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입배경 및 관련사건
관련디자인제도의 전신은 유사디자인제도이다. 유사디자인제도는 1973. 2. 8. 법률 제2507호로 의장법을 전부개정하면서 도입되었다. 구법의 유사디자인제도는 자기의 등록디자인에만 유사한 디자인을 등록함으로써 기본디자인의 유사범위를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기본디자인권의 보호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창작자의 권리강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리범위확인심결에 대한 취소소송이나, 디자인권 침해소송에서는 기본디자인권의 권리범위나 권리침해만 인정되고 유사디자인권의 독자적인 권리범위나 권리침해는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하나의 콘셉트에 의하여 창작된 다양한 변화의 디자인도 모두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창작적 가치를 갖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기본디자인과 유사한 디자인이라고 하더라도 기본디자인과 동등하게 보호받고 싶다는 업계의 요망과 유사디자인권에 의해서도 별개의 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업계의 요망에 의하여 유사디자인제도를 폐지하고 관련디자인제도를 신설하였다. 우선, 유사디자인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판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 사건개요
1) 갑(甲)은 ‘건물차양막 받침구1)’ 물품에 대한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을 등록받았고 그 이후 을(乙)은 자기가 실시하고 있는 ‘건물차양막 받침구’ 디자인(확인대상디자인)이 갑의 유사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2) 특허심판원에서는 2006당2976 사건으로 심리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하였다(청구인용).
3) 피청구인 갑(원고)은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특허법원은 2007허4878 사건으로 심리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유사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4) 피고(을)는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특허법원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나.대법원의 판단(2007후4847)
유사디자인이 등록되면 그 디자인권은 최초의 등록을 받은 기본디자인권과 합체하고 유사디자인의 권리범위는 기본디자인의 권리범위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이 유사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유사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본디자인과도 유사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후1749 판결, 대법원 1989. 8. 8. 선고 89후2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확인대상디자인 “”은 명칭이 ‘건물 차양막 받침구’인 이 사건 기본디자인 “”(등록번호 제345777호)과 대비하여 볼 때, 양 디자인의 지배적 특징을 이루는 구성부분인 상부 롤러부의 유무에 따라 전체적인 심미감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확인대상디자인이 이 사건 유사1호 디자인과 유사한지의 여부에 관하여 더 살필 것도 없이, 확인대상디자인은 이 사건 유사1호 디자인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 유사디자인제도의 문제점
위 판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갑(甲)은 ‘건물차양막 받침구’ 디자인을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으로 2건을 등록받았고, 을(乙)은 갑의 유사디자인(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거의 차이가 없는 확인대상디자인을 무단 실시하였음에도 갑은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고 패소했다. 갑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단독디자인으로 등록을 받았다면 아마 승소했을 것이나, 아쉽게도 유사디자인으로 등록을 받는 바람에 패소한 것이다.
이는 유사디자인권의 권리범위가 기본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에 따른 것이다. 유사디자인권의 권리범위에 관한 학설2)은 확인설, 확장설, 결과확장설이 있다. 법원은 위 사건의 대법원 판결문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확인설을 취하여 확인대상디자인이 유사디자인권의 침해가 되려면 유사디자인 및 기본디자인과도 유사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 소결
위와 같이 유사디자인제도에서는 기본디자인에 유사한 다양한 변형디자인의 등록이 가능하지만 유사디자인권 자체만의 권리행사가 불가능하여 제도무용론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관련디자인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3. 관련디자인의 등록요건 및 유의사항
가. 관련디자인의 등록요건
관련디자인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① 기본디자인이 유효하게 존재하여야 하고, ② 관련디자인이 자기의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하여야 하며, ③ 관련디자인의 출원인이 기본디자인의 출원인 또는 권리자와 동일해야 하고, ④ 관련디자인이 자기의 관련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이 아니어야 하며, ⑤ 기본디자인에 대한 전용실시권이 설정되어 있는 않아야 하고, ⑥ 관련디자인을 기본디자인등록출원일부터 1년 이내에 출원하여야 한다.
나. 관련디자인권의 특성
관련디자인권은 독자성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디자인권이 등록포기, 등록무효, 등록취소 등의 사유로 권리가 소멸되더라도 이 이유만으로는 권리가 소멸되지 않는다(유사디자인제도와 다름). 또한 종속성도 가지고 있어서 기본디자인권의 권리존속기간 만료일(출원일부터 20년)까지만 권리가 존속할 수 있고, 기본디자인권과 함께 이전하여야 하며, 기본디자인권에 전용실시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등록받을 수 없다.
