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된 선행문헌을 근거로 진보성이 부정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 조회수
- 199
- 작성일
- 2017.09.25
І. 들어가며
특허요건에 있어서 진보성은 매우 중요한 판단요소이다. 실제로 특허 출원과정에서도 진보성 거절이유가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고 있으며,특허 무효심판 등에서도 진보성과 관련된 사유는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라도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진보성 판단 기준에 대하여 판례의 입장을 주의깊게 살펴볼필요가 있으며, 의약용도발명의 진보성 판단과 관련하여 제시된 선행문헌을 근거로 진보성이 부정되는지 판단하는방법에 대하여 제시한 판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Ⅱ.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후2873, 2880(병합)판결
1. 사건의 개요
대상판결에서 등록무효 여부가 다투어진 피고 특허발명은 ‘프레가발린(pregabalin)’의 통증치료제로서의 의약 용도에 관한것이다. 원고들은 우선권 주장일 당시 항경련제로 공지되어 있던 프레가발린의 통증치료 효과는 선행문헌에서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용도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무효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기각 심결을 하였고, 원심인 특허법원의 심결취소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청구기각 판결을 하였다. 이에원고들이 상고하자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에는 진보성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면서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제시된 선행문헌을근거로 어떤 발명의진보성이 부정되는지를 판단하기위해서는 진보성 부정의근거가 될 수있는 일부 기재만이아니라 그 선행문헌전체에 의하여 그 발명이 속하는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가진 사람(이하‘통상의 기술자’라고 한다)이 합리적으로 인식할수 있는 사항을기초로 대비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일부 기재 부분과배치되거나 이를 불확실하게 하는 다른선행문헌이 제시된 경우에는그 내용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의 기술자가해당 발명을 용이하게도출할 수 있는지를판단하여야 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GABA(gamma-aminobutyric acid) 레벨과관련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명칭을 ‘통증 치료용이소부틸가바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생략)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 정정청구된 특허청구범위 제1항및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인 특허청구범위 제4항 내지 제16항(이하, 이를 모두 합하여 ‘이사건 정정발명’이라 한다)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정정발명은 프레가발린[3-(아미노메틸)-5-메틸헥산산의 S형 광학이성질체, 즉(S)-3-(아미노메틸)-5-메틸헥산산]의 진통효과에관한 의약용도발명이다.
② 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개시된 갑 제17호증 발명의 특허청구범위 제15항에 프레가발린의라세미체가 뇌의 GABA 레벨을 증가시킨다는 기술적 구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갑 제17호증 발명의 내용에 의하면, 뇌의 GABA 레벨이 상승하면 항경련 효과가 발생한다는 전제하에 GAD(L-glutamic acid decarboxylase) 효소를 활성화시켜 뇌의 GABA 레벨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시험관 실험 및 생쥐를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을 통하여 대상물질군의 활성을 확인하였으나, 시험관에서의 GAD 활성화정도와 생쥐에서의 항경련 효과가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프레가발린의 라세미체는 시험관에서의 GAD 활성화 실험에서 저조한 효과를 나타낸 반면에 생쥐를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에서는 다른 화합물보다 10배나 강한 항경련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③ 이에 대하여 통상의 기술자로서는 생체 내에서의 GABA 레벨의 상승과는 관계가 없이 다른 작용기전들에의하여 항경련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갑 제17호증 발명의특허청구범위 제15항은 프레가발린의 라세미체가 뇌의 GABA 레벨을상승시킨다는 근거가 없이 단지 그 항경련 효과가 탁월하다는 생체실험결과에 기초하여 기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시험관 내 GAD 활성화 능력과 뇌의 GABA 레벨 증가 사이 및 항경련 활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거나 불확실하다는 취지가 기재된 선행문헌들도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 개시되어 있다.
④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갑 제17호증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프레가발린이 뇌의 GABA 레벨을 상승시킨다는 불확실한 사실을 그대로받아들여 이를 기초로 GABA 레벨의 상승이 진통효과를 가져온다는 추가적인 사실을 결합하여 프레가발린의진통효과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2)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선행기술의 신뢰성이나적격성, 선행기술 파악, 진보성 판단 등에 관하여 법리를오해하거나 판례를 위반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다하지 아니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Ca2+채널의 서브유닛과 관련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정정발명의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정정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 개시된 갑 제6호증이, 가바펜틴은 Ca2+채널의 서브유닛(이하, '서브유닛’이라 한다)에결합하고, 프레가발린은
가바펜틴보다 더 잘 서브유닛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한편, 서브유닛이 가바펜틴이 항경련활성을 발휘하는 결정적 표적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는 점 등이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프레가발린이 Ca2+채널 차단제라는 사실이 도출되지는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Ca2+채널 차단제가 통증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결합하여 프레가발린의 진통효과를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할 수 없다.
② 가바펜틴과 관련한 갑 제6호증의 실험결과와 위와 같은 내용의 기재 등에 의하면 통상의 기술자가가바펜틴의 항경련 작용이 서브유닛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인식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갑 제6호증의 전체적인 기재나 실험내용 등에 비추어 가바펜틴의 약리기전이 서브유닛에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가바펜틴이 서브유닛에결합하여 항경련 작용을 발휘한다는 갑 제6호증의 내용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다른 선행문헌들이 이사건 정정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 개시되어 있는 등의 사정에 의하면, 통상의 기술자가 갑 제6호증에 기재된 가바펜틴의 항경련 작용이 서브유닛과의 결합에의하여 발생할 수 있다는 불확실한 가설을 기초로 하여, 프레가발린도 서브유닛에 가바펜틴과 경쟁적으로 결합하고, 프레가발린이 가바펜틴과 같은 항경련 효과가 있다는사실들을 보태어 프레가발린이 가바펜틴과 같이 진통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2)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진보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아니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Ⅲ. 판례의 의의 및 맺음말
대상 판결은 진보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선행문헌에 일부 기재가 존재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문헌 전체 및 우선일 주장일(또는, 출원일) 이전에 개시되어 있는 다른 선행문헌들을 통해 위 일부 기재된 내용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경우라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생각건대,하나의 선행문헌에서 제시하고 있는 가설에 기초하여 추측할 수 있는 효과를 명확한 근거없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상기 판례의 태도를 참고하여 선행문헌에 일부 기재된 사실에 국한되지 않고, 선행문헌 전체 또는 다른 선행문헌들을 통해 당해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상기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