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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 제목의 영업표지성

    조회수
    152
    작성일
    2018.01.19

널리 알려진 타인의 저작물의 제목을 무단 사용하여 제목에 화체되어 있는 상업적 가치에 편승하려고 하거나 이를 상표나 서비스표로 등록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법률적 분쟁 역시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원은 공연이나 방공 프로그램 등의 제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연의 창작물로서 명칭 또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그치고 그 자체가 바로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등). 따라서 공연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에 대한 영업표지성은 엄격하게 한정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프로그램의 제목 ‘별이 빛나는 밤에’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보호대상인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24. 선고 2016가합552302 판결). 이와 관련하여, 방송프로그램이나 뮤지컬 제목이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영업표지”에 해당하는지, 그 요건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본 목은 법 제정 당시 신설되어 현재까지 개정없이 존속하고 있는 조항으로, 이른바 ‘사칭통용’이라 불리는 전형적인 부정행위입니다. 해당 규정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에 대한 혼동초래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의 신용에 무임승차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경쟁행위를 금지시켜 특정 영업주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소비자를 포함하는 일반 수요자도 보호함으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이나 뮤지컬의 제목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영업표지”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해당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프로그램연이 갖는 차별적 특징을 표상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특정인의 방송 또는 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 되었다고 이르러야 합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2012다3507 판결). 


대법원 1979. 11. 30.자 79마364 결정은 방송극의 제목인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해 표지성을 인정한바 있는데, ‘혼자 사는 여자’라는 방송극이 1979. 2. 1.부터 동양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어 오던 중에 신청인이 위 방송극의 영화화권을 매수하고 그 영화화 기획이 일간지 및 주간지 등의 연예란을 통하여 보도되었다면 ‘혼자사는 여자’라는 제호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후,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도7234 판결은 무언극의 제호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고, 해당 사건 파기환송 후 서울고등법원 2011. 6. 29. 선고 2011노1277 판결은 해당 공연의 작품성과 흥행성, 공연기간, 광고내용, 관객수, 언론의 노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룰 영업표지로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3507 판결에서는 뮤지컬 ‘CATS’의 영업표지성을 인정하였는데, 위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이 서적의 제호, 음반 제목, 상품의 형태나 모양 등에 대하여 상품표지성 내지 영업표지성 여부의 판단 시에 판시하였던 주요 판단법리를 고려하고, 특히 유사한 사례에서의 무언극의 제목의 영업표지성 판단에 관한 판시사항을 뮤지컬의 성격에 맞게 반영함으로써 대상판결에서 문제되는 뮤지컬 제목의 영업표지성 판단기준을 새롭게 설시한 사건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위 판결에서는 “뮤지컬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뮤지컬이 제작・공연되어 뮤지컬의 제목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해당 뮤지컬의 공연이 갖는 차별적 특징을 표상함으로써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인의 뮤지컬 제작・공연 등의 영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면, 그 뮤지컬의 제목은 단순히 창작물의 내용을 표시하는 명칭에 머무르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 정하는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영업표지 해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해당 뮤지컬의 공연 기간과 횟수, 공연의 범위와 규모, 관람객의 수, 홍보의 정도, 제목의 실제 사용 형태 등 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이후 많은 사건들에서 위 대법원 ‘CATS’ 사건의 법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사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13.자 2015카합80262 결정은 유명 방송프로그램 ‘토토즐’,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가 영업표지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3. 24. 선고 2016가합552302 판결도 ‘별밤’, ‘별이 빛나는 밤에’이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두 판결은 모두 위 ‘CATS’ 사건의 설시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송기간, 시청율(또는 청취율), 설문조사 결과, 그 제목이 타 방송이나 공연에 활용된 점, 프로그램의 인지도 등을 고려하여 해당 프로그램의 제목이나 그 약칭이 수요자에게 원고의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송업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르러 원고의 영업표지에 해당하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토토즐’이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우리나라의 복고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일반 수요자들에게 해당 제목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만큼 사랑받는 프로그램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제목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한 사업자의 영업활동을 지칭하는 이외에는 달리 인식되기 어려운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표지로서 보호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1회 공연으로 끝나는 뮤지컬이나, 이벤트성 방송에 대해서는 여전히 영업표지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며, 대법원 ‘CATS’ 사건의 판시와 같이 “공연이 회를 거듭하여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동일한 제목이 이용된 후속 시리즈 공연이 제작・공연된 경우” 등과 같은 사실관계의 입증이 없다면 해당 공연 또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의 영업표지성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고,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명 프로그램의 명성에 편승하여 상업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적뿐만 아니라 방송프로그램, 뮤지컬 등과 같은 저작물의 제목에 대하여 그 보호의 필요성에 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영업주체 혼동행위)의 영업표지로서 뿐만 아니라 가목(상품주체 혼동행위)의 상품표지로서도 그 보호가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조영호, 서적의 제호가 저자의 저술업이라는 영업의 표지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정보법판례백선, 박영사, 2006

2) 정태호, 뮤지컬의 제목에 대한 영업주체 혼동행위의 적용에 관한 고찰, 아주법학 제9권 제3호

3) 사법연수원, 부정경쟁방지법,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