한 것이며, 20여 년간 사용해온 상표를 무효시킴으로써 상표제도를 무력화시킨 판결이라는 비판도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등록주의 법제하에서 불가피한 판결로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특정 개인이 독점하면 공익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