다. 유의사항
구법의 유사디자인제도에서는 기본디자인과 유사하지 않은 디자인을 유사디자인으로 등록받았거나,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단독디자인으로 등록받은 경우 모두 그 이유만으로 등록무효사유에 해당되었으나, 신법의 관련디자인제도에서는 그 이유만으로는 무효사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원인 등이 기본디자인과 유사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한 디자인을 가능한 단독디자인으로 출원하여 등록받으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3). 그러나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단독디자인으로 등록받은 경우 그 이유만으로는 무효사유가 되지 않지만 신법 제46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선출원주의 위반으로 등록이 무효 될 수 있다. 구법에서는 동일인 간에 선출원주의가 적용되지 않아서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이 단독디자인으로 등록된 경우에도 선출원주의 위반으로는 등록무효가 되지 않았으나, 신법에서는 동일인 간에도 선출원주의가 적용되어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단독디자인으로 등록받은 경우 선출원주의 위반으로 등록무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본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단독디자인으로 등록받았다가 등록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하고, 기본디자인과만 유사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에도 단독디자인으로 할 것인지 관련디자인으로 할 것인지를 신중히 검토하여야 한다.
4. 외국의 유사한 제도
우리나라의 관련디자인제도와 유사한 외국의 제도를 살펴보면, 일본의 관련디자인제도, 중국의 유사디자인제도가 있다.
가. 일본의 관련디자인제도
일본의 관련디자인제도는 한국과 거의 동일하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관련디자인을 기본디자인의 출원일부터 1년 이내에 출원하여야 하나, 일본은 기본디자인(本意匠)의 등록공보발행일 전까지 출원하여야 한다. 또한 일본 관련디자인권의 존속기간만료일도 한국과 같이 기본디자인권의 존속기간만료일과 일치하나 권리의 존속기간은 한국이 출원일부터 20년이나, 일본은 설정등록일부터 20년이다.
나. 중국의 유사디자인제도
중국은 2008. 12. 27. 제3차 전리법 개정(시행 2009. 10. 1.)을 통하여 유사디자인제도를 도입(제31조 제2항)하였으며 전리법실시세칙, 전리심사지침 등 관련 하위규정을 개정하여 2010. 2. 1.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유사디자인제도는 다음과 같다.
1) 동일제품에 한하여 1출원으로 10건까지 유사디자인을 출원할 수 있다.
2)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은 같은 날 함께 출원하여야 하고, 디자인의 요약설명 란에 기본디자인을 지정하여야 하며, 유사디자인은 기본디자인과 유사하여야 한다.
3)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이 함께 등록되어도 하나의 등록번호만 부여된다.
4) 기본디자인권과 유사디자인권은 각각 독자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있다.
5) 유사디자인권의 권리범위는 기본디자인권의 권리범위를 넘어 유사디자인권의 유사범위까지 미친다고 해석한다(중국 SIPO 담당자).
6) 기본디자인이 등록무효가 되면 유사디자인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한국과 일본의 관련디자인제도와 같음).
7) 기본디자인권과 유사디자인권은 함께 이전하여야 한다.
5. 관련디자인권의 권리범위
가. 유사디자인권의 권리범위
한국 법원의 해석(판단기준)에 따라 유사디자인권은 기본디자인권과 합체되고 유사디자인권은 기본디자인권의 권리범위(기본디자인의 동일성 및 유사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확인설). 따라서 기본디자인에는 유사하지 않고 유사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타인이 무단으로 실시하여도 이를 차단할 수 없다. 즉 유사디자인으로 등록을 받더라도 유사디자인의 유사범위까지 권리범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나. 관련디자인권의 권리범위
관련디자인권은 기본디자인권과 합체하지 않으며, 기본디자인의 권리범위(기본디자인의 동일성 및 유사범위)를 초과하는 독자적인 권리범위(아래의 회색영역)를 가지고 있어서 관련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을 타인이 무단으로 실시하는 경우 관련디자인권 침해를 구성한다.
6. 결론
관련디자인제도는 구법의 유사디자인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2013년 디자인보호법 전부 개정시 도입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관련디자인제도의 취지나 내용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있는 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산업계의 사정을 보면 한 제품의 디자인이 히트를 쳐서 소비자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되면 동종업계에서는 이를 변형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동시에 출시되는 경향이 있다. 즉, 인기가 많은 기본디자인 상품의 권리범위를 살짝 벗어난 다양한 모방제품을 동시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본디자인권으로는 이를 차단할 수 없다. 침해금지 가처분신청, 디자인권 침해소송,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을 청구하더라도 결국 패소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위의 관련(유사)디자인의 등록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관련디자인을 등록해 놓는다면, 기본디자인의 권리범위를 교묘하게 벗어나면서 기본디자인의 콘셉트나 모티브를 모방한 다양한 디자인 제품의 무단실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