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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발명(광학이성질체)의 신규성 및 진보성을 판단하는 기준

    조회수
    138
    작성일
    2017.10.23

Ⅰ.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는 광학이성질체 관련 발명을 선택발명으로 보아, 일반적인 선택발명 판단기준에 따라 신규성 및 진보성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선행발명에 라세미 화합물이 개시되어 있는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진보성과 관련하여 ‘이질적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판시하였고,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Ⅱ. 선택발명

1.선택발명의 개념 및 의의

선택발명이란, 선행 또는 공지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 중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선택한 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선행발명의 권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기초발명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선택발명’의 개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2.선택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 판단

선택발명의 신규성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선행발명에 선택발명을 구성하는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고 있어야 하고, 이는 선행문언에 문언적 기재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도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문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선택발명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후2375 판결 등)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후3664 판결 등 참조). 

또한, 선택발명에 여러 효과가 있는 경우에 선행발명에 비하여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를 갖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의 모든 종류의 효과가 아니라 그 중 일부라도 선행발명에 비하여 그러한 효과를 갖는다고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 등 참조).


Ⅲ.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신규성 및 진보성 판단

1.문제점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이란 동일한 화학구조식을 갖지만 분자 모양이 거울상으로 대칭이 되는 경우로, 광학이성질체 분자들은3차원에서 서로 포개질 수 없는 특성을 갖습니다. 

광학이성질체의 두 물질은 각각 R/S, 또는 편광 회전방향에 따라 D/L로 구분할 수 있으며, 광학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화합물이 50:50으로 존재하는 경우 이를 라세미 화합물로 칭합니다. 

광학이성질체 화합물과 라세미 화합물의 관계에서 우리나라 심사기준은 라세미 화합물은 상위개념의 발명으로, 광학이성질체의 발명을 하위개념으로 보아 일반적인 선택발명 판단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세미 화합물이 광학이성질체 R/S형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을 50:50으로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 하여, 라세미 화합물을 R/S형 광학이성질체 각각의 상위개념으로 판단하여 선택발명의 일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는 문제되므로, 심사기준 및 광학이성질체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된 최근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심사기준에 따른 광학이성질체의 신규성 및 진보성 판단

심사기준은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이 라세미체 화합물을 기재하고 있는 선행기술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는 경우 신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명세서 기재만으로 광학이성질체의 존재가 확인될 수 있다거나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제조할 수 있다면 선행기술에는 그 광학이성질체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 신규성을 부정합니다.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서는,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이 가지는 특유의 화학적, 물리적 성질로 인하여 공지된 라세미체에 비해 현저한 효과가 있는지를 고려하여 진보성을 판단하며, 선행기술에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용도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공지된 라세미체의 용도에 비하여 현저한 효과가 있는 경우 진보성을 인정합니다. 


Ⅳ. ‘진보성’과 관련된 최근 판례의 태도

1.사건의 개요 및 요지

이 사건의 원고(A)는 발명의 명칭이 ‘페닐 카르바메이트’인 이사건의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입니다. 이 사건의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 2항(이하 ‘이 사건 제 2항 정정발명’으로 칭함)은 항콜린에스터라제 활성을 갖는 페닐 카르바메이트 중 화학식(I)의 구조식을 갖는 (S)-N-에틸-3-[(1-디메틸아미노)에틸]-N-메틸-페닐-카르바메이트(일반명: 리바스티그민) 화합물에 관한 것이며, 비교대상발명은 1-1 및 1-2의 RA7은 화학식(I)의 구조식을 갖는 화합물이라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다만, 비교대상 발명은 서로 거울상 관계에 있는 (R) 형태와 (S) 형태의 광학이성질체가 같은 양으로 섞여 있는 라세미체(racemic mixture)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A)의 특허는 비교대상발명에 의해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에서 인용심결을 받았고, 이에 원고(A)는 “비교대상발명에는 리바스티그민에 대한 문언적 기재가 없어 광학이성질체에 대한 구체적 개시가 인정되지 않고, 그에 따른 경피효과 및 도파민 효과는 비교대상발명 1로부터 예측하기 어려운 이질적 효과에 해당함”을 이유로 특허법원에 불복하였지만 특허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상고하였으며, 대법원은 ‘신규성이 부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광학이성질체의 이질적 효과’를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였습니다.   


