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특허 개방 전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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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6.05.24
I. 들어가며
지난 2014년 테슬라의 CEO인 앨런 머스크는 자사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술에 대한 약 200여개의 특허를 경쟁자들에게 개방하였다. 2015년에는 세계 1위의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가 자사의 수소 연료전지차량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약 5680건을 무료로 공개하였으며,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인 삼성, 엘지 등도 몇 만 건에 이르는 자사 특허를 벤처 및 중소기업 등에 개방하고 나섰다.
Ⅱ. 특허 개방 전략의 의미와 기대되는 효과
특허권은 발명을 공중에 공개하는 대가로 국가가 부여하는 독점·배타권으로서, 특허권자는 이를 통해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누림으로써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허 전략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특허권을 공중에 개방함으로써 특허권자 스스로 독점적 지위를 포기하는 이른바 특허 개방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들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전기차 산업 분야의 선도 기업인 테슬라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하여 특허 개방 전략을 취하였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 전의 자동차 시장은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전기차의 경우 차세대 자동차로서 주목받고는 있었으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였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은 있었으나, 기존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입장에서는 높은 기술 장벽과 부족한 인프라 등을 해결해야 하였기에 전기차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이상 자사의 성장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테슬라는 과감히 자사 전기차 관련 핵심 특허들을 경쟁자들에게 개방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테슬라의 특허 개방 전략은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에게 특허와 기술 장벽을 허물어줌으로써 벤츠, BMW, 폭스바겐 등과 같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오늘날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와 같은 테슬라의 특허 개방 전략이 그 도화선이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테슬라의 과감한 특허 개방 전략이 아니었다면 전기차는 여전히 촉망받는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기대 받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을지 모르며, 테슬라 역시 오늘날처럼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골목대장 노릇만 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또 다른 일례로,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인 삼성과 엘지 등은 자사 특허를 벤처 및 중소기업에 무료로 개방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은 2만 7천여건의 등록 특허를 국내 중소기업에 무료로 개방하기로 결정하였으며, LG는 5만 2천여건의 등록특허를 2만여개의 협력 회사에 무료로 개방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대기업의 특허 개방 전략을 장려하기 위하여 특허 무상 개방 시 특허료를 감면하거나, 특허 무상 양도 시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 등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실제로 2015년 11월 1일부터 개정된 「특허료 등의 징수규칙(산업통상자원부령)」이 본격 시행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특허 개방 전략은 오늘날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창조 경제 생태계 구축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즉,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특허를 개방함으로써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특허에 대한 유지료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벤처 및 중소기업은 개방된 대기업의 특허를 이용하여 응용 기술을 개발하거나, 잠자고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또한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 벤처 및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이들 기업이 자체 기술력 및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면 대기업 역시 크로스 라이센싱, 기술 매입, 협업 관계 구축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오늘날 새로운 먹거리 창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목말라 있는 우리 기업에 단비가 되고,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Ⅲ. 마치며
일반적인 기업의 특허 전략은 시장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경쟁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특허 개방 전략은 특허의 독점배타적인 성질과 배치되는 형태의 사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신규 시장 창출 등이 기대되며, 벤처,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동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또한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이는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특허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