2.대법원의 구체적인 판단(대법원2017. 8. 29. 선고 2014후2696판결)

(1) 명세서의 기재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2항 정정발명의 화합물은 경피투여를 했을 때 뛰어난 피부 침투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러한 경피흡수성을 이용한 전신 경피투여 용법은 뇌 부위에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의 억제 효과가 오랜 시간 일정하게 지속되게 하고, 간편하게 투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에 적합함을 알 수 있다. 

(2) 비교대상발명 1-1에는 발명의 대상에 대하여 포유동물의 뇌에서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 (AchE)를 억제하는 항콜린에스터라제인 RA류 화합물 중 라세미체 11개를 대상으로 한 활성실험 결과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고, 위와 같은 실험결과를 근거로 여러 가지 RA류 화합물 중 가장 바람직한 화합물로 RA4, RA5, RA6, RA15, RA14, RA7, RA8을 들고 있는데, 그중 특히 RA7에 대해서는 ‘생체 내에서 보다 큰 활성을 지니는데 반해 별다른 부작용을 유발시키지 않기 때문에 50~100% 많은 양을 투여할 경우 작용기간이 보다 길어질 수 있다’, ‘RA7이 피하투여 3시간 후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AChE) 억제도가 41%로 가장 높았다’, ‘해독제 아트로핀에 의하면 RA7에 의해 유도된 급성독성(치사율)은 10배 이상 감소될 수 있다’는 등의 장점과 함께 RA 화합물들의 투여경로와 관련하여 경구 또는 비경구투여가 가능하고, 약제의 생체 내에서의 큰 효능은 경구투여를 할 때 두드러진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 이들 화합물들의 경피흡수와 관련된 효과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비교대상발명 1-1에는 ‘종래의 항콜린에스터라제인 피소스티그민을 경구투여하면 흡수가 변칙적이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비경구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과 함께 ‘매 20~30분마다 반복적으로 투여된다’고 기재되어 있고, ‘쥐에서의 카르바메이트의 급성독성’에 대한 실험결과를 정리한 [표 3]에도 경구투여와 피하투여만 조사한 것으로 보아, 비교대상발명 1-1의 ‘비경구투여’에 경피투여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비교대상발명 1-1 및 1-2에 기재된 RA7의 일부 성질, 즉 높은 지질용해도, 낮은 융점, 짧은 반감기, 좁은 치료역을 비롯하여 작은 분자량과 적은 용량 등은 경피흡수성이 뛰어난 화합물에서 나타나는 성질일 수는 있어도 반대로 이러한 성질들을 갖는 화합물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경피흡수성이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RA7에 위와 같은 성질들이 있다고 하여 곧바로 통상의 기술자가 RA7 또는 그의 광학이성질체의 경피흡수성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3) 그렇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 1-1의 화합물 중 RA7을 직접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제2항 정정발명의 신규성이 부정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제2항 정정발명의 경피투여 효과는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질적인 효과라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제2항 정정발명을 인용하는 종속항인 이 사건 제3항 정정발명도 그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통상의 기술자가 주지관용기술에 기초하여 비교대상발명 1-1, 1-2로부터 RA7과 리바스티그민의 우수한 경피흡수 효과를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교대상발명 1-1, 1-2로부터 이 사건 제2, 3항 정정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발명의 진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Ⅴ. 결여

본 판결은 비교대상발명 1-1의 화합물 중 RA7, 즉 라세미화합물을 직접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제 2항 정정발명의 신규성이 부정될 수 있음은 별론, 이 사건 제 2항 정정발명의 경피투여효과 및 도파민 효과 중 일부의 효과에 해당하는 ’경피투여 효과’ 에 대해 이질적인 효과가 인정되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생각건대, 대상판결은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이질적 효과’를 판단하는데 공지된 라세미화합물에 비해 현저한 효과(이질적 효과)가 있어 진보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이는 선택발명의 목적에 비추어 라세미화합물에 대한 권리를 가진자의 권리행사를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 기초발명의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특허법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은 구조에 따라 전혀 상이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상위개념인 라세미화합물이 개시되어 있다는 사정(명세서 기재만으로 광학이성질체의 존재가 확인되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제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R형 또는 S형 각각의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신규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는 ‘광학이성질체’의 특유한 특성을 고려하여 개별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될 것으로 생각되며,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의 신규성에 대한 판단은 추후 판례의 태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